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맞짱토론] 최저임금 산입범위 확대

입력 2017-11-10 17:50
수정 2017-11-13 17:11
[ 강현우 기자 ] 문재인 정부는 ‘소득주도 성장’의 실현 방안으로 최저임금 1만원 달성을 추진하고 있다. 최저임금위원회는 고용노동부 산하 기구이지만 근로자·사용자·공익(전문가) 위원들이 토론과 협상을 통해 최저임금을 결정한다. 내년도 최저임금은 캐스팅 보트를 쥔 공익위원들이 정부 의견을 적극 수용한 결과 역대 최고 인상 폭(16.4%)을 기록하며 7530원으로 결정됐다.

경영계는 최저임금 인상의 취지 자체를 부정하지 않는다. 그러나 영세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의 부담 가중, 최저임금 인상으로 고임금 근로자까지 수혜를 보게 되는 현행 최저임금 산입범위, 산업과 지역 특성을 반영하지 않는 획일성 등에는 문제가 있다고 지적한다.

최저임금위원회는 노사 양측과 전문가들로 최저임금 산입범위 확대, 산업별·지역별 차등 적용 등을 논의하는 태스크포스(TF)를 구성했다. TF는 오는 12월 전원회의에 결과를 보고할 예정이다. 현행 최저임금의 범위는 기본급과 직무수당 등 일부 수당까지다. 정기상여금, 중식비 등 복리후생비, 연장근로수당 등은 포함되지 않는다. 이 범위는 최저임금법 시행규칙(고용노동부령)에 규정돼 있다. 고용부 장관이 개정할 수 있는 사안이다. 1987년 최저임금법 제정·시행과 함께 시행규칙이 생긴 이래 30년째 같은 내용이 유지되고 있다.

최근 가파른 최저임금 인상으로 고임금 근로자들까지 수혜를 보는 현상이 나타나면서 산입범위를 현실화해야 한다는 의견을 경영계에서 제시하고 있다. 공무원, 교사·교직원, 생산직 등 호봉제 임금체계의 근로자들은 대부분 가장 낮은 1호봉 기본급이 최저임금을 조금 웃도는 수준에서 시작한다. 최저임금이 오르면 1호봉 기본 급여도 올려야 하고, 이에 따라 상위 호봉의 급여도 올라간다. 여기에 월 기본급의 수백%에 달하는 정기상여금은 최저임금 산입범위에선 빠져 있지만 최저임금 인상으로 기본급이 오르면 따라서 오른다. 연봉이 4000만원을 넘으면서도 기본급 비중이 작기 때문에 최저임금 인상 덕을 보는 사례가 발생하는 이유다.

반면 노동계에선 최저임금에 상여금과 복리후생비를 넣으면 저임금 근로자의 안정적 생계를 보장하자는 최저임금제도의 취지를 훼손한다며 반대하고 있다.

[찬성] 정기상여금 등 지급이 보장된 임금… 최저임금에서 제외할 이유 없어
협소한 산입범위로 대기업·중소기업 임금 격차 확대

내년에 적용될 최저임금이 올해 6470원에서 16.4% 오른 7530원으로 지난 7월 결정됐다. 정부는 2020년까지 최저임금 1만원을 달성하겠다고 발표했다. 최저임금 대폭 인상으로 취약계층의 처우 개선과 소비 진작을 도모하고, 이를 디딤돌로 경제 성장을 제고하겠다는 취지로 분석된다.

정부의 긍정적 취지와 보조금 등 지원책에도 불구하고, 최저임금의 급격한 인상으로 인한 영세 중소기업의 부담 증가는 피할 수 없을 것으로 우려된다. 최저임금 영향 근로자의 98.4%가 300인 미만, 86.8%는 30인 미만 사업장에서 근무하는 현실을 보면 더욱 그렇다.

