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 미디어 뉴스룸-BUSINESS] 강남 부자들의 뭉칫돈 '벤처펀드'로 향한다

입력 2017-11-03 18:37
신탁형 벤처펀드 없어서 못 팔아
고수익 기대에 절세 혜택 매력

실패 땐 원금 모두 날릴 수도
믿을만한 창투사 선정이 관건


“최소 3억원의 자금을 평균 5년 이상 묶어 둬야 해요. 투자하기 쉬운 상품은 아니죠. 그런데도 없어서 못 팔아요. 그 덕분에 상품 하나가 출시되면 증권회사 프라이빗뱅커(PB)들도 거의 전쟁을 치릅니다.”

국내 한 증권사 영업점에 근무하는 PB는 최근 ‘신탁형 벤처펀드’의 인기를 이렇게 표현했다. 고액 자산가의 뭉칫돈이 ‘벤처 투자’로 몰리고 있다. 성장 가능성이 높은 벤처기업에 투자함으로써 기업공개(IPO) 등을 통해 높은 수익을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완판되는 벤처펀드 잇달아

한국벤처캐피탈협회에 따르면 2016년 조성된 벤처펀드는 3조1998억원 규모다. 2015년보다 17.9% 증가했다. 한 해 벤처펀드 규모가 3조원을 넘어선 것은 지난해가 처음이다.

올 6월 말까지 신규로 조성된 벤처 투자 규모만 하더라도 1조4163억원에 달한다. 은행 증권사 등 금융회사와 대기업 외에도 고액 자산가를 중심으로 한 개인투자자들의 벤처 투자 비율이 높아진 영향이다.

개인투자자들은 대부분 창업투자회사 벤처조합(벤처펀드)을 통해 투자하는 경우가 많다. 손필수 벤처캐피탈협회 과장은 “개인투자자들이 참여하는 벤처 투자는 대부분 신탁형 사모펀드여서 투자자가 49명으로 제한돼 있다”며 “공모창업투자조합제도는 2008년 처음 도입됐지만 아직 결성된 사례가 없기 때문에 공모펀드를 통해 벤처에 투자할 방법은 현재로선 없다”고 설명했다.

공모펀드가 아니라 사모펀드로 투자가 이뤄지는 만큼 개인투자자는 대부분 증권사와 은행 PB 등을 통해 투자 정보를 전달받는다. 최근에는 벤처펀드에 대한 관심이 커지면서 고객들이 먼저 증권사와 은행 신탁창구에 상담을 요청하기도 한다.

이정란 한국투자증권 영업부 차장은 “펀드 설정액에 따라 49명이 채워지기 전에도 ‘완판’되는 경우가 흔하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높은 수익률 기대… 위험도 감수해야

고액 자산가들이 이처럼 벤처 투자에 눈독을 들이는 가장 큰 이유는 무엇보다 높은 수익률 때문이다. 한국투자파트너스는 2009년 YG엔터테인먼트에 74억원을 투자해 687억원을 회수했다. 내부 수익률(IPR)이 155%다. 에이블C&C는 2003년 15억원을 투자해 223억원을 회수했다. 손 과장은 “벤처 투자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데는 최근 몇 년 새 셀트리온헬스케어 제일홀딩스 등 IPO 시장이 뜨거워진 영향이 크다”고 설명했다. 아직 상장되지 않은 벤처기업에 투자한다는 점에서 벤처펀드 투자를 장외주식 투자처럼 여기는 개인투자자가 적지 않다.

장외거래 주식은 비상장 기업에 대한 정보 접근 문제로 옥석 가리기가 어려운 게 사실이다. 이에 비해 벤처펀드는 창투사와 같은 전문적인 금융사가 투자 기업을 선별하고 운용을 책임지는 만큼 개인투자자는 창투사를 믿고 투자를 결정한다는 것이 차이점이다. 최근에는 IPO 외에도 인수합병(M&A)과 장외거래 등 벤처기업에 투자한 자금을 회수할 방법이 다양해지고 있다는 것 또한 투자 활성화에 긍정적인 요인이다. 절세 혜택도 강력한 매력이다. 투자 금액의 10%(해당 과세연도 종합소득금액의 50% 한도 및 최대 2500만원까지)를 소득공제받을 수 있다.

주의해야 할 점도 적지 않다. 이 차장은 “쉽게 말해 성공하면 매우 높은 수익을 얻을 수 있는 투자처지만 실패하면 원금을 모두 날릴 우려도 있다”며 “개인들은 창투사가 어떤 기업에 투자하는지 정보를 확인하기 어려운 만큼 ‘믿을 만한 창투사’를 선정하는 것이 관건”이라고 강조했다. 펀드 운용보수와 성공보수도 다른 투자 상품에 비해 높은 편이다. 이 차장은 “벤처 투자는 단기간에 성과를 내기 어렵다”며 “기본적으로 5년 이상을 내다보는 장기 투자로 접근하는 것이 좋다”고 조언했다.

이정흔 한경비즈니스 기자 vivaj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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