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원재 세원아이티씨 사장
콧대 높은 명품사 줄 세우다
선글라스 제조는 '최고' 정평…톰포드·랑방 등에 OEM 공급
셀린느, 독특한 디자인 시안 보고 제품 만들었더니 100만개 '대박'
0.1㎜ 미세한 차이로 승부
4년 전 자체 브랜드 '베디베로', 전세계 면세점 50여곳에 입점
글로벌 시장 공략하며 급성장
[ 민지혜 기자 ]
지난달 서울 청담동. 연매출 262조원을 올리는 세계 1위 명품그룹인 루이비통모에헤네시(LVMH)의 선글라스 디자이너 10여 명이 ‘세원아이티씨’라는 회사 사무실을 찾았다. 내년부터 명품 선글라스 사업을 확대하려는 루이비통이 국내 제조업체 노하우를 배우러 온 것이다. 양사 관계자는 선글라스 트렌드, 디자인에서 중요한 점 등을 논의했다. 루이비통은 다음달에도 세원아이티씨에 직원을 파견할 계획이다. 1991년 유통회사로 출발한 세원아이티씨는 해외 업체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 사업으로 성장했다. 최근 독자 브랜드를 내놓고 세계시장 도전을 선언했다.
명품 브랜드가 찾아오는 제조사
매출 262조원의 LVMH가 연간 2400억원어치를 파는 한국의 작은 선글라스 제조업체에 손을 내민 것 자체가 이례적이다. 이는 ‘선글라스 제조는 세원아이티씨가 최고’라는 평판 때문이다.
세원아이티씨는 이원재 사장(사진)이 설립한 세원무역이라는 수입회사로 시작됐다. 선글라스를 수입해 판매하던 이 사장은 “이 정도면 우리도 만들 수 있겠다”며 제조를 시작했다. 해외 브랜드 제품을 OEM으로 생산해 주다 직접 디자인 등을 제안하는 제조자개발생산(ODM)으로 진화했다.
성장의 계기는 1999년 조성됐다. 이 사장이 LVMH를 찾아가 계열사인 셀린느 로에베와 협업해 선글라스 사업을 하자고 제안했다. 이 자리에서 자체 디자인한 선글라스 시안을 여럿 내밀었다. 독특한 감각이 담긴 디자인을 본 셀린느는 시험 삼아 제품을 내놨다. 이 제품이 100만 개 이상 팔리는 ‘대박’이 났다.
이후 LVMH의 명품 브랜드들은 세원아이티씨의 디자인을 매년 신제품에 반영하고 있다. LVMH뿐만 아니다. 세원아이티씨가 디자인에 참여하는 명품 브랜드는 톰포드 발렌시아가 몽클레르 몽블랑 에르메네질도제냐 랑방 에스카다 안나수이 폴리스 등 10개가 넘는다. 고가 브랜드 톰포드는 세원아이티씨의 디자인만을 신제품으로 출시하고 있다. 명품 선글라스업계에서 이 사장이 ‘최고 전문가’로 인정받는 이유다.
72시간 깎는 정성이 명품을 만들어
세원아이티씨는 품질과 디자인으로 글로벌 시장에서 명성을 쌓았다. 이 사장은 렌즈 크기와 곡선의 기울기 등 0.1㎜의 미세한 차이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소비자가 사고 싶어하는 선글라스를 만드는 게 중요하다”며 “광택 정도와 렌즈 사이즈, 코 받침 높이, 얼굴형의 차이 등을 고려해 세심하게 작업한다”고 했다. 선글라스를 미세하게 깎아내 광택을 내는 ‘텀블링’ 작업이 대표적이다. 세원아이티씨는 저속으로 72시간 동안 깎는다. 24시간만 텀블링하는 다른 회사 제품과 달리 고급스럽고 은은한 빛이 나도록 하기 위해서다. 이 사장은 “가공의 차이는 금과 도금의 차이와도 같다”며 “비용이 더 들더라도 최고급 선글라스를 공들여 제작하는 게 원칙”이라고 설명했다.
이 사장의 다음 목표에 대해 “세원아이티씨의 선글라스 브랜드 ‘베디베로’를 글로벌 명품으로 키우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동안 명품 선글라스를 제작하면서 쌓은 노하우를 집약한 게 베디베로이기 때문에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미 마카오, 괌, 뉴욕, 홍콩, 긴자 등 주요 도시 면세점에서 선글라스 톱5 안에 드는 등 해외에서 인정받기 시작했다”고 했다.
베디베로는 세계 2, 3위 면세점그룹인 스위스의 듀프리, 독일의 하이네만과 손잡고 세계 50군데 면세점에 입점했다. 올해 판매가 작년보다 250% 급증하자 세계 1위 면세점인 미국의 DFS도 입점 제의를 해왔다. 입점해 있는 노드스트롬백화점 외에 미국 바니스뉴욕, 삭스피프스애비뉴, 블룸데일 등과도 입점을 논의 중이다.
민지혜 기자 spop@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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