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아자동차, 인도 첫 공장 순항…"13억달러 실탄 장전 끝"

입력 2017-11-05 19:35
수정 2017-11-06 05:39
연간 생산량 30만대 공장 2019년 완공

산탄데르·씨티 등 외국 은행서
투자비 절반 6억4000만달러 조달
산업은행 등서도 3억2000만달러 차입

생산량 80%는 인도서 판매
협력사 등 100여 곳도 동반 진출


[ 장창민/정지은 기자 ]
기아자동차가 인도에 연간 생산량 30만 대 규모의 공장을 짓기 위해 총 13억달러(약 1조4600억원)를 투입하기로 확정했다. ‘실탄 장전’도 마쳤다. 산탄데르 씨티 등 외국 은행으로 구성된 ‘드림팀’과 산업은행 수출입은행 등이 투자비의 대부분을 대기로 했다. 기아차는 2019년 9월 인도 공장을 완공한다. 생산량의 80%를 현지에 팔고, 나머지 20%는 중동 등에 수출한다는 세부 생산·판매 계획도 정했다. 이달 착공하는 인도 공장이 완공되면 중국과 미국에서 판매 급감으로 고전하는 기아차에 새로운 버팀목이 될 전망이다.

◆기아차 자체 투자비 최소화

5일 업계에 따르면 기아차는 인도 남동부 안드라프라데시주(州)에 연산 30만 대 규모의 공장 건설을 위한 투자 및 생산·판매 계획을 최근 확정했다. 기아차는 인도 공장 건설 초기 비용을 총 13억달러로 잡았다. 당초 예상액인 11억달러보다 소폭 늘었다.

기아차는 우선 산탄데르 씨티 스탠다드차타드 ANZ ING 등 굵직한 외국 금융회사들로부터 투자비의 절반인 6억4000만달러를 끌어오기로 했다. 기아차 인도 법인이 조달하는 차입금 전액은 무역보험공사가 보증한다. 그 덕분에 기아차는 상대적으로 싼 이자를 주고 투자비를 조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기아차는 이달 안에 무역보험공사와 이런 내용을 담은 양해각서(MOU)를 맺는다.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도 각각 2억5000만달러와 7000만달러를 기아차에 빌려주기로 했다. 기아차는 투자 총액(13억달러) 중 금융권으로부터 조달하는 돈을 제외한 3억4000만달러를 자체 자금으로 댈 예정이다. 기아차 관계자는 “인도 현지 세금 문제와 회계상 비용 처리 문제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본사 자금 부담을 최소화하는 투자 전략을 짰다”고 설명했다. 이와 별도로 기아차는 최근 통상임금 1심 선고 패소에 따른 1조원가량의 충당금과 운영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1조원 규모의 외화채권을 발행하기도 했다.

기아차는 인도 공장에서 생산한 자동차의 판매 전략도 확정했다. 2019년 9월부터 현지 전략형 소형 세단 및 소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등 30만 대를 생산하기로 했다. 이 중 80%를 인도 현지에서 판매하고 나머지 20%는 중동과 아시아 지역에 수출한다는 방침이다.

현대모비스 등 그룹 계열사와 1차 협력사 등 100여 곳도 총 10억달러를 들여 기아차와 함께 인도에 동반 진출하는 방안을 마련한 것으로 알려졌다. 기아차 현지 공장 부근에 65만㎡에 달하는 부품사 단지를 조성할 계획인 것으로 전해졌다.

◆“인도는 기아차의 새 돌파구”

미국과 중국 등 주요 시장에서 고전하고 있는 기아차는 인도 공장이 새 돌파구가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빠르게 성장하는 현지 시장에서 새로운 성장동력을 찾는다는 구상이다. 지난해 인도 자동차 시장 규모는 296만여 대로 2015년 275만 대보다 7.6% 커졌다.

세계 1위 자동차 시장인 중국의 성장세가 둔화되면서 인구가 많고 가계 소득이 늘어나는 추세인 인도가 차세대 시장으로 떠오르고 있다. 인구 13억 명의 인도는 1만 명당 자동차 보유 대수가 294대에 불과하다. 한국(3990대)은 물론 중국(1047대)과 비교해도 격차가 크다. 그만큼 성장 가능성이 높은 시장이다.

기아차 공장은 기존 현대자동차 첸나이공장과 390㎞ 떨어진 곳에 있다. 기아차의 인도 공장은 유럽과 중동지역 수출기지 역할을 하는 동시에 현대차그룹의 생산 포트폴리오를 다양화해 리스크를 줄이는 효과도 낼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현대차그룹의 인도 시장 공략 확대는 기존 주력 시장인 미국과 중국의 성장률 둔화에 대응하는 전략이 될 전망이다.

현대차그룹 관계자는 “현대차가 인도에서 고급차 브랜드 위상을 다져놨기 때문에 기아차도 빠르게 안착할 수 있을 것”이라며 “회복세를 보이는 러시아 브라질 시장과 함께 인도가 새로운 성장동력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장창민/정지은 기자 cmja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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