고용에 미치는 영향 역시 우려스럽다. 최저임금이 고용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서는 여러 주장이 있지만, 일반적으로 생산성 향상을 월등히 초과하는 노동비용 상승이 고용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는 것은 자명하기 때문이다.

이런 문제들에 대한 고민과 더불어 지금 시점에서 가장 시급한 것은 현실에 맞지 않는 최저임금 제도 개선이다. 1986년 제정된 최저임금법은 지난 30여 년 동안 변화된 노동시장 현실이 반영되지 않아 많은 문제를 초래하고 있다.

가장 큰 문제는 지나치게 협소한 산입범위다. 한국은 정기상여금 등 근로자가 지급을 보장받는 임금의 상당 부분을 최저임금 준수 여부를 판단하는 산입범위에 포함시키지 않고 있다. 어떤 근로자가 한 달에 기본급 130만원, 정기상여금 월할분 70만원, 복지성 수당 50만원 등 250만원의 임금을 받는다고 하더라도 법은 기업이 이 근로자에게 최저임금 135만원(2017년, 월 209시간 근로 기준)을 제대로 주지 않고 있다고 판단한다.

저임금 근로자 생계 보장을 위한 제도인 최저임금의 준수 여부를 판단하면서 정기상여금, 숙식비 등 단체협약이나 취업규칙에 따라 사전에 지급 시기와 금액 등이 확정된 실소득을 제외하는 것은 비합리적이고 현실과 맞지 않는다. 기업이 근로자에게 사전에 약속된 250만원의 임금을 지급하고 있음에도, 135만원으로 규정된 최저임금을 주지 않았다고 처벌받는 것이 상식에 부합한다고 보기 어렵다.

영국이 인센티브와 숙식비를 포함한 임금 총액을, 프랑스가 개인의 성과 연관 수당이나 현물 급여까지 산입범위에 포함시키는 등 주요 선진국이 광범위하게 산입범위를 규정하는 점을 고려할 때 한국의 최저임금 산입범위는 지나치게 협소하다. 또 이로 인해 최저임금 근로자보다 고임금 근로자가 최저임금 상승으로 임금이 더 많이 오르는 경우도 많아 대·중소기업 임금격차 해소에 장애 요인으로까지 작용하고 있다.

최저임금 1만원의 취지는 현재 1600만원 정도 받는 근로자의 연봉을 2500만원 수준으로 올려주자는 것이지, 4000만원을 받는 근로자의 임금을 최저임금 인상을 통해 6000만원으로 올려주자는 건 아닐 것이다. 글로벌 표준에도 맞지 않는다. 최소한 정기상여금, 숙식비 등 근로자가 지급을 보장받는 임금 및 금품은 최저임금 산입범위에 포함시켜야 한다.

업종별·지역별로 근무 강도, 생계비 수준, 기업의 지급 능력이 천차만별인데 하나의 최저임금을 적용하는 것도 수정이 필요하다. 더욱 현실적인 제도 설계를 위해 업종별·지역별 등 최저임금 차등 적용 방안도 적극 검토해야 한다.

최저임금은 반드시 지켜야 하는 강행 규정이다. 그렇기 때문에 일단 정해지면 사용자와 근로자가 합의하더라도 위반할 수 없다. 그만큼 시장에 대한 파급효과가 크고, 신중하게 결정해야 한다. 합리성에 기반한 제도 개선과 함께 최저임금으로 인한 파급효과를 다각적으로 검토해 최저임금 수준을 결정해야 할 것이다.



[반대] 상여금·복리후생비 등 포함되면 '저임금 노동자 생활안정' 취지 해쳐
식비·숙박비 등은 생활보조 성격…포함돼선 안돼

문재인 정부가 2020년까지 최저임금 1만원 달성을 국정과제로 추진하면서 최저임금 산입범위를 둘러싼 논쟁이 덩달아 뜨거워지고 있다. 최저임금 산입범위 확대를 주장하는 배경은 크게 두 가지로 파악된다. 하나는 통상임금 범위 확대에 따라 최저임금 산입범위도 일치시켜 나갈 필요가 있다는 점이고, 다른 하나는 최저임금 1만원 달성에 따른 사용자 부담을 줄여 연착륙을 유도할 필요가 있다는 점 등이 주요하게 제시되고 있다.

