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희수의 시사토크]사회적 기업에 대한 착시

입력 2017-11-01 18:14
수정 2017-11-02 09:57
문희수 경제교육연구소장 mhs@hankyung.com


청년 일자리 문제가 좀처럼 진전이 없다. 올 9월 청년실업률은 월간 기준으로 1999년 이후 최고치다. 공식 실업률은 9.2%이고 체감실업률은 9.9%나 된다. 일자리를 달라는 청년들의 호소가 갈수록 뼈 아프게 다가온다.

이런 때에 정부가 지난달 ‘일자리 정책 5년 로드맵’을 내놓았다. 별로 새로울 게 없는 대책들을 제쳐놓고 보면 민간 일자리 창출을 위해 사회적 경제를 활성화하겠다는 내용이 눈에 들어온다. 사회적 기업, 협동조합, 마을기업, 자활기업 등을 일자리 창출의 동력으로 삼겠다는 것이다. 한국은 이들 기업의 고용 비중이 1.4%(2015년)로 유럽연합(EU)의 6.5%에 훨씬 못 미친다며 이를 확대할 것이라는 계획도 제시했다. 우선 구매, 금융 혜택 등 지금보다 확대된 각종 지원이 줄을 이을 것이다.

사회적 기업이 청년 일자리?

그러나 시작부터 겨냥이 잘못됐다. 사회적 기업을 늘린다고 문제가 풀리지 않는다. 고용 대상이 주로 취약계층과 50·60대 이상 고령층이기 때문이다. 최근 이들의 고용률 증가폭이 상대적으로 큰 데에는 사회적 기업 증가가 한몫하고 있을 것이다. 이게 바로 사회적 기업의 효과다. 사회적 기업을 키우는 것은 소득주도 성장에 부응할 수는 있어도 청년들이 원하는 양질의 일자리와는 거리가 멀다.

다들 예상하듯 사회적 기업의 임금은 낮다. 노동연구원에 따르면 이들 기업의 월평균 임금은 일반 기업의 하위 22% 수준이다. 월평균 150만원이 안 되는 곳이 수두룩하다고 한다. 최저임금(월급으로는 올 135만원, 내년 157만원 수준) 미만인 곳이 상당수다.

더욱이 사회적 기업의 지속성에 끊임없이 의문이 제기되는 터다. 정부와 지자체의 각종 지원이 끊긴 다음에는 자력 존속이 어렵다는 것이다. 이번 국회 국정감사 자료를 봐도 4곳 중 3곳은 영업수지가 적자다. 고용노동부 인증을 받은 사회적 기업조차 매출로 인건비를 간신히 충당하는 정도다.

사실 사회적 기업의 사업영역은 전혀 새로운 게 없다. 굳이 사회적 기업이 아니더라도 어디에서든 누군가가 충분히 만들 수 있는 제품들이다. 사회적 기업을 세워 일자리를 창출한다고 하지만 다른 쪽에선 이들 기업의 진입에 밀려 있던 일자리가 없어질 수도 있는 것이다. 사회적 기업이 증가할수록 새로운 일자리와 함께 파괴되는 일자리도 늘어날 수 있다. 이들 기업에 의한 일자리 창출 순증은 실제론 별것 아닐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정부마저 과대포장해서야

사회적 기업의 실상이 이런데도 그 효과를 애써 과대 포장하니 참으로 보기 안쓰럽다. 사회적 기업의 인증 후 3년 생존율이 일반 기업보다 높다, 정규직 비중은 높고 이직률은 낮다는 등의 정부 통계도 그렇다. 오해가 많은 고용유발계수를 어김없이 동원해 전체 산업은 매출 10억원당 12.9명인 데 비해 협동조합은 38.2명으로 훨씬 높다는 주장도 한다. 그러나 고용유발계수는 생산성이 낮은 산업일수록, 노동집약적 산업일수록 높다. 아직도 인력 을 많이 쓰는 농업의 수치가 제조업보다 높은 것도 그래서다. 그렇다고 농경사회로 되돌아가자고 말할 텐가.

정책은 타깃이 명확해야 한다. 청년실업을 풀기 어렵다고 청년들에게 최저임금을 주기도 버거운 사회적 기업이 가볼 만한 곳이라는 듯 착시를 조장해서야 되겠는가. 현대의 주식회사는 폄하하면서 중세 길드식 사회적 기업과 조합을 신주 모시듯 떠받드는 지경이다. 아무리 어려워도 정도를 가야 한다. 프랑스 마크롱 정부가 무슨 일을 하는지부터 보면 좋겠다. 시대착오적 발상으론 어림없다.

문희수 경제교육연구소장 mh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