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잉, 유연근무 선호하는 젊은층 잡기 위해 '주 5일제' 틀부터 깼다"

입력 2017-11-01 18:55
글로벌 인재포럼 2017 우리가 만드는 미래
■ 기조강연 - 지능정보사회와 미래 인재

폴 킴 스탠퍼드대 부원장
"현재의 초등학생 65%는 지금 없는 일자리 갖게 될 것"

안잔 고시 인텔 아시아·태평양 총괄
'피아노계단' 개발한 고교생 연단으로 불러 소개 '눈길'

레기 맥렌던 보잉 부사장
"임시직·계약직 비중 늘려 구글·아마존과 인재 경쟁"


[ 오형주 기자 ]
“마하트마 간디는 ‘내일 죽을 것처럼 살고, 영원히 살 것처럼 배우라’고 했습니다. 여러분은 100세가 될 때까지 늘 재학습하고 자신을 ‘리부팅(재가동)’할 준비가 돼 있나요?”

폴 킴 미국 스탠퍼드대 교육대학원 부원장은 1일 서울 삼성동 그랜드인터컨티넨탈파르나스호텔에서 열린 ‘글로벌 인재포럼 2017’ 기조강연에서 이런 화두를 던졌다. 이날 기조강연의 주제는 ‘지능정보사회와 미래인재’였다. 인공지능(AI)이 상징하는 지능정보사회 도래에 대해 김 부원장이 내놓은 해법은 “끊임없는 학습을 통한 ‘지식과 사고의 리부팅’”이다. 그는 “오늘날 기술은 우리가 미처 이해하기도 전에 급속도로 바뀌고 있다”며 “지금 초등학생의 65%는 현재 존재하지 않는 일자리를 갖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질문하는 학생 많아져야”

김 부원장은 세계 곳곳에서 이뤄지고 있는 교육 혁신에 대해 냉정한 평가를 내렸다. “아직 사람들의 인식이 현실을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는 “‘거꾸로 수업(플립러닝)’이나 온라인 교육 등 여러 시도가 있었지만 여전히 학생들에게 지식과 정보를 제공하는 ‘수동적 학습법’에 머물러 있다”고 진단했다. 아이들에게 컴퓨터나 태블릿PC 또는 로봇을 주자는 캠페인이 펼쳐지고 있지만 정작 중요한 변화가 빠져 있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김 부원장은 교사의 역할 변화가 관건이라고 봤다. “교사들은 지식과 정보를 제공하고 전달하는 ‘티칭’에 주력하고 있지만 이제는 ‘코칭’으로 자신의 역할을 전환할 때”라는 지적이다. 교사의 역할은 학생 개개인의 학습 정도, 강점과 약점 등을 평가하고 올바른 학습과 직업의 방향을 제시하는 데 주안점을 둬야 한다는 설명이다. 이어 김 부원장은 “아이들은 누구나 스스로 일자리를 재창조하고 디자인하는 혁신가가 될 수 있다”며 “직접 과학실험이나 팀 기반 문제 해결 등 경험을 충분히 쌓게 해줘야 한다”고 조언했다.

교육 혁신의 척도로는 ‘질문’을 꼽았다. 김 부원장은 “어린아이는 연간 4만 개 이상의 질문을 하지만 성장하면서 학교와 직장에서 정해준 규칙과 명령을 따르다 보니 질문이 급격히 줄어든다”며 “학생들이 훌륭한 질문을 하게 만드는 것이야말로 교육 혁신”이라고 말했다.

◆미래 대비 못한 교육은 위기

기조강연 두 번째 발표자로 나선 안잔 고시 인텔 기업사회공헌그룹 아태지역 총괄 역시 4차 산업혁명 도래에 걸맞은 교육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음을 우려했다. 고시 총괄은 “세상은 너무 빠르게 변화하고 있는데 현재의 교육은 미래 일자리가 요구하는 역량들을 가르치지 않고 있다”며 “이것은 굉장한 위기”라고 역설했다.

미래 인재 양성에 대해 인텔이 제시한 비전은 ‘인텔 혁신 세대’다. 고시 총괄은 “인텔은 세계 청년들의 기술 역량 격차를 줄이기 위해 혁신의 민주화를 기치로 청년들에게 기술을 가르치는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한국에서는 ‘혁신 랩’을 10개 학교에 설치했고 2019년까지 17개교로 확대할 계획”이라고도 덧붙였다.

고시 총괄은 인텔 혁신 세대로 선정된 한국 학생을 예로 들었다. 이건모 군(영등포고 3)이 주인공. 이군은 시각장애인이 계단을 한 칸씩 오를 때마다 ‘도레미’ 소리가 나도록 하는 ‘피아노 계단 프로젝트’를 주도했다. 고시 총괄은 “원래 구현을 위해선 아주 고가의 기술이 필요했는데 이군 등의 노력으로 단 500달러(약 55만원)에 가능해졌다”고 소개했다.

◆기업은 어떻게 인재를 키우나

보잉 같은 전통적인 제조업 기반의 회사들도 미래형 인재를 길러내기 위해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레기 맥렌던 보잉인터내셔널 인적자원(HR)담당 부사장은 기조강연에서 “엄격한 주 5일 근무제를 없애기 시작한 게 대표적인 사례”라고 말했다.

보잉의 주력 생산기지인 미국 시애틀의 변화가 ‘보잉의 변신’을 이끌었다. 맥렌던 부사장은 “요즘 시애틀의 학생들 사이에선 구글, 페이스북, 아마존은 물론 일론 머스크의 ‘스페이스X’도 인기가 높다”며 “보잉은 유연근무나 임시직을 선호하는 청년들을 끌어들이기 위해 임시직과 계약직의 비중을 늘려가고 있다”고 말했다. 사무실이나 공장에 정기적으로 출근하는 근무 형태도 ‘옛일’이 돼가고 있다.

보잉의 공장이 머신러닝, 로보틱스, 3D(3차원) 프린터 등 첨단 기술로 중무장하고 있는 점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맥렌던 부사장은 “과거 항공기 제조공정을 대표하던 ‘리벳(특수나사) 판금작업’은 아예 사라지고 있다”며 “기존 인력의 은퇴 시점이 다가오는 것과 함께 대대적인 인력 운용의 변화가 불가피한 상황”이라고 했다.

오형주 기자 ohj@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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