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 말라”는 세상을 향해 날리는 경쾌한 현대무용 'Don't Do'

입력 2017-10-30 15:45


한국에는 개성에 대한 이중잣대가 있다. 아이들은 “주머니 속의 송곳(낭중지추) 같은 사람이 돼라”는 말과 “모난 돌이 정 맞는다”는 말을 함께 들으며 자라난다. 강한 개성과 강직함은 덕목이었다가도 골칫거리가 된다.



제약과 금기, 남과 다른 생각을 불편해하는 사회를 유쾌한 춤으로 꼬집는 현대무용 작품이 나왔다. 안산문화재단 상주예술단체인 앰비규어스 댄스컴퍼니의 예술감독 김보람과 PDPC 무용단 대표 안영준이 공동 안무한 신작 ‘Don’t do’다. 다음달 3~4일 경기 안산문화예술의전당 달맞이극장에서 선보인다.



“단발령부터 산아 제한 정책, 복장과 통금 규제, 사교춤교습소 금지…. 지난 한 세기동안 이 땅에서 수많은 금기와 제약이 생기고 사라졌습니다. 그런데 지금의 우리는 과연 얼마나 자유로울까요? 여전히 보이지 않는 제약에 둘러싸여 사는 것은 아닌지, 우리가 어떤 행동을 하게 하거나 하지 못하게 하는 힘은 무엇인지를 들여다보고 싶었습니다.”



김보람이 설명한 안무 취지다. 그는 “여러 제약 안에서 자유롭기 위해 분투하는 인간의 본능을 다룬다”며 “무리와 섞이지 않는 개인의 고유성, 그가 무리와 겪는 대립과 갈등 등을 몸의 언어로 그린다”고 소개했다.

김보람은 발레와 스트리트 댄스, 현대무용 등 다양한 영역에서 쌓은 경력을 토대로 리드미컬하고 위트있는 독특한 춤 세계를 구축한 안무가다. 안영준은 2000년 파리국제무용콩쿠르에서 컨템포러리 남성 솔로 부문 1등상을 받은 현대무용가다. 지난해 한국예술평론가협의회가 ‘올해의 주목할 예술가’로 꼽았다.

국내 안무가들이 같은 주제를 각각 다르게 해석한 작품을 함께 공연하는 경우는 많아도 한 작품을 함께 만드는 일은 흔치 않다. 안영준은 “안무 스타일이 극과 극인 우리 두 사람의 색깔이 작품 안에서 어떻게 섞이고 분리되는지를 보는 재미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김보람은 움직임의 주요 소스로 음악을 사용하고 안무가 정교한 반면 나는 음악을 먼저 활용하기보다 신체의 꾸밈없는 움직임에 초점을 맞춰 템포나 흐름이 조금 투박한 편”이라고 했다.

춤은 비유적이고 유쾌하게 풀어냈다. 한 인물 또는 집단이 누군가의 행위를 막는 상황을 표현하고 관객이 이 상황을 객관적으로 볼 수 있도록 무대에 행하는 자와 막는 자, 이들을 지켜보는 제3자를 놨다. 2인무와 3인무, 군무 등으로 신체가 얽히고 설키며 역동적인 움직임을 선보인다. 섣부른 판단을 뒤집는 반전도 심어놓았다고 한다. 김보람과 안영준이 장경민 이혜상 이선민 조연희 박수인 정규연 등 6명의 무용수와 함께 출연한다. 마지혜 기자 look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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