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LPGA 마지막 메이저' 하이트진로 챔피언십
드라이버 비거리 230야드 단점
초정밀 아이언·퍼팅으로 극복
통산 6승째…메이저 우승만 2회
[ 이관우 기자 ]
이승현(26·NH투자증권)이 늦깎이 시즌 첫승을 신고했다. 하지만 의미가 크다. 1라운드부터 4라운드까지 선두를 놓치지 않은 ‘와이어 투 와이어’ 우승이다. 게다가 2위 그룹을 9타 차로 멀찍이 밀어낸 압도적 성적이다. 그것도 한국과 미국, 일본 투어 상금왕과 메이저 챔프들이 출전한 시즌 마지막 메이저 대회에서다.
2위 그룹 9타 차로 압도
이승현은 5일 경기 여주 블루헤런골프장(파72·6736야드)에서 열린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투어 하이트진로챔피언십(총상금 8억원) 4라운드에서 5언더파 67타를 쳤다. 보기는 한 개만 내주고 버디 6개를 쓸어담았다. 최종합계 14언더파 274타를 적어낸 이승현은 5언더파 공동 2위 그룹인 최혜진(19·롯데), 이정은(21·토니모리), 김민선(22·CJ오쇼핑)을 9타 차로 따돌리고 우승컵을 들어 올렸다. 시즌 첫승이자 통산 6승째다. 이 대회가 4라운드 메이저 대회로 승격한 뒤 와이어 투 와이어 우승이 나온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9타 차 우승도 역대 최다 타수 차다.
상금 1억6000만원을 추가한 이승현은 총상금을 5억1143만원으로 늘려 13위던 상금랭킹을 7위로 끌어올렸다. 이승현의 메이저 대회 우승은 2013년 KB금융스타챔피언십에 이어 두 번째다.
이승현은 2011년 러시앤캐시채리티클래식에서 생애 첫승을 신고했다. 이후 2013년, 2014년 1승을 추가한 뒤 2016년 2승을 올리며 전성기를 누렸다. 하지만 지난해 10월 혼마골프·서울경제 레이디스 클래식 이후 1년 넘게 트로피를 수집하지 못했다. 고질적인 막판 체력 고갈 문제를 추석 연휴 때 집중적으로 보강한 게 효험을 봤다.
이승현은 “샷과 퍼트감이 모두 떨어져 힘든 시기를 보냈다”며 “이번 기회만큼은 놓치지 말자고 생각하고 이를 악물었는데 다행히 좋은 결과가 나왔다”며 기뻐했다.
230야드 ‘짤순이’의 ‘정교한 반란’
이승현은 대표적인 단타자다. 드라이버 비거리가 234.61야드에 불과하다. 투어 비거리 순위가 최하위급인 109위다. 하지만 ‘퍼팅 귀재’ ‘아이언 달인’ 등 여러 별명의 소유자답게 정확도로 거리의 한계를 넘어섰다. 그의 드라이버 페어웨이 안착률은 81.22%로 투어 4위다. 그린에 공을 올리는 아이언 정확도가 투어 30위(73.41%), 라운드당 평균 퍼팅이 29.72회로 3위다. 이날 그는 특히 롱퍼팅에서 공이 홀컵을 찾아가는 듯한 ‘내비게이션급’ 퍼팅 실력을 발휘했다. 이날 잡아낸 버디 6개가 5~12m 거리에서 적중시킨 장거리 퍼팅이었다. 6번 홀에서는 5m가 넘는 긴 파퍼트를 홀에 정확히 떨궈 파세이브에 성공해 위기를 넘겼다. 마지막 18번 홀에서는 6m 안팎의 긴 퍼트를 홀컵 한가운데로 꽂아 넣으며 챔피언 퍼트를 완벽하게 마무리 지었다.
나흘 내내 이승현을 뒤쫓던 추격자들은 제풀에 꺾였다. 5년 만에 투어 2승째를 노린 정희원(26·파인테크닉스)은 이승현과 공동선두로 4라운드를 시작했지만 4타를 잃고 2언더파 공동 8위에 만족해야 했다. 2주 연속 우승을 기대했던 김혜선(20·골든블루) 역시 버디 3개, 보기 5개로 2타를 잃고 3언더파 공동 6위로 뒷걸음질을 했다.
미국여자프로골프(LPGA)투어 상금랭킹 1위 박성현(24·KEB하나은행)은 4라운드 내내 이븐파를 쳐 공동 19위, 일본여자프로골프(JLPGA)투어 상금 랭킹 1위 김하늘(29·하이트진로)이 2언더파 공동 8위로 대회를 마무리했다.
이관우 기자 leebro2@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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