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이 주빈국 된 터키 이스탄불 국제도서전 막 올라
800개사 참가, 50만명 관람
'연어' 등 한국도서 140종 전시
최윤·김애란 등 독자와 만나
한국 여성문학 관심 높아져
[ 심성미 기자 ]
“한국 작가들은 표현력과 문장력이 정말 좋아요. 주제도 독특해 읽는 맛이 있습니다. 최근엔 한강 작가의 《채식주의자》를 읽고 또 한 번 한국 문학에 반했습니다.”(메르베 가흐르만 이스탄불대 학생·27)
터키 이스탄불에서 ‘문학 한류’의 물꼬가 터졌다. 올초 터키에 번역 소개된 한강의 《채식주의자》는 6쇄를 돌파했다. 최근 번역된 안도현의 《연어》, 황석영의 《바리데기》 역시 호평을 얻고 있다. 물꼬를 강으로 만들기 위해선 번역가 양성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채식주의자》 9개월 만에 6쇄
한국이 주빈국으로 초청받은 제36회 이스탄불 국제도서전이 4일(현지시간) 나흘 일정으로 터키 이스탄불 튜얍 전시장에서 개막했다. 18개국, 800개 출판사 관계사가 참석하고 50만명의 관람객이 방문할 것으로 예상되는 터키 최대 규모의 도서전이다. 올해 서울 국제도서전(약 20만명)보다 방문객 수가 2.5배 더 많다.
한·터키 수교 60주년을 맞아 대한출판문화협회는 252㎡ 규모로 한국관을 마련, 터키어로 출간된 한국 문학도서 15종을 비롯해 한국 도서 140여 종을 전시·소개한다. 최윤과 안도현, 손홍규, 김애란, 천양희, 이성복 작가가 직접 전시관과 이스탄불 시내에서 터키 독자와 만난다. 터키에 작품이 번역 출간됐거나 출간 예정인 작가들이다.
터키는 세계 11위 규모의 출판시장(신문시장 포함)이다. 그러나 아직 두 나라 문학계 간 교류는 거의 없다. 터키에 소개된 한국문학 작품은 15종 남짓이다. ‘K북 한류’의 청신호가 켜진 건 최근이다. 지난 2월 터키에 번역 출간된 《채식주의자》는 9개월 만에 6쇄를 인쇄하는 기록적 성과를 올렸다. 서울 명동 같은 이스탄불 번화가 탁심에 있는 최대 규모 서점 D&R에는 황석영의 《바리데기》 번역본이 진열돼 있다. 터키 에르지예스대 한국어문학과 교수인 괵셀 튀르쾨주 씨는 “터키 사람들이 추리소설류만 읽는 경향이 강하지만 한강, 이문열 작가 등은 터키에서 이름이 꽤 알려져 있다”고 말했다.
◆“한국 작가 사인 받을래요”
이날 도서전에선 ‘최윤, 김애란 작가와의 만남’ 행사가 열렸다. 터키 베스트셀러 작가인 부켓 우주네르의 사회로 한국관에서 진행된 행사에는 80여 명의 터키 독서인이 몰렸다. 우주네르 작가는 “한국 문학의 ‘시적 감수성’은 어디서 나오는가”에 대해 물었다. 김 작가는 “독자가 어떤 이야기를 소설이라는 형식으로 경험해야 하는 이유는 문장에 있다고 생각한다”며 “시조 하이쿠 한시 등 동아시아 문학에서는 산문보다 운문의 전통이 강하다”고 설명했다. 행사장을 찾은 대학생 니란 울루차이(21)는 “소셜네트워크서비스에서 한국문학 페이지를 팔로해 좋은 글을 받아보고 있는데 평소 김애란 작가의 팬이었다”고 말했다.
◆“韓 여성문학 수출 가능성 커”
터키 문학 시장의 약 60%는 번역서다. 현지 전문가들은 한국의 ‘여성 문학’이 터키에서 많은 독자를 끌어모을 힘을 갖고 있다고 입을 모았다. 2006년 노벨문학상 수상자인 터키 작가 오르한 파묵의 책 다수를 한국어로 번역한 이난아 한국외국어대 교수는 “터키의 주요 독자층이 젊은 여성이어서 터키에서 가장 많이 팔리는 작품은 현대 여성이 느끼는 압박감을 다룬 소설”이라며 “그들은 여성이 순종적이라고 알려진 동양권 국가의 여성 인권 문제에 관심이 많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최근 공지영 작가의 《우리들의 행복한 시간》 판권을 얻기 위해 터키 출판사 사이에서 치열한 경합이 붙을 정도”라고 덧붙였다.
한국 문학이 터키 시장에 진출하는 데 가장 큰 장벽은 번역 문제다. 한국 작품을 터키어로 제대로 번역할 수 있는 번역가는 4~5명뿐이다. 튀르쾨주 교수는 “번역가가 부족해 터키 현지 출판사의 요구에 응하지 못하고 있다”며 “한국 정부나 문학번역원 등에서 대학원생 연수 기회 등을 늘려 실력있는 번역가를 양성하는 게 급선무”라고 지적했다.
이스탄불=심성미 기자 smshim@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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