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래빗 데이터저널리즘 [DJ 래빗] 24회
전국 초중고-유흥업소 위치 매시업
어린이·청소년, 200m만 움직이지 않는다
절대·상대정화구역 50·200m
유흥업소, 법의 테두리 안은 말끔하지만
초중고생 행동 반경 500m로 늘려보니
[편집자 주] 한동안 국회를 떠들썩하게 한 국정감사(이하 국감)도 이제 막바지입니다.
어린이·청소년 생활 환경 및 안전은 매년 국감의 주요 이슈 중 하나입니다. 그런데 이전과 달리 올해 국감에선 조용했습니다. 학교 주변 환경이 많이 개선돼서일까요. 아니면 국감 전후 관련 사건사고나 민원이 없어서일까요.
전국 모든 초·중·고등학교 주변엔 학교환경위생정화구역(이하 정화구역)이 있습니다. 어린이·청소년의 유해 시설 노출을 막는 일종의 방어구역이죠.
뉴스래빗이 학교 주변 정화구역 현황과 그 실효성을 검증하는 데이터저널리즘(Data Journalism)을 준비했습니다. 현황을 분석·시각화했죠. 그 결과 정화구역 안은 별 문제가 없었습니다.
문제는 어린이·청소년이 법이 정한 정화구역만 돌아다니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분석 결과 어린이·청소년이 정화구역인 학교 반경 200m 밖으로만 나가면 적게는 10곳, 많게는 250여 곳에 이르는 유흥시설에 무방비로 노출되고 있습니다.
#1. 4가지 정화구역의 이해
뉴스래빗은 우선 전국 초·중·고등학교와 주변 유흥시설 위치 정보를 수집했습니다. 교육부 학구도안내서비스 내 전국 초·중·고등학교 위치 정보와 행정안전부 업종별 인허가 현황의 전국 유흥시설 위치 정보를 활용했습니다. 이 두 정보를 모두 지도 위에 시각화해 비교합니다.
핵심은 정화구역에 문을 열 수 없는 업종이 정화구역 밖 인근에 얼마나 있는지 여부입니다. 정화구역은 절대정화구역(학교 반경 50m)과 상대정화구역(학교 반경 200m)으로 나뉩니다. 다시 초·중·고등학교, 유치원, 대학교 등 학교 급에 따라 세부적으로 금지 업종을 결정하죠. 경우의 수는 총 4가지입니다.
관련 법은 총 4가지 구역 내 입점 가능한 시설을 상세히 규정하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도축장, 화장장, 가축시장, 납골시설은 초·중·고등학교 주변 절대·상대정화구역, 유치원 및 대학 주변 절대·상대정화구역 모든 공간에 들어올 수 없습니다. 반면 호텔, 여관, 여인숙 등 숙박시설은 초·중·고등학교나 유치원, 대학 내 절대정화구역엔 들어설 수 없지만, 상대정화구역 내에선 합법적으로 영업할 수 있습니다.
뉴스래빗은 수십여 가지에 이르는 금지시설 중 유흥시설에 집중합니다. 대부분 술과 담배를 즐길 수 있는 공간이죠. 주취 폭력 등 음주에 말미암은 범죄 발생 가능성이 늘 존재하는 지역인 탓입니다. 관광극장유흥업, 관광유흥음식점업, 단란주점영업과 간이주점, 관광호텔나이트·극장식당·노래클럽·룸쌀롱·비어(바)쌀롱·스텐드바·요정·카바레 등 각종 유흥주점업을 대상으로 삼았습니다.
#2. 법 테두리 안은 말끔하지만…
50m 밖 급증하는 유흥업소
절대정화구역 내에 유흥시설이 있는 학교는 없었습니다. 교육부 학구도안내서비스에 따르면 1882년부터 2017년까지 130여 년 간 설립된 전체 학교 수는 1만1857곳. 이 모든 학교는 반경 50m 이내 유흥시설이 한 곳도 존재하지 않습니다. 절대정화구역은 규제가 엄격하기 때문이죠.
문제는 반경이 50m에 불과하다는 점입니다. 학교 정문 앞 50m는 눈에도 훤히 보이고, 학생들이 항상 지나다닐 수 밖에 없는 구역입니다. 게다가 유흥시설은 반경 50m 절대정화구역을 벗어난 상대정화구역에선 장사할 수 있습니다.
▽ 절대·상대정화구역 내 유흥시설 존재 학교 수 https://goo.gl/sWcgDc
▽▽ 파이 터치해 상세 수치 확인
어린이·청소년이 절대정화구역인(반경 0~50m) 밖으로 나오면 이야기가 달라집니다. 상대정화구역(반경 50~200m)에 유흥시설이 하나라도 있는 학교는 710곳으로 급증합니다. 전체의 6% 수준이죠. 상대정화구역 내 유흥시설이 10곳 넘는 학교도 52곳 있습니다. 상대정화구역에만 가도 유흥시설이 도처에 있다는 뜻입니다.
물론 합법입니다. 하지만 어린이·청소년이 학교 밖 50m 혹은 200m까지만 움직일까요. 정화구역이 끝나는 200m 밖 사정은 어떨까요.