현행 최저임금법에 따르면 최저임금에는 기본급, 정해진 조건에 따라 정기·일률적으로 지급되는 수당, 직급·자격에 따른 수당 등 고정수당이 포함된다. 반면 산정주기가 1개월을 넘어가는 상여금과 각종 복리후생·생활보조적 수당 등은 정기·일률적으로 지급되더라도 최저임금에 산입되지 않는다. 이처럼 최저임금 산입범위가 엄격한 이유는 최저임금제도의 본질적 취지를 훼손하지 않기 위해서다. 최저임금제는 저임금 노동자의 생활안정을 실현하기 위해 마련된 제도다.

상여금이 통상임금에 포함된다고 최저임금에도 포함시켜야 한다는 주장은 두 제도의 본질적 차이를 간과한 것이다. 통상임금은 연장, 휴일 등 초과노동수당 산정을 위한 기준임금이다. 최저임금은 저임금 노동자의 생활 안정을 위한 임금의 법적 하한선을 정하는 데 목적이 있다. 전혀 다른 취지와 목적을 갖는 임금의 산입범위를 일치시키는 것은 타당하지 않다.

또 대법원 전원합의체의 판결에도 불구하고, 통상임금 범위를 둘러싼 하급심 판결이 동일하지 않고 사회적 논란이 여전히 계속되고 있다. 이 점을 감안하면, 최저임금 산입범위를 통상임금에 일치시킬 경우 더 큰 사회적 혼란을 피할 수 없을 것이다.

상여금은 1개월을 초과해 장기간 노동을 전제로 산정되는 임금이다. 이를 최저임금에 포함시키면 노동자들이 1개월 단위로 안정적인 생계 계획을 하고 유지할 수 있도록 확실히 보장하자는 최저임금제도의 취지를 근본적으로 훼손할 수 있다.

더구나 사용자들은 통상임금 소송 과정에서 고정상여금이라 하더라도 지급 조건에 ‘재직자 요건’을 정하거나 ‘근로일수 충족요건’을 정한 급부의 경우 통상임금에 포함되지 않는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상여금을 최저임금 산입범위에 포함시키자고 요구하는 것은 자가당착적 논리다.

식대, 숙박비 등 생활보조적·복리후생적 수당 역시 금전적 급부로 제공되더라도 최저임금 산입범위에서 제외되는 것이 최저임금 제도의 취지에 부합한다. 왜냐하면 이런 수당은 근로제공 과정에서 필요한 의식주 등 생활보조적 명목의 현물급부 혹은 실비변상적 성격을 지니기 때문이다. 현물급부까지 최저임금에 포함할 경우 저임금 노동자의 기초적인 생활수준 보장을 위한 최소한의 통화임금 보장이라는 원칙을 훼손하게 된다.

결론적으로 최저임금 산입범위 확대는 1개월 단위로 노동자의 안정적인 생계 계획과 유지를 보장한다는 최저임금제도의 입법 취지를 근본적으로 침해한다.

지금도 현장에서는 임금총액은 그대로 두고 기존에 지급하던 상여금, 식대 등을 기본급화해 임금 구성 항목만 사용자 임의로 변경해 최저임금만 맞춰 주는 탈법적 행위가 비일비재하게 벌어지고 있다. 최저임금 산입범위 확대는 이와 같은 현장의 편법·불법을 합법화해주는 것에 불과하다. 문재인 정부가 추구하는 ‘소득주도 성장’의 첫 단추는 최저임금 1만원 실현이다. 산입범위 확대는 첫 단추부터 어긋나게 만드는 결과를 낳을 것이다.


강현우 기자 hk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