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립 선포 vs 자치권 박탈 '충돌'
해임된 푸지데몬 카탈루냐 수반
"민주적 저항" 항전 의지 밝혀
'초강수' 중앙정부 유화 제스처
"푸지데몬 출마한다면 환영"
[ 박상익 기자 ] 카탈루냐가 스페인으로부터 독립을 선언하자 중앙정부는 자치권 박탈로 맞서는 등 양측의 갈등이 극단으로 치닫고 있다. 마리아노 라호이 스페인 총리는 지난 27일 카탈루냐 자치의회가 독립국가 선포안을 가결하자 자치정부 각료 해임과 의회 해산에 나섰다. 카를레스 푸지데몬 자치정부 수반은 불복 의사를 밝혔다.
카탈루냐 자치의회는 이날 전체 회의에서 표결로 독립공화국 선포안을 가결했다. 독립운동에 반대하는 전국 정당인 국민당·사회당·시우다다노스 의원들은 표결을 거부하고 회의장에서 철수했다.
독립국가 선포안이 가결되자 중앙정부 의회도 즉각 대응에 나섰다. 스페인 상원은 선포안 가결 30분 뒤 정부 헌법 155조 발동안을 찬성 214, 반대 47로 의결했다. 헌법 155조에는 ‘자치정부가 헌법이나 법률에 따른 의무를 이행하지 않거나 국가 이익을 침해할 경우 중앙정부가 필요한 모든 수단을 사용할 수 있다’는 내용이 명시돼 있다.
라호이 총리는 긴급 국무회의를 열고 자치정부와 자치의회 해산을 공식 선언했다. 라호이 총리는 “카탈루냐인들의 목소리를 돌려주기 위해 조기 선거 방침을 선언한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스페인 정부는 카탈루냐 지방의회를 재구성하기 위한 조기 선거를 오는 12월21일 치르기로 했다. 푸지데몬 수반은 물론 자치정부 각료 전원과 자치경찰 ‘모소스 데스콰드라’ 수장 주제프 유이스 트라페로가 해임됐으며, 소라야 사엔스 데 산타마리아 스페인 부총리가 카탈루냐 자치정부 책임자로 임명됐다.
푸지데몬 수반은 중앙정부에 굴하지 않겠다는 뜻을 밝혔다. 푸지데몬 수반은 28일 TV 연설을 통해 직접 통치권을 발동한 스페인에 민주적인 방식으로 저항할 것을 시민들에게 촉구했다. 그는 “민주 사회에서의 정부 각료 선출과 해임은 의회 권한”이라며 항전 의지를 밝혔다.
미국 독일 프랑스 등 국제사회는 카탈루냐의 독립운동을 외면하고 있다. 도날트 투스크 유럽연합(EU) 정상회의 상임의장은 자신의 트위터에 “스페인이 우리의 유일한 대화 상대”라며 평화적 해법 마련을 촉구했다.
양측이 극한 대립으로 맞서는 가운데 모두가 우려하는 무력 충돌까지는 일어나지 않을 것이란 관측이 조심스럽게 제기되고 있다. 푸지데몬 수반이 저항보다 민주에 비중을 두고 있다면 12월 조기선거로 정치적 정당성을 확보할 것이란 설명이다. 그는 연설을 통해 카탈루냐 시민에게 독립에 반대하는 동료 시민을 향한 폭력과 모욕을 삼갈 것을 당부했다.
스페인 정부도 선거 참여에 유화적 태도를 보였다. 멘데스 데 비고 중앙정부 대변인은 “푸지데몬이 선거에 참여한다면 ‘민주적 저항’을 할 수 있을 것이라 확신한다”고 말했다. 중앙정부가 강경 진압을 시도하면 책임을 피할 수 없다. 따라서 선거라는 민주적인 테두리 안에서 결론을 내는 것이 양측 지도부 모두에게 안전한 방식의 봉합책이란 분석이 나온다.
박상익 기자 dir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