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의 시정연설과 함께 국회가 2018년도 예산안 심의에 들어갔다. 7.1% 늘어난 429조원의 나라 살림에 대한 여야 입장이 크게 달라 ‘예산전쟁이 시작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대통령의 어제 국회 연설은 개헌과 안보 메시지도 주목됐지만, 경제 부문에서 전체적으로 재정의 역할을 강조한 것으로 요약된다. 새 정부가 표방하는 ‘사람 중심 경제’를 위해서는 일자리와 소득주도 성장, 혁신성장, 공정경제라는 세 개의 축이 돌아가야 하며, 이를 위해서는 적극적인 재정 확대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정부·여당의 그동안 기조와 야당의 반대론을 종합해보면 주요 쟁점은 공무원 증원(중앙직 1만5000명, 4000억원), 공공부문 정규직 전환(7만7000명, 1226억원), 최저임금 인상 지원(3조원) 같은 것이다. 최근 수년간 급팽창해온 복지예산처럼 내년 한 해로 끝날 항목들이 아니라는 점이 문제다. 공약대로 5년간 공무원이 17만4000명 증원돼 30년 근무할 경우 국회예산정책처는 327조원, 납세자연맹은 522조원이 필요하다는 전망을 내놓은 바 있다. 공공일자리 81만 개 창출에 따른 연도별 소요 예산과 재원조달 방안, 그에 따른 장기 재정추계까지 관련 예산 심의 때 제시돼야 한다.
공공부문과 복지가 비대해지면서 삭감된 사회간접자본(SOC) 예산도 논란거리가 될 전망이다. 시정연설에 맞춰 나온 국회예산정책처 보고서는 “SOC 예산 감축은 건설투자 부진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했다. 경제지표와 서민체감경기에 민감한 건설 쪽에 악영향이 있다면 혁신성장에서라도 조기에 가시적 성과가 나와야 한다. 4차 산업 부문과 벤처 창업을 염두에 둔 ‘혁신성장 예산 1조5000억원’이 민간투자 활성화의 마중물이 될지는 규제개혁의 칼자루를 쥔 정부의 의지와 역량에 달렸다.
문 대통령은 ‘작은 정부론’을 고정관념이라며 정부 역할을 강조했다. 20년 전 외환위기 때를 돌아보며 “국가가 국민을 위해 무엇을 해야 하는지 찾아 나서는 과정이 시작됐다”고 말했다. 응달의 취약층은 더 보듬되 ‘건실한 재정’이 없었다면 미증유의 경제위기 극복이 어려웠다는 점도 간과해선 안 된다. 쟁점은 쌓였고 예산안 처리시한인 12월2일까지 시간은 많지 않다. 국회도 바뀌어야 한다. 쪽지예산 남발, 밀실흥정 같은 구태에서 벗어나 정부안을 제대로 심의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