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우디 감산연장에 글로벌 호황… "유가, 수요 강력해 더 오를 수도"

입력 2017-10-29 18:02
브렌트유 60달러 돌파
거침 없는 국제 유가

60달러 벽 넘은 유가
세계경기 살아나며 수요 꾸준
중동 지정학적 불안도 한몫
OPEC, 11월 감산연장 논의

미국 셰일오일이 변수
수익 마지노선 50달러 넘자 올 들어 생산 크게 늘어

유가, 탄탄한 흐름 보일 것
"장기론 50달러대서 안정" 시각도


[ 뉴욕=김현석 기자 ] “원유 수급을 안정화할 수만 있다면 뭐든 하겠다.”

지난 26일 오후 무함마드 빈 살만 사우디아라비아 왕세자가 외신과의 인터뷰에서 이렇게 밝히자, 소폭 하락하던 국제 유가가 오름세로 돌아섰다. 이어 27일 브렌트유는 2년여 만에 처음 60달러 벽을 돌파했고, 서부텍사스원유(WTI)는 8개월 만에 최고치로 올라섰다.

석유수출국기구(OPEC)가 주도하는 감산이 내년 말까지 연장될 가능성이 커져서다. 여기에 미국 경제성장률이 2분기 연속 3%대를 기록하는 등 경기가 살아나며 원유 수요도 꾸준하다. 아직은 배럴당 50달러대에서 안정될 것으로 보는 시각이 다수지만, 고유가 시대를 점치는 전문가도 늘고 있다.


◆마침내 다시 60달러 넘어선 유가

2014년 중반 배럴당 100달러를 넘던 유가는 미국산 셰일오일이 쏟아지자 추락했다. 미국이 원유 수출을 시작하고 제재가 해지된 이란도 뛰어들자 지난해 1월 WTI는 20달러대까지 떨어졌다.

사우디 주도로 하루 180만 배럴 감산이 논의됐고, 작년 12월 8년 만에 감산이 시작됐다. 유가는 40~50달러대로 올라섰다. 50달러 이하에서 채산성이 떨어지는 셰일오일도 주춤하기 시작했다.

올 6월 WTI는 다시 40달러대 초반까지 떨어졌다. 중국 경제 경착륙 가능성이 제기되면서다. 사우디는 그때부터 감산 기한을 내년 3월 말에서 연말까지 연장하는 방안을 추진해왔다. 이달 초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원유 생산량 감축 약속이 내년 말까지 연장될 수 있다”고 밝힌 데 이어 살만 왕세자의 발언으로 감산 연장은 기정 사실이 됐다. OPEC 회원국은 다음달 30일 오스트리아 빈에서 회의를 연다. 아일랜드 선물회사인 아바트레이드의 안드리엔느 머피 애널리스트는 “OPEC 회원국 등이 감산 기한을 연장한다면 2019년까지 원유 공급이 충분하지 못할 수 있다”고 말했다.

세계 경제가 작년 말부터 회복되면서 원유 수요도 예상보다 늘고 있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지난 10일 세계경제전망(WEO)을 통해 올해와 내년 세계 경제가 각각 3.6%와 3.7% 성장할 것으로 예상했다. 올 7월 전망치에 비하면 올해와 내년 성장률 모두 0.1%포인트 올랐다. OPEC은 이달 초 내년 원유 수요량을 하루 3307만 배럴로 예상했다. 최근 예측치보다 23만 배럴 올려잡은 수치다. 국제에너지기구(IEA)도 9월 초 보고서에서 올해 석유 수요 증가분을 하루평균 150만 배럴에서 160만 배럴로 높였다.

미국의 이란 핵협정 파기 위협 및 이라크 내 쿠르드족 독립 움직임 등 지정학적 변수도 최근 유가 상승에 영향을 미쳤다.

◆“50달러대 안정” vs “더 오를 것”

유가가 계속 오를지에 대해선 시각이 엇갈린다. 아직은 수요 공급을 따졌을 때 배럴당 50달러대가 적정하다는 분석이 많다. 골드만삭스의 에너지 담당 애널리스트인 브라이언 싱어 이사는 24일 “2030년까지 유가가 50달러대에서 안정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유가가 배럴당 50달러 이상을 웃돈다면 손익분기점이 배럴당 45~50달러 수준인 셰일오일 생산이 늘어나 유가가 다시 낮아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싱어 이사는 “셰일오일의 손익분기점은 시간이 갈수록 점점 낮아지고 있다”고 덧붙였다.

지오반니 스타노보 UBS자산관리상품담당 애널리스트도 “계속해서 배럴당 60달러를 넘을 수는 없을 것”이라며 “유가가 지나치게 높아지면 셰일오일 업체들이 더 많은 석유를 생산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다만 시각을 바꾸는 곳도 생겨나고 있다. 앤드루 시트 모건스탠리 수석전략가는 28일 CNBC방송에서 “올해 원유 수요 증가는 믿을 수 없을 만큼 강력하다”며 “이런 수요가 일부 공급 증가분을 상쇄하고도 넘쳐 궁극적으로는 유가를 밀어올릴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월가의 투자은행 제프리스는 “OPEC 회원국과 일부 비회원국이 내년 말까지 감산을 연장하는 데 합의한다면 원유 시장이 2019년까지 약한 공급 부족 상태를 보일 것”이라고 분석했다.

지난주 헤지펀드의 브렌트유 순매수 규모는 50만6737계약으로 전주보다 2.6% 증가했다. 매도 포지션은 6.6% 줄어 2월 이후 가장 적었다. WTI 순매수 포지션은 7.2% 증가한 23만4878계약으로 4주 만에 처음 늘었다.

뉴욕=김현석 특파원 realist@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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