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집 커진 한국당…입법구도 변화
민주 1당 상임위, 14개→9개로
4개 상임위는 민주·한국당 동수
행안위는 한국당 10명으로 최다
공무원 증원 예산 등 '칼질' 예상
여당, 예산 부수법안 지정 '우회' 검토
[ 유승호 기자 ] 자유한국당에 바른정당에서 탈당한 의원 8명이 합류하면서 정기국회 주요 입법과 예산안 심사 구도에도 변화가 생겼다. 이전까지 운영위원회와 윤리특별위원회를 제외한 16개 상임위원회 중 14개 상임위에서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 제1당 지위를 차지하고 있었다. 하지만 바른정당 의원들의 소속이 한국당으로 바뀌면서 이제 민주당이 제1당인 상임위는 9개로 줄었다. 반면 한국당이 제1당인 상임위는 2개에서 3개로 늘었다. 4개 상임위는 민주당과 한국당이 동수로 바뀌었다. 이 같은 상임위 지각 변동으로 여당이 추진하는 법인세 증세 등 주요 입법과 예산안 처리 과정에서 험로가 예상된다.
여당이 추진하는 초대기업과 초고소득층에 대한 법인세·소득세 증세 법안은 기획재정위원회 조세소위원회에서부터 한국당이 강하게 반대할 것으로 전망된다. 조세소위는 원래 민주당 5명, 한국당 4명, 국민의당 2명, 바른정당 2명으로 구성돼 있었다. 그러나 이종구 의원이 바른정당에서 한국당으로 당적을 바꾸면서 민주당과 한국당이 각각 5명으로 동수가 됐다.
그간 조세소위에서 한국당은 증세 자체에 반대하는 반면, 국민의당과 바른정당은 복지 재원 마련을 위한 증세 필요성을 인정해 야당의 힘이 분산됐다. 하지만 한국당이 민주당과 동수를 이루면서 한국당의 주장에 보다 힘이 실리게 됐다.
조세소위원장도 추경호 한국당 의원이 맡고 있어 팽팽한 힘겨루기가 예상된다. 추 의원은 “여당의 초대기업 법인세 증세에 맞서 중소기업 감세를 밀어붙일 계획”이라고 말했다.
문재인 정부의 공무원 증원 예산을 심사할 행정안전위원회는 제1당이 민주당에서 한국당으로 바뀌었다. 민주당 9명, 한국당 8명, 국민의당 2명, 바른정당 2명이었지만 바른정당 소속이던 홍철호 황영철 의원이 한국당으로 옮기면서 한국당이 민주당보다 한 명 더 많아졌다. 한국당은 공무원 증원에 따른 장기 재정 추계와 재원 조달 방안을 내놓으라고 요구하면서 비용 추계 없이는 예산안을 통과시킬 수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와 외교통일위원회는 민주당과 한국당 의원 수가 같아졌다. 교문위에선 강길부 의원, 외통위에선 김무성 정양석 의원의 소속이 바른정당에서 한국당으로 바뀌었다. 국토교통위원회는 13일 이후 탈당을 예고한 주호영 의원이 한국당으로 돌아가면 민주당과 한국당이 동수가 된다.
한국당의 의석수 증가로 주요 입법 전선에서 여야 간 대치는 더욱 격화될 전망이다. 민주당이 쟁점 법안들을 예산 부수 법안으로 지정해 통과시키는 카드를 만지작거리는 이유도 이런 배경에서다. 예산 부수 법안은 예산안과 연동돼 있어 함께 처리해야 하는 법안으로 국회의장에게 지정 권한이 있다. 예산 부수 법안으로 지정된 법안은 예산안 법정 처리 시한 하루 전인 12월1일 예산안과 함께 본회의에 자동으로 올라간다.
민주당은 법인세·소득세법 개정안 외에 기초연금법 장애인연금법 아동수당법 등도 예산 부수 법안으로 처리하는 방안을 염두에 두고 있다. 민주당은 정세균 국회의장이 민주당 출신이란 점에 기대를 거는 분위기다. 하지만 여야 이견이 있는 법안을 예산 부수 법안으로 지정할 경우 국회의장의 정치적 부담이 커질 수밖에 없어 실제 지정 여부는 미지수다. 민주당 원내 관계자는 “예산안이 통과된 뒤 관련 법안의 후속 처리가 안 될 경우 내년도 예산 계정에서 대변과 차변이 맞지 않은 사태가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며 “쟁점 법안을 예산 부수 법안으로 지정하는 방안도 배제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유승호 기자 ush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