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두대간 설국' 으로 떠나는 여행
[ 최병일 기자 ]
2018평창동계올림픽 개최 도시인 평창은 동계스포츠는 물론 관광지로도 명성이 높은 곳이다. 예전에는 평창하면 유명리조트에서 스키나 보드를 타러 오는 이들이 즐겨 찾는 곳이었지만 최근에는 백두대간을 따라 눈꽃 트레킹을 즐기는 이들이 늘고 있다. 오대산 월정사의 눈내린 후의 전나무길을 기억하는 이라면 평창이 왜 아름다운지를 굳이 설명할 필요가 없을 것이다. 다양한 축제와 빼어난 음식까지 있는 평창으로 겨울 여행을 떠나보면 어떨까?
트레킹 1번지 선자령과 계방산
평창군 대관령면과 강릉시 성산면 사이에 있는 선자령은 겨울 풍광이 빼어난 트레킹 명소다. 동해바다와 대관령에 펼쳐진 풍광이 그림같이 펼쳐지고 일렁이는 동해의 일출은 그야말로 절경이다. 구 대관령휴게소(상행) 뒤로 난 도로를 따라 새봉을 지나 선자령에 올라서는 데는 약 5㎞로 천천히 걸어도 2시간30분이면 도착한다.
선자령 아래 대관령면 횡계리는 ‘하늘 아래 첫 동네’로 불린다. 대관령면 수하리에는 1999년 1월에 개장한 대관령스키박물관이 있어 꼭 한 번 들러볼 만하다. 한국 스키의 원조격인 120여 년 전의 썰매 한 대를 포함해 우리나라 스키 발전사를 한눈에 볼 수 있다.
계방산(1577.4m)은 환상적인 눈꽃 트레킹을 할 수 있는 곳이다. 한라산, 지리산, 설악산, 덕유산에 이어 남한에서 다섯 번째로 높은 산으로, 트레킹의 출발점인 운두령에서 정상까지의 표고 차가 488m에 불과해 크게 힘들이지 않고도 오를 수 있다. 빽빽한 원시림과 어우러지는 환상적인 설경이 3월 초순까지 이어지는데, 정상 부근의 능선에는 아름드리 주목이 군락지를 이루고 있다. 정상에서 내려다 보는 경치가 인상적이다. 설악산, 오대산, 가리왕산, 금당산, 두타산, 태기산 등을 조망할 수 있다.
겨울에 눈부신 월정사 전나무 숲
평창 여행의 백미는 역시 오대산이다. 해발 1563m의 비로봉을 주봉으로 호령봉, 상왕봉, 두로봉, 동대산의 다섯 개 봉우리와 월정사, 상원사를 비롯한 수많은 사찰을 품고 있는 산이다. 오대산은 백두대간 중심축에 위치하고 있으며 대간을 중심으로 오대산지구와 소금강지구, 계방산지구로 나뉜다. 비로봉 정상에서 볼 때 동대 너머의 청학산 쪽 소금강 지구는 바위산으로 금강산에 견줄 만한 절경이며, 비로봉에서 평창 쪽으로 내려가는 오대산지구와 계방산지구는 부드러운 흙산으로 산수가 아름답고 문화유적이 많다. 상원사에서 등산로를 따라 월정사 적멸보궁을 지나 주봉인 비로봉까지 3시간 정도면 오를 수 있다.
오대산 자락에 있는 월정사로 들어가려면 1㎞ 남짓 이어지는 전나무 숲을 만나게 된다. 아름드리 전나무는 거인처럼 사람들을 굽어본다. 지금은 숲길이 됐지만 원래 월정사 전나무는 아홉 그루에서 시작됐다고 한다. 수령 500년을 넘긴 전나무들이 씨를 퍼뜨려 숲을 이룬 것이다.
월정사에서 산길을 따라가면 상원사에 이른다. 거리는 8.8㎞로 빠르게 걸어도 3시간이 넘게 걸린다. 상원사는 월정사에 비해 규모는 작지만 다양한 이야기를 품고 있다. 신라 신문왕 시절 보천과 효명 왕자는 불법에 뜻을 품고 오대산으로 들어갔다. 형인 보천은 진여원이라는 이름의 암자를 짓고 수도했으며 동생은 북대 자리에 암자를 짓고 수도 정진했다. 두 왕자가 모두 출가하자 신문왕은 사람을 보내 형제에게 왕위를 이어줄 것을 간청했다. 형인 보천은 끝내 거절했고 동생 효명이 왕위를 계승했다. 보천이 기거하던 진여원이 지금의 상원사다.
하늘목장과 삼양대관령 목장도 이채
평창의 또 다른 명소인 삼양대관령목장은 동양 최대 초지목장으로 서울 여의도 면적의 7.5배, 남한 전체 면적의 5000분의 1 규모를 자랑한다. 젖소와 육우, 한우를 포함해 총 사육두수가 900마리에 이르며 광장에서 정상인 동해전망대(1140m)까지 거리는 4.5㎞로 이 구간 안에 양 방목지, 소 방목지, 타조 사육지, 연애소설나무 쉼터, 산책이 가능한 목책로 5개 구간을 비롯해 곳곳에 풍력발전기(총 53기)가 즐비하게 늘어서 있다. 알프스를 연상시키는 이색적인 풍경으로 명성이 높다.
대관령 하늘목장은 V자 모양으로 삼양목장을 감싸는 형태로 바로 옆 대관령 최고봉인 해발 1147m의 선자령에서는 대관령 목장 전체와 동해바다를 동시에 조망할 수 있다.
대관령 하늘목장은 훼손되지 않은 고산지 생태환경이 그대로 남아있는 게 특징이다. 40년간 일반인의 발길이 거의 닿지 않았기 때문이다. 하늘목장은 목장의 생태와 자연을 친밀하게 접촉할 수 있는 환경으로 만들어졌다. 울타리 설치를 최소화했고, 산책로에도 별도의 나무 데크를 설치하지 않아 땅과 풀을 밟으면서 산책을 즐길 수 있다. 하늘목장의 양떼목장은 관람객이 울타리 안으로 들어가 양떼와 함께 마음껏 뛰놀 수 있다.
최병일 여행·레저전문기자 skycbi@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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