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에서는 무역 문제를 둘러싸고 미국과 한·중·일 등 APEC 20개국의 ‘신경전’이 펼쳐졌다.
11일 베트남 다낭에서 열린 제25차 APEC 정상회의에서는 ‘새로운 역동성 창조, 함께하는 미래 만들기’라는 제하의 정상 선언문(다낭 선언문)이 채택됐다. 다낭 선언문은 △혁신적 성장, 포용성 및 지속가능한 고용 △역내 경제통합의 새로운 동력 △소상공인·중소기업의 역량 및 혁신 강화 △기후 변화에 대응한 식량 안보 및 지속가능한 농업 △함께하는 미래 만들기 등 5가지 부문 협력 방향이 제시됐다.
이번 정상회의에서 가장 쟁점이 된 분야는 ‘무역’ 문제였다. 미국 트럼프 행정부 출범 이후 처음으로 열린 APEC 정상회의에서 미국은 보호주의적, 양자 무역 우선 정책을 강하게 제시했다. 이 때문에 선언문을 마련할 때 미국과 그외 20개국 간 대립 양상이 나타나기도 했다.
결국 선언문에는 ‘다자 무역 체제’에 관한 APEC의 역할과 2020년까지 보호무역조치 현행 동결(standstill) 약속을 재확인하는 내용이 실렸다. 청와대는 “다자 무역 체제에 대한 지지가 명시됐지만 과거 APEC 정상선언문과 비교했을 때는 약한 수준이었다”고 했다. 그러면서도 “주요20개국(G20) 정상회의에 비해서는 진일보된 성과를 도출했다”고 평가했다.
미국의 주장도 선언문에 반영됐다. 상호적(reciprocal), 상호 이익이 되는(mutually advantageous) 무역의 중요성, 시장왜곡적 보조금 폐지, 세계무역기구(WTO)의 협상·이행 모니터링·분쟁해결 기능 개선, WTO 협정의 완전한 이행 등은 미국 측 요구에 따라 문안에 포함됐다. 이는 지난 7월 독일에서 채택된 G20 정상 선언문에도 반영된 내용이다.
APEC의 장기 비전인 아시아태평양자유무역지대(FTAAP)와 관련해서는 미국과 중국 간 입장 차이로 구체적인 행동 계획이 합의되지 못했다. FTAAP는 아·태 지역을 아우르는 자유무역지대로, APEC 21개국이 참여하는 다자간 자유무역협정(FTA)의 개념이다. 이번 선언문에는 APEC이 FTAAP 실현을 위한 포괄적, 체계적 노력을 전개한다는 선언적 수준의 문안이 합의되는 데 그쳤다.
문재인 대통령이 APEC 기간 동안 강조한 ‘사람중심 지속가능 경제 전략’ 등 포용성 확대를 위한 APEC 차원의 협력 강화, 무역의 포용성 증진, 보호무역 저지, FTAAP 실현을 위한 노력 확대 등의 내용은 선언문에 다수 반영됐다.
다낭=조미현 기자 mwis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