#3. 500m로 늘리면…유흥업소 천국
뉴스래빗은 '절대구역'-'상대구역'-'상대구역 밖' 3가지 구간별 유흥시설 현황을 비교키로 했습니다. 문제는 '상대구역 밖' 반경을 얼마로 설정하느냐였죠. 뉴스래빗은 500m를 택했습니다. 어린이·청소년이 등·하교길에 충분히 도보로 이동할 수 있는 거리라는 판단입니다.
▽ 200~500m 구역 내 유흥시설 존재 학교 수 https://goo.gl/sWcgDc
▽▽ 파이 터치해 상세 수치 확인
반경 200~500m 내에 유흥시설이 존재하는 초·중·고등학교는 총 4687곳입니다. 전체 초·중·고등학교 1만1857곳 중 40%에 달합니다. 상대정화구역(50~200m) 내보다도 6.5배 이상 많습니다. 이 가운데 유흥시설이 10곳 이상 있는 학교만 추려도 1399곳(12%), 100곳 이상인 학교도 54곳(0.5%)에 이릅니다.
#4. 부산, 학교 500m내 유흥시설 최다
242개 유흥시설에 둘러싸인 부산 한 여고
▽ 시도별 학교당 평균 유흥시설 수 (200~500m 구역) https://goo.gl/sWcgDc
▽▽ 드롭다운(dropdown) 메뉴로 초·중·고 구분
▽▽ 그래프 터치해 상세 수치 확인
학교당 200~500m 내 평균 유흥시설 수가 가장 많은 지역은 부산입니다. 학교당 평균 11.2곳의 유흥시설이 포진해있죠. 제주·울산(약 7.2곳), 경남·대구(약 6.7곳)이 뒤를 이었습니다.
▽ 시도별 학교당 유흥시설 수 (200~500m) https://goo.gl/sWcgDc
▽▽ 드롭다운(dropdown) 메뉴로 초·중·고 구분
▽▽ 그래프 터치해 상세 수치 확인
반경 500m 내에 무려 유흥시설 242개소가 밀집한 고등학교도 있습니다. 전국 최다죠. 부산 최대 상권으로 꼽히는 광복동 한복판에 자리잡은 동주여자고등학교입니다. 1919년 설립 이후 100년 가까운 역사를 지닌 학교입니다. 광복동, 남포동 상권에 둘러싸여 있습니다. 이 학교 반경 0~200m 내엔 유흥시설이 8곳, 200~500m엔 236곳이 모여있습니다.
#5. 80~90년대 설립 학교,
200~500m 내 유흥시설 많다
교육부 학구도안내서비스에 따르면 1882년부터 2017년까지 130여 년 간 설립된 전체 학교 수는 1만1857곳입니다. 이 가운데 200~500m 내 유흥시설이 100곳 이상인 학교는 54곳입니다.
▽ 설립연도별 학교당 유흥시설 수 (200~500m 구역) https://goo.gl/sWcgDc
▽▽ 드롭다운(dropdown) 메뉴로 시·도 구분
▽▽ 그래프 터치해 상세 수치 확인
학교 설립연도를 기준으로 보면 반경 200~500m 구역 유흥시설이 100곳 이상인 학교는 주로 1980~90년대 설립됐습니다. 전체 대상 54개교 중 11개교가 1980년대에, 또 11개교가 1990년대에 개교했죠. 20년 새 개교한 학교가 전체 대상의 41%에 이릅니다. 전국에서 500m 내 유흥시설 수가 동주여고에 이어 두 번째로 많은 학교(부산 하단초등학교)도 1984년 개교했습니다.
반면 2000년 이후 개교한 곳 중 500m 내 유흥시설이 100곳 이상인 학교는 전체 대상 54개교 중 단 3곳입니다. 2000년대 2곳, 2010년대 1곳입니다. 2000년 이후 개교한 2280개교 전체 중에서도 미미한 비중입니다.
#6. 어린이·청소년,
200m만 움직이지 않는다
▽ 시군구별 학교당 평균 유흥시설 수 (200~500m 구역) https://goo.gl/sWcgDc
▽▽ 드롭다운(dropdown) 메뉴로 초·중·고 구분
▽▽ 그래프 터치해 상세 수치 확인
어린이를 교통 위험에서 보호하기 위해 지정한 '어린이보호구역'은 학교 반경 300m입니다. 어린이가 생활하는 범위를 정화구역(50m)보다 넓게 봅니다. 어린이·청소년 보호 정책이 얼마나 파편화한지 보여주는 단면입니다.
어린이·청소년은 법이 정한 만큼만 학교 주변을 돌아다니지 않습니다. 초·중·고등학생이 밖으로 200~300m만 나가도 유흥시설 수백 곳이 난립한 번화가와 마주합니다. 500m는 절대정화구역(50m)의 10배 거리지만, 광화문광장(740m)보다도 240m나 짧은 거리입니다.
# DJ 래빗 ? 뉴스래빗이 고민하는 '데이터 저널리즘(Data Journalism)' 뉴스 콘텐츠입니다. 어렵고 난해한 데이터 저널리즘을 줄임말, 'DJ'로 씁니다. 서로 다른 음악을 디제잉(DJing)하듯 도처에 숨은 데이터를 분석하고, 발견한 의미들을 신나게 엮여보려고 합니다. 뉴스래빗이 만드는 다른 실험적 콘텐츠를 만나보세요.
책임= 김민성, 연구= 강종구 한경닷컴 기자 jonggu@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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