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심은지 기자 ]
친노동 인사들이 연일 노동계를 향해 쓴소리를 하고 있다. 노중기 한신대 사회학과 교수가 대표적이다.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산하 전국교수노조위원장 출신인 그는 교수 사회에서 강성 노동 운동가로 통한다. 지난 9월 정의당이 주최한 토론회에 참석해 “민주노총은 ‘뻥파업’하지 말고 정책 연구나 하라”고 비판해 주변을 놀라게 했다. 노 교수는 “정책 연구는 하지 않고 서로 자기가 옳다며 대화하지 않는 것이야말로 진정한 위기”라며 “민주노총은 정책 연구에 주력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노동계 대부’로 불리는 문성현 경제사회발전노사정위원장도 고언을 했다. 문 위원장은 지난 8일 ‘SNU-KLI(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한국노동연구원) 노사관계 최고지도자 과정 총동문회’가 주최한 토론회에서 “노조는 투쟁만이 능사가 아니라 대화로 문제를 푸는 방법을 모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자신이 몸담았던 노동운동의 역사를 떠올리며 “왜 이렇게 극한으로 부딪쳐야만 했는가”라고 회한에 잠기기도 했다.
친노동 인사들이 노동계에 대놓고 싫은 소리를 하는 건 어려운 일이다. 노동계는 친노동 인사들 발언에 더 거세게 반발하기 때문이다. 한국GM 전신인 대우자동차 노조위원장 출신 홍영표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위원장도 노동계를 비판했다가 한바탕 홍역을 치렀다. 홍 위원장이 지난달 25일 대한상공회의소 고용노동위원회 초청 강연에서 최저임금 산입 범위에 상여금과 식대를 포함하고 노동시간을 단계적으로 단축하자고 주장했다. 이후 노동계로부터 수천 통의 항의 문자를 받았다는 후문이다.
이들이 수모를 겪을 것을 알면서도 노조의 문제점을 지적하는 건 변화를 촉구하는 마음이 크기 때문이다. 그들은 노조가 국민 곁으로 한발 더 다가가길 바란다. 기존 노조를 바라보는 국민의 시선은 이미 차가워졌다. 정치 파업을 일삼고 대화와 타협을 거부하는 모습에 지쳐 있다. 홍 위원장은 노동계가 항의하자 “합리적인 안을 마련하는 것이 환노위원장의 책무”라고 했다. 문 위원장도 “시대가 바뀌었다. 대화해야 한다”고 재차 민주노총에 손을 내밀고 있다. 이제 노동계가 변해야 할 때다.
심은지 경제부 기자 summi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