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서] 여론전·압박·구속에 집착…'윤석열식 특수수사' 도마

입력 2017-11-07 18:37
수정 2017-11-08 05:38
"현직 검사 몸 던졌는데…뒤로 숨는 은둔의 지배자"
"수사 방식·리더십 문제" 지적


[ 고윤상 기자 ] “검사가 몸을 던졌는데 수사 책임자이자 동기이기도 한 윤석열 서울중앙지검장은 나서지 않는다는 게 참 씁쓸하다.”

변창훈 검사가 6일 유명을 달리한 후 침통한 분위기가 검찰을 압도하고 있다.

고인이 스스로 세상을 등진 이유를 쉽게 추론해선 안 된다. 하지만 시발점이 검찰 수사임은 분명하다. ‘너희가 죽였다’며 빈소에서마저 검찰을 성토하는 목소리가 높은 이유다. 한 검찰 고위간부 출신 변호사는 “영혼까지 터는 특수수사 방식의 예고된 참극”이라며 안타까워했다.

특수수사에서는 ‘신속한 전방위 압박’이 기본 옵션이다. 조용히 정보를 수집한 다음 대규모 압수수색으로 포문을 연다. 여론의 관심을 끈 상태에서 피의자들이 줄줄이 소환돼 포토라인 앞에 선다. 수사 과정에서 별건·주변인 조사로 피의자를 압박하는 일도 비일비재하다. 마지막은 영장 청구다. 구속영장이 나오면 검사들은 ‘반은 끝났다’고 말한다. 통상은 그렇다.

비정함이 지배하는 특수수사 중에서도 ‘윤석열식 특수수사’는 결이 또 다르다는 게 검찰 관계자들의 이구동성이다. 그는 ‘여론전’에 특히 강하다는 평이다. ‘영장 재청구’와 ‘긴급체포’도 즐겨 쓰는 카드다. 윤 지검장이 박영수 특별검사팀에 있을 당시 ‘입시 비리’로 대학 교수를 줄줄이 긴급체포하고, 지검장이 되자마자 최순실 씨 딸 정유라 씨에게 두 번이나 영장을 청구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최근 금융권을 중심으로 윤석열 스타일에 대한 공포 섞인 우려가 쏟아지는 까닭도 이와 무관치 않다. 작은 단서라도 걸리면 사돈의 팔촌까지 탈탈 털어 별건일지라도 끝내 집어넣기 때문이다.

한 법조계 관계자는 “특검 당시 몇 개 언론의 1면 제목을 쭉 살펴보면 특검의 공소장 순서와 정확히 일치한다”며 “특검이 피의사실 공표로 언론을 이용한 것”이라고 말했다.

나라가 시끄럽지만 윤 지검장은 뒤로 물러서 있다. 동기 검사 죽음 앞에서도 말이 없다. 변 검사의 비극적 소식이 전해진 뒤 국정원 수사팀이 기자들에게 보낸 ‘건조한’ 문자도 논란을 불렀다. 수사팀은 “서울중앙지검 국정원 수사팀은 변 검사 사망과 관련해 고인 및 유족에 대해 심심한 애도의 뜻을 표하는 바이며 매우 안타까운 심경을 금하기 어려움”이라는 문자를 보냈다. 무슨 남 일 이야기하냐는 수군거림이 여기저기서 터져나왔다.

현직 부부장검사는 “검찰 내에서도 윤 지검장 리더십에 상당히 문제가 있다는 인식이 퍼지고 있다”며 “수사 방식은 차치하더라도 고인의 죽음 이후 대처 방식은 정말 실망스러운 수준”이라고 했다. 일각에서 ‘은둔형 지배자’ ‘대마왕적 리더십’이라는 평가까지 나오는 배경이다.

참극이 벌어진 뒤 포털에서는 “더 피비린내가 나야 한다”는 식의 섬뜩한 댓글이 넘친다. ‘윤석열 스타일’에 대한 일각의 열광이다. 하지만 이 대목에서 고대 로마 콜로세움의 피 튀기는 검투 시합을 보고 환호하는 군중을 연상하는 사람도 늘고 있다. 윤 지검장은 어떤 나라를 그리고 있는가.

고윤상 지식사회부 기자 ky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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