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계의 애플'블루보틀 CEO가 말하는 성공 비결

입력 2017-11-09 18:28
수정 2017-11-10 06:36
"커피 핵심은 사람…바리스타에 투자한다"

브라이언 미한 CEO
맛·지속 가능성·따뜻함이 15년간 지켜온 3대 철학
바리스타 위해 동선까지 개선

지난 9월 네슬레 품에 안겨
커피 배송 스타트업 인수 등 '미친 과학자'같은 인재 양성
한국 진출 관심…호응 클 것


[ 김보라 기자 ] “자고 일어나면 새로운 기계와 기술이 등장하는 등 커피산업이 빠르게 변하고 있지만 커피 비즈니스의 핵심은 결국 사람입니다.”

미국 스페셜티 커피 브랜드 블루보틀의 브라이언 미한 최고경영자(CEO·사진)는 9일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서 열린 ‘2017 서울카페쇼-월드 커피 리더스 포럼’에서 이같이 강조했다. 미한 CEO는 이날 블루보틀에서 바리스타 트레이닝을 총괄하는 마이클 필립스와 함께 ‘4차 산업혁명과 커피 시장의 미래’를 주제로 90분간 강연했다.

블루보틀은 ‘커피업계의 애플’로 불리는 회사다. 클라리넷 연주자였던 제임스 프리먼이 2002년 미국 캘리포니아주 오클랜드의 한 차고에서 창업했다. 작은 수레에 직접 로스팅한 원두와 핸드드립 기구를 싣고 벼룩시장에서 커피를 내다 팔며 마니아층을 쌓았다. 지금은 일본과 미국에 50여 개 지점을 냈다. 지난 9월 네슬레가 블루보틀 지분 68%를 인수하며 화제가 됐다.

미한 CEO는 블루보틀의 성공 비결에 대해 “단순하고 기본적인 ‘커피의 즐거움’에 집중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지난 15년간 블루보틀이 지켜온 3대 철학은 최고의 맛, 지속 가능성 그리고 사람을 따뜻하게 대하는 환대(hospitality) 문화”라고 설명했다. 그는 “매장 직원이 손님을 따뜻하게 대하길 기대하려면 기업이 직원을 먼저 챙겨야 한다”고 말했다.

블루보틀은 바리스타의 만족도를 높이기 위해 의료보험 등을 지원하고, 바리스타들의 동선을 효율적으로 개선하기 위해 끊임없이 연구한다. 그는 “바리스타라는 직업은 새벽에 일어나 아침 일찍 카페 문을 열고, 항상 기계 앞에 서서 커피를 내려야 하는 고된 일”이라며 “기계는 누구나 다룰 수 있지만 커피 문화를 이해하고 이를 바탕으로 소비자를 대하는 것은 아무나 하지 못하는 일이기 때문에 인재에 가장 많은 투자를 한다”고 말했다.

커피산업이 새로운 기술로 첨단 산업이 될 것이라는 전망도 내놨다. 필립스 바리스타는 “블루보틀의 고향인 샌프란시스코에는 이미 로봇 바리스타가 등장해 시간당 30잔씩 내려준다”며 “앞으로 더 빠르고 혁신적으로 커피산업이 발전할 것”이라고 말했다. 블루보틀도 이 같은 변화에 대비해 기술 투자를 하고 있다. 지난 3년 새 스페셜티 커피 전문 정기배송 스타트업(신생 벤처기업) ‘퍼펙트커피’와 ‘통스’를 인수한 것이 대표적이다. 미한 CEO는 “커피업계에는 ‘미친 과학자’를 연상시키는 기술자들이 많고, 이들이 블루보틀과 함께한다는 건 큰 경쟁력”이라고 강조했다. 블루보틀은 분쇄된 커피 가루의 산화를 막기 위해 산소를 100% 차단하는 기술을 개발, ‘퍼펙틀리 그라운드’ 원두를 곧 선보일 예정이다. 콜드브루 캔 음료 등도 유통한다는 계획이다.

블루보틀의 한국 진출에 대해서는 “1년 반 전부터 한국 업계 사람들과 접촉하며 시장을 분석하고 있지만 아직 구체적으로 논의되거나 확정된 것은 없다”며 “블루보틀 세계 어느 매장에 가도 많은 한국 사람들을 만날 수 있기 때문에 만약 진출한다면 호응이 클 것”이라고 답했다. 그는 또 “한국뿐 아니라 대만, 중국, 홍콩 등 아시아 전 지역에 관심이 많다”며 “우선 내년 봄 교토에 일본에서 여덟 번째 매장을 열 계획”이라고 밝혔다.

김보라 기자 destinybr@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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