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은상 신라젠 대표 "간암 3상 순항…내년 적응증 확장 가능성 보일 것"

입력 2017-11-06 16:01
수정 2017-11-06 18:35
간암 환자 많은 中서 3상 승인
신장암 대장암 유방암 등 7개 글로벌 임상 진행 중
미국 국립 암연구소와 지난달 병행 임상 시작




"항암바이러스가 세상을 다 바꿨다고 글로벌 제약사들이 얘기하고 있습니다. 이제는 항암바이
러스와 면역항암제를 같이 쓰는 것이 가장 좋다는 공감대가 생겼습니다. 세계 최고의 제약사와
세계 최고의 기관이 신라젠을 찾는 이유입니다."

지난 2일 여의도 서울 지사에서 만난 문은상 신라젠 대표(사진)는 "수년 전만해도 항암바이러
스를 이야기하면 대부분 거짓말이라는 반응을 보였다"며 "지금은 세계가 '펙사벡'을 주목하고
있다"고 말했다.

다음달 6일 상장 1주년을 맞는 신라젠의 현재 시가총액은 5조4000억원에 달한다. 공모가 1만5000원였던 이 회사 주가는 8만원을 넘어섰다.

문 대표는 "공상과학소설이라고 치부했던 일들을 신라젠은 한 단계씩 이뤄나가고 있다"며 "현
재 '펙사벡'의 간암 대상 글로벌 임상 3상이 순항하고 있고, 내년에는 면역항암제 및 화학항암
제와의 병용요법 임상들의 중간 결과가 나올 것"이라고 했다.

임상 1,2상 단계 병용요법들에서 긍정적 결과가 나오면 신라젠을 바라보는 시각이 또 달라질
것이란 예상이다.

간암 3상, 中 승인으로 속도 빨라질 것

펙사벡은 유전자 재조합 백시니아(우두) 바이러스다. 백시니아 바이러스에서 '티미딘 인산화효
소(TK)'를 못 만들게 했다. TK는 바이러스 증식에 필요한 일종의 에너지 공급원이다.

번식을 위해 TK를 찾던 펙사벡은 암세포 안으로 들어가게 된다. 무한 증식하는 암세포도 왕성
하게 TK를 분비하기 때문이다. 암세포로 파고든 펙사벡은 TK를 빼앗아 빠르게 증식한다. 펙사
벡의 빠른 증식으로 암세포는 결국 터져 죽게 된다. 펙사벡이 암세포에만 작용하는 원리다.

또 암세포가 터지면서 숨어 있던 항원이 드러나, 인체의 면역 반응을 유도하게 된다. 직접적인
암세포 살상뿐 아니라 면역 체계를 움직여 항암 작용을 하는 것이다.

문 대표는 "그동안의 항암제들이 암이 발생하는 원인에서 치료법을 찾았다면, 항암바이러스는
암의 결과인 암세포에 작용한다"며 "암은 다양한 원인으로 발병하기 때문에 원인과 관련된 치
료법에는 한계가 있었다"고 말했다.

항암바이러스의 개발은 암세포의 천적을 찾은 것과 같다고 했다. 특히 난공불락이었던 암
덩어리를 터트려 암의 방어막을 없애자 대부분 항암제의 효과가 높아지는 결과를 보이고 있다
는 설명이다.

MSD의 면역관문억제제 '키트루다'와 암젠의 항암바이러스 '임리직'을 병용 투여한 임상 1상에서 피부암 완치율은 33%를 기록했다. 이는 키트루다를 단독으로 썼을 때의 5%보다 6배 이상 높은 것이다. 신라젠의 프랑스 협력사 트랜스진은 지난 9월 열린 유럽종양학회에서 펙사벡과 화학항암제 사이클로포스파미드 저용량 병용요법에 대한 1b상 결과를 발표했다. 문 대표는 10명 중 2명에서 '최상의 결과'가 나왔다고 전했다.

신라젠은 현재 간암 신장암 대장암 유방암 등을 대상으로 7개의 펙사벡 글로벌 임상을 진행하
고 있다. 대부분 다른 항암제와 같이 투여하는 병용요법 임상이다. 속도가 가장 빠른 간암은 3
상 단계로 바이엘의 '넥사바'와의 병용이 이뤄지고 있다.

문 대표는 "600명의 환자를 목표로 하는 간암 3상은 현재 200명 이상의 환자가 등록됐다"며 "
지난 7월 세계 간암 환자의 50%가 분포하고 있는 중국에서의 3상 개시 승인으로 환자 모집 속
도가 빨라질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3상 데이터는 2019년 연말께면 완성될 것으로 보고 있다.

2018년 적응증 확장 가능성 도출

내년에는 간암뿐 아니라 다른 고형암에서의 가능성이 도출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간암을 제외한 6건의 임상들에서 중간 결과가 나올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문 대표는 "펙사벡의 장점은 백시니아 바이러스가 온 몸을 돌아다니며 감염된다는 것"이라며 "헤르페스 바이러스는 피부를 중심으로 움직이기 때문에 피부암(흑색종)에만 적용할 수 있으나, 백시니아 바이러스는 모든 고형암에 효과가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세계 최초로 승인된 항암바이러스인 암젠의 '임리직'은 헤르페스 바이러스를 기반으로 한다. 신라젠의 펙사벡은 임리직 이후 개발 속도가 가장 빠른 항암바이러스 후보물질이다.

펙사벡의 고형암에서의 가능성은 글로벌 제약사 및 연구기관들을 끌어들이고 있다. 지난해 미국의 경제전문지 포브스가 선정한 세계 3위의 혁신기업인 리제네론은 신장암을 대상으로 펙사벡과의 임상 1상 병용요법을 준비하고 있다. 리제네론의 면역관문억제제와 펙사벡 병용 투여 안정성을 확인할 계획이다.

미국 국립 암 연구소(NCI)도 대장암과 관련해 아스트라제네카의 면역관문억제제와 펙사벡의 병용 임상1·2상을 지난달 개시했다. 임상비용은 NCI가 댄다. 이밖에 트랜스진은 면역관문억제제인 옵디보와 여보이 및 화학항암제와 펙사벡 병용 임상을 진행하고 있다.

문 대표는 "대부분 면역관문억제제와의 병용이고 고형암이 대상"이라며 "한 곳에서만 긍정적 결과가 확인돼도 나머지 임상들에 대한 기대감이 커질 것"이라고 했다.

그는 "글로벌 제약사들도 펙사벡의 가능성을 믿고 함께 객관적 데이터를 만들어나가자고 하는 것"이라며 "객관적 데이터가 확보되면 기술수출에 있어 신라젠의 선택지도 많아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민수 기자 hm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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