핵잠수함 구입이냐, 직접 개발이냐… 미국, 다른 나라에 판매한 전례 없어

입력 2017-11-08 17:32
전략무기 도입 '급물살'

개발하려면 최소 8년 걸려…퇴역 앞둔 잠수함 팔 수도
정찰기 '조인트 스타스' 유력


[ 정인설 기자 ] 한·미 정상 간 합의로 한국이 미국의 핵추진 잠수함(핵잠수함)과 첨단 정찰기 도입을 추진하기로 하면서 어떤 전략무기를 언제 어떻게 확보할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한·미 간 방위비 분담금 협상에도 어떤 영향을 줄지 주목된다.

이번 한·미 정상회담으로 그동안 핵잠수함 도입을 어렵게 한 제도적 걸림돌은 상당 부분 해소될 가능성이 커졌다. 한국은 한·미 원자력협정에 따라 우라늄을 군사적 목적으로 사용할 수 없고 군사용이 아니더라도 우라늄을 20% 미만까지만 농축할 수 있다. 핵잠수함에는 최소 20% 이상의 농축 우라늄이 필요한데, 이번 정상회담으로 한·미 원자력협정 개정 작업을 시작할 수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다음은 핵잠수함 도입 방식이다. 한국이 직접 건조하거나 미국 핵잠수함을 사느냐로 나뉜다. 핵잠수함 자체 건조가 이상적이지만 문제는 시간이다. 미국에서 일부 기술을 이전받아 국산 핵잠수함을 개발하는 데 최소 8년 이상 걸릴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좀 더 빠른 방식은 미국 핵잠수함 구입이다. 그러나 미국이 핵잠수함을 다른 나라에 판매한 전례가 없다. 핵연료로 움직이는 핵잠수함에 직접 전술 핵무기를 실을 수 있어 아무리 동맹국이라도 군사적 위험성이 있다는 이유에서다. 일각에서는 퇴역을 앞둔 미국 핵잠수함을 판매할 수 있다는 분석도 내놓고 있다.

청와대가 “첨단 정찰위성은 고려하지 않는다”면서도 첨단 정찰기 도입을 부정하지 않은 것은 미국의 ‘조인트 스타스’를 염두에 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조인트 스타스는 보잉 707 동체에 지상이동 표적을 감시할 수 있는 레이더를 장착한 첨단 정찰기다. 공군이 내년부터 4대 들여오는 고고도 무인정찰기 ‘글로벌 호크’보다 감시 영역이 더 넓은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조인트 스타스는 10㎞ 상공에서 250㎞ 밖의 지상 표적 600여 개를 동시에 추적할 수 있다.

북한군의 해안포 및 장사정포, 전차부대 상황 등을 정밀 탐지할 수 있다는 얘기다. 대당 3600억원 정도로 전문가들은 4대 정도가 필요한 것으로 보고 있다. 다만 조인트 스타스도 이미 단종됐으며 미국이 외국에 판매한 전례가 없다. 이 때문에 공동 개발 형태로 기술을 이전받거나 동급의 첨단 정찰기를 도입하는 방안 등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 밖에 F35A 스텔스기나 SM3 대공미사일, P8A 해상초계기, 무인공격기 ‘그레이 이글’, 무인정찰기 RQ7 섀도 등도 도입 대상으로 거론되고 있다.

김동엽 북한대학원대 교수는 “한국 자체 방위력 강화는 결국 미국산 무기를 많이 산다는 얘기”라며 “문재인 대통령이 ‘합리적 수준에서 방위비를 분담하겠다’고 했지만 곧 시작될 방위비 분담금 협상이 걱정된다”고 말했다.

정인설 기자 surisur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