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뉴질랜드 베트남 등 미국을 제외한 기존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체결 11개국이 베트남 다낭에서 “TPP의 주요 핵심요소에 합의했다”고 발표했다. ‘포괄적·점진적 TPP(CPTPP)’로 명명된 이번 합의로 올 초 미국의 탈퇴 선언으로 좌초 위기에 빠졌던 TPP는 회생의 기회를 잡았다. 미국이 빠졌지만 CPTPP는 세계 국내총생산(GDP)의 12.9%, 교역량의 14.9%를 차지하는 또 하나의 다자무역체제라는 점에서 한국으로서도 관심을 갖지 않을 수 없다.
아시아·태평양 지역을 아우르는 대형 자유무역협정의 기틀이 잡히자 CPTPP를 주도한 일본은 수혜 기대를 숨기지 않는 등 반색하는 분위기다. 반면 중국은 자국이 주도하는 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RCEP) 타결이 불발한 가운데 CPTPP엔 관심이 없다며 애써 그 영항을 무시하려는 분위기다. 여기에 TPP 탈퇴를 선언한 미국의 트럼프 대통령은 다자 무역협정 대신 양자 무역협정을 통한 문제 해결을 외치고 있다.
중요한 것은 한국의 선택이다. 미국이 TPP를 적극 주도하던 오바마 행정부 때만 해도 한국은 뒤늦게 관심을 나타냈지만, 미국의 탈퇴 선언 이후론 더 이상 진척이 없다. 하지만 일본이 주도하는 CPTPP라도 통상의 큰 그림을 염두에 둔다면 한국의 참여는 여러모로 절묘한 카드라고 본다.
당장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개정이 현안으로 등장했지만 그럴수록 한국은 다자간 협정 참여로 운신의 폭을 넓힐 필요성이 있다. 중국이 자국 주도의 RCEP가 탄력 받기를 원하는 상황을 고려하더라도 그렇다. 한·중 FTA를 맺었는데도 사드 보복을 감행하는 중국인 만큼 한국의 CPTPP 참여는 다목적 카드가 될 수 있다. 그뿐만 아니라 CPTPP 참여는 답보상태에 빠진 한·일 FTA 문제를 부드럽게 풀어가는 측면이 있다. 아세안(동남아국가연합)에서 한국의 영향력 신장도 기대할 수 있다.
TPP가 미국이 빠진 채로 출범하는 지금이야말로 한국이 참여할 적기다. 마침 CPTPP 참가국들은 신규 가입에 대비한 협의 규정도 마련해 뒀다고 한다. 세(勢) 불리기에 적극 나서겠다는 의향인 만큼 타이밍을 놓치지 말고 참가국들과 가입 협의를 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