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네상스 시대 여는 부산] '주당' 김건모도 반한 대선 소주, 주류계 파란

입력 2017-11-01 16:43
대선주조


[ 김태현 기자 ] 부산 소주 ‘대선’의 파란 물결이 지역 소주시장을 뒤덮고 있다. 주력 제품 대선을 앞세운 대선주조는 놀라운 점유율 상승세를 보이며 지역시장 확대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7년 만에 경남 무학의 ‘좋은데이’에 뺏겼던 부산 시장 탈환에 성공하면서 소주 ‘아이콘’ 김건모 카드로 승부수를 띄웠다.

대선주조(대표 조우현·사진)는 ‘대선’ 누적 판매량이 10월24일 기준으로 4000만 병을 돌파하며, 부산 소주시장 점유율이 45%까지 올랐다고 1일 발표했다. 지난 1월20일 출시 당시 20.4%였던 점유율은 9개월 만에 2배 이상 오른 40% 중반대에 안착해 주류업계 전반에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이는 21.5㎝의 소주병을 가로로 눕혀 연결하면 8600㎞다. 대한민국 인천에서 지구 반대편의 독일(프랑크푸르트 기준)까지 이을 수 있는 거리다. ‘대선’은 대선주조가 지난 1월20일 출시한 알코올 도수 16.9도 소주다.

주류업계에 따르면 9월 말 기준 부산 시장 업소 점유율에서 대선주조가 55%까지 오르며 무학을 앞지른 것으로 나타났다. 신제품 ‘대선’이 출시된 올해 상반기만 해도 경남 주류업체인 무학이 약 75% 이상의 점유율을 차지하며 부산 소주시장 1위 자리를 굳건히 지킬 것으로 업계 관계자들은 예상했다. 당시 대선주조조차 올해 말까지 시장 점유율 40%대 진입을 목표로 한다고 밝힐 정도였다.

대선주조는 부산 소주시장의 원조 안방마님이었다. 1996년 전국 최초로 선보인 알코올 도수 23도 소주 ‘시원(C1)’에 아스파라긴을 첨가해 숙취까지 줄여 부산 소주시장의 90% 이상을 점유했다. 외환위기를 거치며 위기에 빠졌던 대선주조는 2004년 당시 신준호 푸르밀 회장에게 매각됐다. 2007년 신 회장이 대선주조를 사모펀드에 비싸게 되팔아 ‘먹튀 논란’이 불거지면서 시장 점유율이 급격히 하락했다. 이후 대선주조의 소주는 지속적으로 점유율이 떨어졌고, 결국 무학의 좋은데이에 부산 소주시장 점유율 1위 자리를 내주고 말았다.

하지만 대선주조는 엄청난 ‘대선’ 돌풍으로 지난 7월 마의 40%를 넘어 50% 고지를 향한 반전의 시나리오를 쓰고 있다. 지난 1월 말 대선주조는 비엔그룹의 2세 경영인 조우현 대표를 경영 전면에 내세워 다양한 전략을 마련해 승부수를 띄워 다시 한 번 시장을 회복하는 분위기를 만들고 있다.

대선이 추락했던 점유율을 회복한 이유는 무엇일까. 우선 우수한 맛과 차별화한 마케팅을 강화한 점이라고 회사 측은 설명했다. 대선은 알코올 도수 16.9도의 저도주로 천연감미료 토마틴과 벌꿀이 첨가돼 목 넘김이 부드럽고 숙취가 없어 젊은 층은 물론 중장년층에게도 많은 관심을 받고 있다. 또 올 상반기 대통령선거 기간과 맞물리면서 ‘대선으로 바꿉시다’라는 광고 카피가 중의적으로 해석되기도 해 소비자들의 관심을 불러일으켰다.

복고풍 라벨도 출시 초반부터 소비자의 시선을 사로잡은 주요 요인으로 꼽힌다. 1970년대 큰 인기를 끈 이 회사 제품 대선(大鮮)소주의 라벨을 그대로 가져와 부착하면서 당시 제품을 기억하는 중장년층에게는 향수를 불러일으켰다. 젊은 층에게는 옛스러운 복고풍 디자인으로 호기심을 자극했다.

대선주조는 지난달 연예계 대표 애주가로 불리는 가수 김건모를 새로운 광고모델로 발탁했다. 20~30대 여성 모델이 주를 이루는 소주 광고시장에서 과감하게 남성 모델인 김건모 카드를 꺼내들며 이목을 집중시켰다. 대세 연예인을 앞장세우며 대선 돌풍에 더욱 힘을 싣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조 대표는 “지난 6월 진행한 ‘대선 모델 추천 이벤트’에서 가수 김건모가 압도적으로 1위를 차지했다”고 소개했다. 그는 “예능 프로그램에서 남다른 소주 사랑으로 애주가의 면모를 보여주고 항상 밝고 에너지 넘치는 모습이 ‘대선’의 모델로서 전 연령대 소비자를 아우를 수 있을 것이라 판단했다”고 말했다. 대선주조는 올해로 창립 87주년을 맞는 부산의 유일한 소주회사다. 2011년 향토기업인 비엔그룹에 인수된 후 ‘대선’, ‘시원’, ‘시원프리미엄’ 등을 생산하고 있다.

조 대표는 “예상했던 것보다 시민들이 대선 소주에 훨씬 더 많은 관심을 보여줘 감사하다”며 “그동안 가동하지 않았던 생산설비 한 기를 추가 가동해 물량 공급에 차질이 없도록 하고 위생과 품질 관리에 온 힘을 쏟겠다”고 말했다.

부산=김태현 기자 hyu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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