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아시아·유럽 교육협력이 지향해야 할 것들

입력 2017-11-05 17:19
오는 21일 서울서 아셈교육장관회의
아시아·유럽 교육의 장점 서로 본받고
홈스테이 등 실질교류 제도화해야

황선준 < 경남교육연구정보원장 >


아시아·유럽의 교육 현안 및 글로벌 교육 협력을 위한 세계 최대 규모의 장관급 지역 간 협의체 ‘제6차 아셈(ASEM) 교육장관회의’가 오는 21~22일 서울에서 열린다. 이번 회의에서는 아셈 교육협력 10년을 맞아 향후 10년간 아시아와 유럽 교육 협력의 비전을 제시하고 교육을 통해 미래를 대비할 수 있도록 청년 고용 촉진과 아시아와 유럽 간 인적 교류 강화를 위한 협력 방안도 논의할 예정이다.

아셈 협력의 원동력이자 궁극적인 목표는 교육을 통한 활발한 인적 교류다. 이를 활성화하기 위해서는 유럽과 아시아 교육의 차이와 장단점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스웨덴이나 일부 다른 유럽 국가 교육은 무엇보다 문제 중심 교육을 실천한다. 무엇이 문제인가를 고민하고 해결하게 하는 교육이 정답이 있는 사실 위주의 지식교육에 치중하는 한국이나 아시아 교육과 다르다고 할 수 있다. 중학교 수준에서 공부하는 프랑스 혁명을 예로 들어보자. 유럽 교사들은 프랑스 혁명이 왜 일어났는지를 2~4명 단위의 모둠 형태로 학생들이 직접 탐구하게 하고 그것을 발표하고 토론하는 형태를 취하며, 교사는 학생들이 스스로 탐구하고 발표한 것에 대해 지도하거나 필요한 보충 설명을 한다. 이런 모습은 한국을 비롯한 아시아의 수업 형태와 사뭇 다르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반면 유럽과 아시아의 공부 방식은 서로 다른 단점도 갖고 있다. 유럽 학생들은 주제 중심으로 공부하고 비판적 사고나 창의력에 강한 반면 사실 위주의 지식 습득에 약한 면이 있다. 아시아 학생들은 많은 사실을 숙지하고 있지만 비판적 사고나 창의력 증진에 대한 공부가 제대로 안 되는 경우가 많다. 이외에 유럽은 한 명의 아이도 포기하지 않고 공부가 느린 아이들도 교육 목표를 달성하게 하는 데 최선을 다하는 평등교육, 아이들 사이의 협력교육, 평생교육과 직업교육, 실생활 중심의 살아있는 교육에 강하다. 반면 아시아는 높은 교육열, 체계적인 학교 교육과정, 뛰어난 아이들을 위한 수월성 교육에 강하다고 할 수 있다.

이렇게 서로 다른 교육적 특징을 고려할 때 아셈 교육장관회의는 세계의 다양한 교육을 한 번에 아우를 수 있는 좋은 기회다. 창의력은 많은 지식과 비판적 사고를 기초로 해 새로운 것을 생각해 내는 능력이다. 축적된 지식 없이 문제 중심으로 생각한다고 하루아침에 창의력이 생기는 것은 아니다. 또 아무리 축적된 지식이 많아도 비판적 사고 없이는 새로운 것을 생각해 내지 못한다. 따라서 지식 전달·습득의 공부와 비판적 사고 및 창의력 증진을 위한 문제 중심 교육 사이의 균형이 양 대륙 미래교육의 지향점일 것이다. 이것이 아셈 같은 교류나 국제학업성취도평가(PISA) 같은 국제학력테스트의 결과로 나타나는 글로벌 교육혁신과 교류의 의의라 하겠다.

이제는 양 대륙이 어떤 방식으로 교류를 확대하고 교류를 통해 어떤 좋은 효과를 얻을 것인가를 고민해야 할 때다. 현재 국가 및 교육청 차원에서 유럽에 많은 교육 탐방을 실시하고 있으나 학교나 수업을 수박 겉핥기식으로 관람하는 정도다. 좀 더 체계적이고 장기적으로 교육행정가, 교직원, 학생들 사이에서의 양 대륙 간 교류가 요구된다고 할 수 있다. 특히 홈스테이, 교환학생 및 교환교사 형태로 교사와 학생 간 교류를 제도화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런 점들을 유의하며 양 대륙 간 교육 교류가 활발하게 이뤄져 4차 산업혁명 시대를 슬기롭고 능동적으로 대처해 나가기를 기대한다.

황선준 < 경남교육연구정보원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