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들어서만 6번째 수사… "다음은 어디?" 떨고있는 금융계

입력 2017-11-03 19:25
경찰, KB금융 압수수색

BNK·DGB로 시작…금감원·농협금융으로 이어져
채용비리 등 동시다발 수사에 "의도있는 것 아니냐" 시각
금융계 "노조가 고발하면 전부 수사하나" 불만도


[ 이태명/윤희은 기자 ] 금융계가 검찰·경찰 등의 무차별 수사에 벌벌 떨고 있다. 우리은행 채용 비리 검찰 수사를 앞두고 지난 2일 이광구 우리은행장이 사의를 밝힌 지 하루 만에 경찰이 KB금융그룹 압수수색에 나서는 등 검경 수사가 전방위로 확산되고 있어서다. 금융계에선 ‘최순실 게이트’와 관련 있고 노사 간 갈등이 빚어지고 있는 금융회사가 다음 타깃이 될 수 있다는 얘기가 퍼지고 있다.

올 들어 검경 수사를 받고 있는 금융회사는 금융감독원을 포함해 모두 6곳이다. 시작은 지방 금융그룹이었다. 지난 3월부터 주가 조작 혐의로 BNK금융을 압수수색했으며 성세환 BNK금융 회장을 4월 구속했다. 이어 8월 비자금 조성 혐의를 받고 있는 박인규 DGB금융 회장 겸 대구은행장 내사에 착수했다. 9월에는 박 회장 집무실을 압수수색하고 10월 박 회장을 두 차례 소환 조사했다.


다음 타깃은 금감원이었다. 9월20일 감사원이 2015년 금감원의 신입직원 선발 과정에서 특혜 채용이 있었다는 감사 결과를 발표하자, 검찰은 22일 금감원을 압수수색했다. 이 사건으로 금감원 고위 임원이 옷을 벗었고 현재 검찰 수사가 진행 중이다. 이 과정에서 김용환 농협금융지주 회장과 김성택 수출입은행 부행장이 금감원 간부에게 채용 청탁을 한 혐의로 검찰 수사를 받고 있다. 검찰은 지난달 25일 김 회장의 사무실과 자택을 압수수색했다.

이달 3일에는 KB금융이 경찰의 압수수색을 받았다. 윤종규 KB금융 회장의 연임 관련 설문조사에 회사 측이 부당하게 개입했다는 노조의 고발 사건을 조사하기 위해서다. 경찰은 “노조의 온라인 설문조사에 사측이 개입했는지 알아보기 위해 담당 본부장 사무실을 압수수색했다”며 “다른 혐의는 없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금융계에선 결국 경찰 수사가 윤 회장을 향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경찰 관계자도 “담당 본부장 조사 과정에서 (윤 회장의) 지시 여부가 드러나면 윤 회장을 조사할 수 있다”고 말했다.

금융계는 검경 수사의 다음 칼끝이 어디로 향할지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하나금융이 다음 타깃이 될 것이란 예상이 많다. 하나금융은 지난해 말 최순실 씨와 친분이 있는 인사를 본부장으로 승진시키는 특혜를 줬다는 의혹을 받았다. 이와 관련해 KEB하나은행·하나금융투자·하나카드 등 세 계열사 노조는 지난달 말부터 경영진을 성토하는 공동시위를 벌이고 있다.

검경의 잇단 금융계 수사에 대해 금융계 일각에선 ‘이전 정부 관련 인사 몰아내기’로 보고 있다. 금융당국은 강력 부인하고 있다. 하지만 겉보기엔 채용 비리, 비자금 조성 의혹 등 각기 다른 수사지만 새 정부 출범 넉 달 새 동시다발적으로 이뤄지는 뒷배경에 ‘금융계 물갈이’ 의도가 담겨 있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적지 않다. 한 은행 임원은 “지금 금융계는 사실상 사정 정국이어서 최고경영자(CEO)뿐 아니라 대다수 은행원이 숨죽이고 있다”고 전했다.

이태명/윤희은 기자 chihir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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