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J대한통운, 제마뎁 인수
2013년 인수제안 성과 없어
제마뎁 본사 빌딩 사들여
'한지붕' 식구로 인연 쌓아
자문사로 CS·세종 선정
2015년 본격 인수 작업
물류사업만 분사한 뒤
인수하는 방식으로 진행
태광실업 인수전 참여로 긴장
CS·세종 발로 뛰며 자문
'기념비적 거래' 성사시켜
[ 정소람 기자 ]
역대 최장 기간의 추석 연휴는 남의 얘기였다. 지난 9월 베트남 호찌민에서 현지 1위 물류업체 제마뎁 임직원과 마주 앉은 CJ대한통운과 크레디트스위스(CS) 인수 협상팀의 이마엔 식은땀이 흘렀다. 협상이 마무리되려던 찰나 이견이 제기됐다. 협상이 시작된 2015년 이후 벌써 세 번째 맞는 추석이었다. 며칠간의 추가 협상 끝에 연휴 중반에야 마침표를 찍을 수 있었다.
CJ대한통운은 연휴 직후인 지난달 10일 제마뎁의 물류 및 해운부문 지분 50.9%를 978억원에 인수한다고 발표했다. 최근 수년간 잇단 기업 인수합병(M&A)으로 사세를 키워 온 CJ대한통운의 인수 노하우와 자문단의 뚝심이 없었다면 성사되기 어려운 거래였다.
◆‘한 지붕’ 아래 이뤄진 길고 긴 협상
CJ대한통운이 제마뎁에 관심을 가진 건 2013년께부터다. 베트남 1위 물류 업체인 데다 라오스, 캄보디아 등 인근 시장 접근성도 높아 욕심이 나는 매물이었다. 자문사 없이 제마뎁에 인수 의향을 전달했지만 진전되지 않았다. 다만 다른 방식으로 관계를 맺는 데 성공했다. 2014년 CJ대한통운 및 다른 계열사들이 자금을 모아 호찌민의 제마뎁 본사 빌딩을 인수했다. 베트남에 파견된 CJ 직원들이 제마뎁 빌딩에 입주하면서 두 회사 직원들은 ‘한 지붕’ 식구가 됐다.
본격적인 인수 작업은 2015년 크레디트스위스(CS)를 재무 자문사로 선임하면서 시작됐다. 법률자문사로는 법무법인 세종을 뽑았다. 인수 구조를 짜는 건 쉽지 않았다. 제마뎁은 물류뿐 아니라 항만, 부동산 개발 등 다양한 사업부를 둔 상장 대기업이었다. CJ는 자사 물류부문과 시너지가 크지 않은 항만부문까지 인수할 필요가 없었다. 물류 사업부문을 별개의 회사로 분사한 뒤 인수하는 방식으로 구조를 짰다. 총기업가치(EV)는 2000억~3000억원가량으로 평가했다.
협상은 쉽지 않았다. 특히 베트남 기업들이 M&A 경험이 많지 않아 의사결정에 몇 배는 더 시간이 걸렸다. 법률 자문에 참여했던 한 변호사는 “베트남 현지 로펌들도 M&A 관련 계약서를 써 본 경험이 없어 더 애를 먹었다”며 “제마뎁 측의 법률 자문까지 도와줘야 하는 상황이었다”고 말했다.
◆‘복병’ 태광실업의 등장
올해 초 갑작스러운 ‘복병’이 나타나면서 1년 반 가까이 공들여 진행해 온 협상에 빨간 불이 켜졌다. 제마뎁의 전환사채(CB)를 보유한 재무적투자자(FI) 베트남인베스트먼트그룹(VIG)과 일부 대주주가 별도로 경영권 지분 매각에 나선 것이다.
박연차 회장이 이끄는 태광실업이 거래에 뛰어들면서 긴장감이 더해졌다. 태광실업은 베트남 진출 1세대 기업으로 이미 베트남에 많은 사업장과 네트워크를 보유한 회사였다. 지난 5월 태광실업이 지분 인수를 위한 구속력 있는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CJ의 노력은 물거품이 되는 듯했다.
위협은 오래가지 않았다. 태광실업이 실사 도중 인수 작업을 잠정 중단한 것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베트남에서는 상장사 지분을 51% 이상 살 수 없어 인수 구조를 짜기 쉽지 않았던 것 같다”며 “기존 신발 사업과의 시너지에 확신이 없던 것도 발목을 잡았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뚝심으로 일군 기념비적 거래
멈췄던 CJ와의 협상이 급물살을 탔다. 토종 사모펀드(PEF) 운용사 스틱인베스트먼트가 인수 금액 978억원 중 30%에 해당하는 293억원을 보태기로 하면서 거래 구조도 이상적으로 짜였다.
재무 및 법률 자문단은 이번 거래의 숨은 공신으로 꼽힌다. CS의 제마뎁 담당 뱅커들은 지난 2년간 베트남을 수도 없이 오가며 양측의 이견을 좁힌 끝에 이상적인 거래 구조를 만드는 데 기여했다는 평가다. 세종 변호사들도 협상 과정에서 많은 법적 걸림돌을 없애며 양측의 징검다리 역할을 했다. 한 거래 관계자는 “2년이 넘는 기간 동안 제마뎁 인수 계약서만 수십 가지 버전으로 만들어졌을 정도로 우여곡절이 많았다”며 “거래 규모는 1000억원 정도로 CJ엔 크지 않지만 뚝심과 끈기로 이뤄낸 기념비적인 거래”라고 자평했다.
정소람 기자 ram@hank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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