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인사이트] 삼성물산, 한화종합화학 지분 20% 다 판다

입력 2017-11-07 19:36
수정 2017-11-08 06:16
2015년 빅딜때 남겨둔 지분
삼성SDI도 4.05% 함께 매각
가격 1조원 넘어설 듯

사업재편 등 내부자금 필요
회사가치 뛰어 차익실현 적기


[ 정영효/좌동욱 기자 ] ▶마켓인사이트 11월7일 오후 3시55분

삼성물산과 삼성SDI가 보유하고 있는 한화종합화학(옛 삼성종합화학) 지분 24.1%를 전량 매각한다. 2015년 삼성그룹의 화학 및 방산 계열사를 한화그룹에 통째로 매각한 ‘삼성-한화 빅딜’ 당시 삼성 측이 남겨 놓은 잔여지분으로 매각 가격은 1조원이 넘을 전망이다. 삼성물산은 이 돈으로 새로운 성장동력 확보를 위한 투자에 나설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 왜 지분 남겨뒀나

7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삼성물산(지분율 20.05%·약 852만주)과 삼성SDI(4.05%·약 172만주)는 한화종합화학 지분 총 24.1%(약 1024만주)를 팔기로 결정하고 외국계 증권사 한 곳을 매각주관사로 선정했다. IB업계는 대형 사모펀드(PEF)들을 유력한 인수 후보로 보고 있다.

옛 삼성종합화학 지분 99.5%를 보유하고 있던 삼성물산과 삼성SDI는 2015년 한화그룹과의 빅딜 당시 일부 지분을 남긴 채 한화에 경영권을 팔았다. 삼성종합화학뿐만 아니라 삼성테크윈(현 한화테크윈) 삼성탈레스(현 한화시스템) 삼성토탈(현 한화토탈) 등 4개 계열사를 약 2조원을 들여 인수해야 하는 한화그룹의 자금 부담을 줄여주기 위해서였다. 두 그룹이 거래 이후 협력관계를 이어간다는 상징적인 의미도 있었다. 이후 삼성물산은 주요 주주로서 임원 한 명을 한화종합화학에 파견해오고 있다.

대신 한화그룹은 2021년까지 한화종합화학을 상장시키겠다고 삼성 측에 약속했다. 삼성 측이 보유한 잔여지분을 현금화할 길을 열어주기 위해서였다. 시장 상황에 따라 상장 시기를 2022년까지 1년 더 연기할 수 있도록 여지도 뒀다. 2022년까지 기업공개(IPO)가 성사되지 않으면 삼성물산과 삼성SDI는 보유지분을 일정 금액에 한화에 되팔 수 있는 풋옵션(주식매도청구권)을 보유하기로 했다.

◆어디에 쓰나

삼성물산과 삼성SDI가 이 지분을 조기에 현금화하기로 한 건 사업재편과 신규 투자에 필요한 내부자금을 마련하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간 합병으로 2015년 9월 새출범한 통합 삼성물산은 건설과 패션, 바이오 등을 핵심 사업으로 부문 간 시너지를 높여 새로운 성장 발판을 마련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다양한 영역으로 사업을 확장하고 신수종사업을 확보하기 위해 자금이 필요한 시기라는 해석이 나온다.

삼성그룹의 실질적 지주회사 역할을 하는 삼성물산이 삼성생명이 보유하고 있는 삼성전자 지분을 사들이기 위해 미리 자금 마련에 나섰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2021년 보험사에 대한 신(新)지급여력제도가 도입되면 삼성생명은 보유하고 있는 삼성전자 지분 8.13%에 대해 최대 9조원 가까운 준비금을 쌓아야 한다. 또 새 정부 들어 금산분리를 강화하는 법안이 속속 국회에 상정돼 삼성생명이 삼성전자 지분 일부를 팔 것이란 관측이 이어지고 있다.

◆왜 지금인가

한화종합화학의 기업 가치가 높아진 지금이 현금화하기에 적기라고 판단했다는 시각도 있다. 석유화학업계 호황으로 석유화학회사들의 가치가 뛰고 있어서다. 한화종합화학 역시 한화그룹에 편입된 이후 회사 가치가 두 배 이상 뛰었다.

2015년 말 2656억원이던 한화종합화학의 감가상각비 차감 전 영업이익(EBITDA)은 지난해 5753억원으로 121% 급증했다. 보통 석유화학회사의 총기업가치(EV)가 EBITDA의 6~8배라는 점을 고려하면 한화종합화학의 현재 가치는 약 3조5000억~4조6000억원이라는 계산이 나온다. 올해 실적이 더 개선될 것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삼성물산 보유지분 가치는 1조~1조5000억원에 달할 전망이다.

IB업계 관계자는 “향후 석유화학 업종 상황에 따른 불확실성을 안고 가기보다 올해 차익을 실현하는 게 낫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향후 IPO 등을 통해 투자금을 회 수하기가 쉬워 대형 PEF들이 삼성 측 지분 인수에 관심을 보이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영효/좌동욱 기자 hug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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