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세계 첫 흑자·신라는 깜짝 실적…경쟁력 확인한 3분기
"한국 면세점, 짝퉁 없고 저렴"
중국 보따리상들 대량 구매 이어져
한·중 관계 개선 땐 가장 큰 수혜
[ 안재광 기자 ] “기대했던 것보다 훨씬 좋았다.”
신라면세점이 지난 3분기 실적을 공개하자 증권사 애널리스트들이 보인 반응이다. 신라면세점의 3분기 영업이익은 235억원. 2분기(80억원)보다 3배나 늘었다. 중국의 사드(고고도 미사일방어체계) 보복으로 인한 유커(중국인 단체관광객) 감소를 이겨냈다는 평가다. 3분기 매출도 9490억원으로 2분기보다 14.5% 증가했다. 함승희 미래에셋대우 애널리스트는 “사드 보복 등 외부 요인만 주목한 탓에 정작 국내 주요 면세 사업자들의 역량을 너무 낮게 평가한 것 같다”며 “근원적 경쟁력이 빛을 내는 시기”라고 평가했다.
신라뿐 아니라 다른 면세점들의 실적도 사드 사태 이전 수준으로 점차 회복하고 있다. 지금까지 3분기 실적을 공개한 면세점 대부분이 전 분기보다 매출이 늘었다. 영업이익도 증가하거나, 적자폭이 감소했다.
신세계면세점은 지난 3분기에 처음 분기 흑자를 냈다. 영업이익은 100억원. 작년 5월 서울 소공동에 면세점 문을 연 이후 첫 흑자다. 매출은 3360억원으로 전 분기 대비 38% 증가했다. 두타면세점과 갤러리아면세점63은 매출이 늘고 적자 폭이 줄었다. 업계 1위 롯데면세점도 지난 3분기 매출이 10% 이상 증가했을 것으로 업계에선 추정한다. 영업이익도 2분기 약 300억원 적자에서 3분기 흑자전환했을 것으로 본다. HDC신라면세점 또한 흑자를 냈을 것으로 추정된다.
실적이 좋아진 것은 한국 면세점의 탄탄한 경쟁력에 있다는 분석이다.
국내 면세점들은 매출의 약 60%, 이익의 80%를 중국인 관광객을 통해 올렸다. 지난 3월부터 유커 방문이 뚝 끊기면서 면세점들은 지난 2분기 큰 타격을 입었다. 하지만 중국인들의 한국 면세품 쇼핑 수요는 다시 살아났다. ‘한국 면세점에는 짝퉁이 없고, 가격도 다른 해외 면세점 대비 10% 이상 저렴하다’는 믿음이 있었다. 이 수요를 고스란히 중국인 보따리상(따이궁)들이 흡수했다. 따이궁들은 한국 면세점에서 대량으로 물건을 구입한 뒤 중국에서 재판매했다.
면세점들이 여행사에 주는 송객 수수료가 감소한 것도 실적 개선의 이유다. 면세점들은 그동안 여행사를 통해 유커나 따이궁을 불러 오려고 송객 수수료, 일종의 리베이트를 줬다. 이 비율이 올 상반기 매출 대비 20.8%에 달했다. 하반기 들어선 면세점들이 과도한 송객 수수료를 낮추려는 자정 노력을 했다. 계속 적자를 내고 물건을 팔 수는 없었기 때문이다. 신라면세점의 3분기 매출 대비 송객 수수료율은 9.9%. 2015년 4분기 이후 처음 10% 아래로 떨어졌다. 롯데 신세계면세점 등도 이 비율을 크게 낮췄다.
면세점들의 실적은 4분기 이후 더 좋아질 것이란 전망이다. 연말 연초가 면세점 대목인데다 한·중 관계 개선으로 중국인 관광객 증가가 예상되기 때문이다. 박종대 하나금융투자 애널리스트는 “내년 한국에 들어오는 중국인은 올해 대비 약 80% 증가한 737만 명에 달할 것”이라며 “중국인 관광객이 늘면 면세점이 가장 큰 수혜를 볼 것”이라고 진단했다.
면세점들의 해외 진출도 예정돼 있다. 신라면세점은 싱가포르 창이국제공항 4터미널에서 화장품 및 향수 매장 문을 열고 본격적인 영업을 시작했다고 7일 발표했다. 기존 1~3터미널 매장을 합쳐 매장 수는 총 23개, 매장 규모는 8000㎡(약 2420평)로 커졌다. 신라면세점은 마카오 태국 일본 등에서도 면세점을 운영 중이다. 신라면세점 관계자는 “작년 5000억원 규모였던 해외 부문 매출이 곧 1조원을 넘어설 것”이라고 말했다.
안재광 기자 ahnjk@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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