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역 장성이나 예비역 중장이 독식해온 국방부 국방정책실장에 예비역 영관급 장교가 처음 임명됐다. 예비역 장성이 맡아온 군 인사 총괄 보직도 민간인 출신 공무원이 맡게 됐다. 국방부의 문민화와 국방개혁을 위한 인사라는 해석이 나온다.
국방부는 9일 1급인 국방정책실장에 여석주 전 스탠다드쉽핑 대표이사(54)를 임용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여 실장은 예비역 해병 중령이다. 예비역 영관급 장교의 국방부 실장급 직위 임용은 이번이 처음이다. 국방정책실장은 장관을 보좌해 한미동맹, 국방개혁, 전시작전통제권(전작권) 전환 같은 한·미 군사현안과 국방 핵심정책을 다루는 자리다.
여 실장은 해군사관학교 40기로 2010년 전역했다. 이후 평화안보포럼 사무처장, 민간업체 세코중공업과 스탠다드쉽핑 대표이사 등을 지냈다. 영어, 중국어, 일어에 능통하고 군 복무 시절 주미 국방무관 해병 보좌관을 지내는 등 ‘해외전략통’이라는 평가를 받았다고 국방부는 설명했다.
군 인사를 관장하는 인사복지실장에는 행정고시 출신의 민간 공무원 이남우 기획관리관(50)이 승진 임명됐다. 인사복지실장도 육군 현역이나 예비역 장성이 주로 차지해온 직위로, 일반직 공무원의 임용은 이번이 처음이다. 서울대 법대 출신인 이 실장은 국방부 동북아정책과장, 조직관리 담당관, 보건복지관, 주한미군기지 이전 사업단 기획지원부장, 기획관리관 등을 역임했다.
국회 업무 등 국방부의 대외 업무 등을 총괄하는 기획조정실장에는 행시 출신인 김정섭 계획예산관(48)이 승진 임명됐다. 서울대 정치학과를 나온 김 실장도 행시 출신 공무원으로 국방부 조직관리 담당관, 청와대 국가안보실 행정관, 방위사업 혁신 TF(태스크포스) 총괄팀장, 계획예산관 등을 지냈다.
국방부 관계자는 “주로 예비역 장성이 맡아온 직위에 일반직 공무원 또는 일찍이 영관급 장교로 전역해 오랫동안 민간에서 활동한 인사를 임용함으로써 군에 대한 문민통제 원칙을 구현하기 위한 인적 기반을 조성하고 군의 균형 발전을 위한 국방정책 수립 및 추진 여건을 마련했다”고 말했다.
정인설 기자 surisur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