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아란 중소기업부 기자 archo@hankyung.com
‘사상 최대 규모 중소기업 채용박람회.’
지난달 31일 서울 코엑스에서 열린 ‘2017 함께성장 중소벤처 일자리박람회’에 대해 주최 측인 중소기업일자리위원회는 오래전부터 이렇게 홍보해왔다. 구직자들이 대거 몰려올 것에 대비해 참가 기업을 500개로 늘렸고 현장에서만 800명을 채용하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박람회를 통해 모두 2000명을 채용하겠다고 공언했다.
그러나 이날 행사장인 코엑스 홀은 보기 민망할 정도로 한산했다. 오후에는 기업 관계자 외에는 일부 군인과 호기심으로 찾아온 고등학생들만이 눈에 띌 정도였다. 주최 측에서는 약 8000명의 구직자가 왔다고 추정했지만 당초 예상치(최소 1만5000명)에 비해 턱없이 적었다. 그나마 2000명은 육군이 동원한 현역 군장병들이었다.
우수 인재를 채용하기 위해 돈을 내고 박람회에 참가한 기업 중에는 황당하다는 반응을 보인 곳도 있었다. 현장 채용 지원자가 별로 없었던 데다 부스를 방문한 구직자들도 취업에 그리 진지한 태도를 보이지 않았다는 것이다. 한 기업체 관계자는 “‘실력을 테스트해보려고 온 거라 합격해도 중소기업엔 갈 마음이 없다’고 당당하게 말한 지원자도 있었다”며 “행사가 제대로 안 된 것도 문제지만 ‘미스매칭’의 심각성을 절감했다”고 토로했다.
주최 측은 “대기업 공채 일정이 채 끝나기 전에 박람회를 여는 바람에 관심을 끌지 못한 것 같다”고 해명했다. 대학생 구직자들이 중소기업에 관심을 갖는 시기는 보통 대기업 겨울 공채가 끝나고 여름 채용이 시작되기 전인 4~5월이다. 그래서 과거에도 중소기업 채용박람회는 주로 이 시기에 열렸다.
주최 측이 이런 사실을 몰랐을 리 없다. 그런데도 행사를 앞당긴 것은 빨리 성과를 내야 한다는 정부와 중소기업계의 조급함 때문이었다는 게 관계자들의 지적이다. 문재인 정부는 출범 직후부터 청년실업 문제 해결에 적극 나서야 한다고 중소기업계를 압박해왔다. 중소기업계도 그런 정부에 성과를 보여줘야 한다는 부담감에 시달렸다. 정부와 주최 측의 과욕이 정부의 청년실업 해소 정책에 부응하고 우수 인재를 채용하러 나온 중소기업에 무력감만 안겨준 꼴이 됐다.
조아란 중소기업부 기자 arch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