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롭게 돌아온 포르쉐 최초 4인승 스포츠 세단
넘치는 힘과 똑똑한 변속기
터치식 인포테인먼트 아쉬워
‘원조’라는 수식어가 붙은 자동차와 경쟁할 수 있는 후발 주자는 많지 않다. 먼저 시장을 선점한 만큼 입지가 확고하기 때문이다.
세계 자동차 시장에서 4도어 쿠페의 원조는 메르데세스벤츠다. 2004년 처음으로 ‘CLS클래스’를 선보이면서 차종 간 경계를 무너뜨렸다. 날렵한 디자인과 넉넉한 실내 공간은 쿠페의 단점을 보완해 당시 큰 돌풍을 일으켰다.
4도어 쿠페가 인기를 끌자 독일 전통 스포츠카 브랜드 포르쉐도 이 시장에 뛰어들었다. 과거 콘셉트를 살린 브랜드 최초의 4인승 스포츠 세단 파나메라가 그 주인공이다.
2009년 시장에 나온 파나메라는 전 세계에서 15만 대 넘게 팔리는 등 성공을 거뒀다. 지난 9월엔 새로운 모습으로 바뀐 2세대 신형 파나메라가 국내 시장에 상륙했다.
최근 ‘신형 파나메라 4S’(사진)를 타고 서울 용산에서 경기 가평을 왕복하는 130㎞ 구간을 달렸다.
신형 파나메라 4S의 첫인상은 ‘강인하면서도 부드럽다’는 느낌이었다. 911 시리즈 패밀리 룩을 갖췄지만 차체는 꽉 차 보였다.
뒤로 갈수록 좁아지는 루프(지붕) 라인, 부풀어 오른 뒷바퀴 펜더는 탄탄한 근육질 몸매를 떠올리게 한다. 전면 범퍼에 단 대형 공기 흡입구와 눈매가 매세운 매트릭스 LED(발광다이오드) 헤드라이트는 강렬한 느낌을 줬다.
운전석에 앉아 시동을 걸었다. ‘그르릉’하는 낮고 거친 배기음이 울렸다. 계기판 정중앙에 자리한 엔진 회전수(rpm) 표시가 이 차의 성격을 고스란히 드러냈다.
주행모드를 스포츠 플러스로 바꾸자 지상고(범퍼에서 바닥까지 높이)가 낮아지면서 언제든 튀어 나갈 준비를 마친 듯 긴장감이 감돌았다.
가속 페달을 꾹 밟아 보니 시속 100㎞까지 단숨에 도달했다. 신형 파나메라 4S는 최고 출력 440마력, 최대 토크 56.1㎏.m의 힘을 도로 위에 쏟아낸다. 제로백(정지상태에서 시속 100㎞까지 가속하는 데 걸리는 시간)은 4.4초에 불과하다.
동력을 전달하는 8단 듀얼클러치변속기(PDK)는 넘치는 힘을 효과적으로 배분해줬다. 6단에서 안전 최고 속도(289㎞)를 소화할 뿐만 아니라 6000~7000rpm까지 가뿐히 넘나들었다.
실제 가속이 되는 시점이 한 박자가량 느린 터보 래그(turbo lag)는 거의 없다. 기어 단수를 급격하게 바꿔도 운전자가 원하는 대로 따라왔다. 8단으로 연료 효율을 유지하면서 정속 주행할 수도 있다.
특히 시속 100㎞를 훌쩍 넘어선 고속 주행에서도 편안한 주행 감각을 보여줬다. 강력한 주행 성능과 편안함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았다는 생각이 든다.
V자형 엔진 실린더 사이에 자리한 터보차저는 엔진 무게를 줄일 뿐더러 중심을 낮추는 데 탁월했다. 2.8도가량 방향을 트는 뒷바퀴와 ‘4차원(4D) 섀시 컨트롤’과 ‘에어 서스펜션’ 등은 몸이 시트를 벗어나지 않도록 했다.
넓은 뒷자리와 1304L까지 확장되는 적재 공간은 높은 실용성을 지녔다.
다만 터치식으로 바뀐 인포테인먼트와 내비게이션은 아쉬웠다. 사용자 직관성이 떨어져 조작이 익숙치 않았다. 저렴해 보이는 센터페시아(운전석과 조수석 사이 조종 패널) 하단 송풍구는 차 값을 떠올리게 만든다.
신형 파나메라 4S의 국내 판매 가격은 1억7370만원이다. 포르쉐코리아는 9월 중순부터 이 차의 고객 인도를 시작했다.
박상재 한경닷컴 기자 sangja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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