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상춘의 국제경제 읽기] 문재인 정부 첫 경제시련…'대내외 환율왜곡 현상'

입력 2017-11-05 17:11
달러인덱스 상승 속에 원·달러 하락
지난달 이후 수출 증가세 둔화요인
영구적 불태화 개입(PSI) 도입 필요

한상춘 객원논설위원 schan@hankyung.com


대내외 외환시장 간 환율 왜곡 현상이 심해지고 있다. 지난 9월 독일 총선 이후 글로벌 환율 벤치마크지수인 달러인덱스는 91에서 95레벨로 상승했다. 같은 기간 원·달러 환율은 1150원대에서 1110원대로 하락했다. 달러 가치가 주요 통화 대비 회복세를 보이는 반면 원화엔 약세를 나타낸다는 의미다.

달러인덱스는 유로화 비중이 57.6%를 차지한다. 지난 3월 네덜란드 총선, 5월 프랑스 대선, 9월 독일 총선을 거치면서 유럽 통합을 공고히 하는 쪽으로 선거 결과가 나왔다. 작년 6월 브렉시트(영국의 EU 탈퇴) 결정 이후 약세를 보이던 유로화 가치가 강세를 나타내면서 달러인덱스 90레벨이 붕괴될 위기에 몰렸다.

하지만 독일 총선 이후 유로화 가치를 더 끌어올릴 만한 정치 일정이 없다. 이 때문에 차익 매물이 출회하면서 1.20달러를 상회하던 달러·유로 환율이 1.16달러대로 급락해 달러인덱스가 상승하고 있다. 지난달부터 시작된 미국 중앙은행(Fed)의 보유자산 매각과 도널드 트럼프 정부의 세제 개혁 기대까지 겹쳐 달러 가치가 회복하고 있다.

반면 국내 외환시장은 9월 이후 다시 확대되고 있는 경상수지흑자와 Fed의 금리인상 이후 달러 강세를 겨냥한 기업과 개인의 달러 보유물량이 뒤늦게 시장에 돌면서 원·달러 환율이 떨어지는 추세다. 국내 증시에 유입되는 외국인 자금도 환율 왜곡 현상을 심화시키는 요인으로 가세하고 있다.

달러 이외 이종통화 환율은 원·엔과 원·위안화 직거래 시장이 개설돼 있으나 활성화되지 못해 재정거래 방식으로 결정된다. 이를테면 원·헤알화 환율은 원·달러 환율에 헤알화·달러 환율을 대비시켜 구한다는 의미다. 재정거래 방식에서는 달러 가치가 회복하는 속에 원화 대비 약세를 보이면 이종통화에 대해 원화 가치는 자동적으로 강세가 된다.

지난달 이후 국내 기업이 수출에 어려움을 호소하고 수출 증가세가 둔화되고 있는 것은 환율 경쟁력이 약화된 요인이 가장 크다. 대내적으로 왜곡 요인만 없다면 달러인덱스 95레벨대에서는 원·달러 환율이 1150원대는 유지해야 정상이다. 국내 수출업체의 수출채산성이 40원 정도 악화된 셈이다.

더 주목해야 할 것은 규모별로 대기업, 업종별로 반도체를 제외한 중소기업의 수출채산성은 더 나빠지고 있다는 점이다. 지난 3분기 성장률이 연율 4%대에 도달하고 코스피지수가 사상 최고치 행진을 이어가고 있지만 체감경기가 안 좋고 개인이 주식 투자에서 손해를 보는 것도 이 같은 요인이 크다. ‘양극화 심화’는 문재인 정부가 가장 경계하는 대목이다.

Fed가 밝힌 로드맵대로 출구전략(금리인상과 자산 매각)을 가져가고 조만간 통과할 것으로 보이는 트럼프 정부의 세제 개혁안이 추진되면 환율 왜곡 현상은 더 심화될 가능성이 높다. 트럼프 대통령의 한국 방문을 앞둔 민감한 때에 김동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과감하게 구두 개입한 조치가 의미가 크고 적절하다고 평가받는 것도 이 때문이다.

하지만 원화 강세를 방지하기 위한 시장 개입은 근본적인 대책이 아니다. 가장 큰 대내외 환율 왜곡 요인인 경상수지흑자부터 줄여나가야 한다. 특히 한국처럼 ‘양극화형 흑자’는 질적으로 안 좋고 미국으로부터의 환율 조작 압력이 더 커질 가능성이 있다. 대기업과 금융회사의 글로벌 투자를 적극 권장하고 환율변동 보험제는 중소기업 위주로 운용해야 한다.

원천 면에서 경상수지흑자가 당분간 줄어들 가능성이 작다면 운용 면에서 해외투자 활성화 등을 통해 국내 외환시장에 들어오는 달러 물량을 줄여야 한다. 금융위기 이후 국제 간 자금 흐름에 새롭게 나타나고 있는 특징 중 하나가 ‘순응성’이 정형화되고 있다는 사실이다. 순응성이란 환율이 하락할 때 더 하락하고, 상승할 때 더 상승하는 현상을 말한다.

적극적으로 대응해야 한다. 선진국의 양적완화(QE)로 풀린 자금 유입 대처 방안으로 부상하고 있는 ‘영구적 불태화 개입(PSI·permanent sterilized intervention)’도 공론화할 필요가 있다. 국제통화기금(IMF)에서도 권장하는 PSI는 국부펀드 등을 통해 유입 외자에 상응하는 해외자산을 사들여 통화 가치 균형을 맞추는 방안이다.

전제조건도 충분히 갖추고 있다. PSI를 도입하려면 유동성이나 신용위험 면에서 외국인 자금에 대처할 수 있어야 한다. 국내 외화유동성은 2선 자금까지 합치면 5000억달러를 넘어 어떤 방식으로 추정된 적정 외환보유액보다 많다. 이런 방안으로 환율 왜곡 현상을 시정해야 문재인 정부가 지향하는 ‘공유(혹은 공생) 경제’ 실현을 앞당길 수 있다.

한상춘 객원논설위원 scha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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