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무성 등 9명 탈당 선언…국회 '3당 체제'로
바른정당, 생존 위한 선택은…
잔류파, 추가 탈당 우려 속
호남 중진과 정면충돌한 안철수 "중도혁신의 길 포기할 수 없다"
유승민과 통합 시도 가능성
인위적 정계 개편 없다지만…
민주, 몸집 커진 한국당 견제 위해 국민의당과 연대·통합 모색
한국당은 보수대통합 속도낼 듯
[ 유승호 기자 ] 바른정당 의원 9명이 6일 탈당을 선언하면서 연쇄적인 정계 개편이 일어날 가능성이 높아졌다. 당장 바른정당이 11석으로 줄어들면서 원내교섭단체(20석 이상) 지위를 잃어 국회는 4당 체제에서 3당 체제로 재편된다. 바른정당 탈당파가 합류하면 자유한국당은 107석에서 116석으로 몸집을 키워 더불어민주당(121석)과 균형을 맞출 수 있는 수준이 된다. 제3당인 국민의당과 교섭단체 지위를 잃은 바른정당은 양대 정당 사이에서 생존을 모색해야 한다.
◆보수 대통합 vs 민주 ‘1당 지키기’
한국당은 여세를 몰아 보수 세력 결집에 나선다는 방침이다. 바른정당 의원들의 복당을 발판 삼아 민주당과 1 대 1 대결 구도를 뚜렷이 하겠다는 것이 한국당의 전략이다. 보수 지지세가 한국당으로 집중되면 바른정당에서 추가 탈당자가 나올 가능성도 있다.
다만 친박(친박근혜)계가 박근혜 전 대통령 제명과 바른정당 의원들의 복당에 반대하는 등 인적 쇄신을 놓고 갈등의 불씨가 남아 있는 점이 변수다. 친박 좌장격인 서청원 의원은 이날 페이스북에서 “홍준표 대표는 박 전 대통령을 탈법적으로 몰아내고 그것도 모자라 우리의 자진 탈당을 종용하고 있다”며 “구태 정치인 홍준표를 당에 놔두고 떠날 수는 없다”고 밝혔다.
민주당은 겉으로는 인위적인 정계 개편과 거리를 둔다는 방침이다. 추미애 대표는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민생과 경제를 내팽개치고 정계 개편 놀음을 할 여유가 없다”며 “민주당은 인위적 정계 개편에 좌고우면하지 않고 입법과 예산안 통과에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3당 체제에서 민주당은 각종 개혁 입법에서 정의당을 우군으로 확보한 가운데 국민의당과 연대, 한국당을 고립시킨다는 전략이다. 바른정당 잔류파 의원들이 추가로 한국당으로 복귀해 민주당이 원내 1당 지위를 위협받는 상황이 되면 국민의당과 더욱 적극적인 연대 또는 통합을 모색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나란히 ‘마이웨이’ 선언한 안철수·유승민
민주당이 국민의당과 통합을 시도할 경우 1차 타깃은 호남 의원들이 될 전망이다. 마침 국민의당 내부에서도 안철수 대표와 호남 의원들 간 균열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호남 3선인 유성엽 의원은 이날 소속 국회의원과 지역위원장들이 있는 메신저 방에서 “(안 대표가) 바른정당과 통합을 거론했다가 당내 분란만 야기해 놓고 슬그머니 덮어버리는 것은 이해할 수 없다”며 “지금이라도 당의 미래를 위해 중대한 결단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안 대표가 사퇴해야 한다는 취지로 풀이되는 발언이다. 박지원 의원도 페이스북에서 바른정당 분당을 언급하면서 “통합·연대를 주장하던 국민의당은 닭 쫓던 개 지붕 쳐다보는 신세가 됐다”고 지적했다.
이에 이스라엘을 방문 중인 안 대표는 페이스북에서 “정상적인 문제 제기의 범위를 넘었다”며 “모두 함께 가길 바라지만 응당 가야 할 길을 비정상으로 인식한다면 끝까지 같이 못할 분이 있더라도 가겠다. 반패권과 중도 혁신의 길을 포기할 수 없다”고 밝혔다.
호남 의원들의 이탈이 가시화할 경우 안 대표는 유승민 의원을 중심으로 한 바른정당 잔류파에 러브콜을 보낼 가능성이 있다. 잔류파들도 위축된 세력을 만회하기 위해 적극적인 외연 확장에 나설 필요성이 있기 때문이다. 유 의원은 이날 기자들과 만나 “몇 명이 남더라도 우리가 가고자 했던 길로 계속 가겠다는 마음에 변함없다”며 “새로운 보수 정치의 길에 동의하면 한국당이든 국민의당이든 헤쳐모여 식의 통합을 하는 것이 옳은 통합이라 생각하고, 앞으로도 그런 노력을 계속하겠다”고 말했다.
유승호 기자 ush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