[사설] 아세안 협력 강화, 지역전문가부터 제대로 키워야

입력 2017-11-13 18:06
아세안(동남아국가연합) 정상회의에 참석 중인 문재인 대통령이 “임기 중 아세안 10개국을 모두 방문하겠다”고 밝혀 아세안 측 인사들의 큰 박수를 받았다. 문 대통령은 “2020년까지 한·아세안 교역규모를 2000억달러(지난해 1188억달러)까지 끌어올리겠다”는 의지도 피력했다. 현지 매체 기고문에선 “공동 번영하는 사람 중심의 평화공동체를 만들자”고 제안했다. ‘신(新)남방정책’의 강한 의지를 표명한 것이다.

문 대통령은 역대 처음으로 취임 직후 아세안에 특사를 보내 현지에선 기대가 크다. 한국이 ‘주변 4강’에 편중된 외교를 다변화해 경제·지리적으로 가까운 아세안과의 관계 증진을 천명한 데 대해 환영일색이다. 우리가 아세안에 다가가듯, 아세안도 한국과의 협력 확대를 희망한다. 가능하다면 임기 중 세 번, 네 번이라도 찾아가 아세안 6억3000만 명의 마음을 살 필요가 있다.

고속성장하는 아세안은 경제·외교·안보 면에서 세계 이목이 집중되는 지역이다. 일본은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으로, 중국은 일대일로(一帶一路)와 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RCEP)으로 제각기 아세안에 공을 들인다. 이들처럼 물량 공세가 어려운 우리로선 불리한 처지다. 하지만 아세안은 대중(對中) 관계에서 실리(교역)와 위협(남중국해 갈등) 사이에서 고민하는 반면, 한국은 전혀 그럴 게 없다. 교통 통신 인프라 등 우리가 비교우위를 가진 분야도 있다.

유감스럽게도 그동안 대(對)아세안 외교는 유명무실했다. 대선 논공행상 인사가 대사로 나가고, 현지 언어는커녕 영어 구사 능력도 부족해 겉도는 경우도 없지 않았다. 직업 외교관들도 주로 선진국을 선호할 뿐, 동남아는 마지못해 가는 수준이었다. 아세안 지역전문가는 찾기도 힘들고, 크지도 못했다. 게다가 아세안에선 한국이 평소 소원하다가 북핵 등 필요할 때만 도움을 청한다는 불만도 있다.

외교도 사람이 하는 것이다. 신남방정책이 성공하려면 아세안 전문가부터 제대로 육성해야 한다. 당장 키울 수 없으면 이미 전문지식을 축적한 기업의 인재를 얼마든지 활용할 수 있다. 외교·안보와 경제가 패키지화하는 시대다. 수출 다변화만큼 외교 다변화도 중요하다. 외교 우군은 많을수록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