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경봉 경제부 차장 kgb@hankyung.com
[ 고경봉 기자 ]
젊은 층이 많이 쓰는 속어 중에 ‘멱살 잡고 하드 캐리한다’는 말이 있다. 홀로 고군분투하며 부실한 나머지를 끌고 간다는 뜻이다. 지난주 발표된 3분기 ‘깜짝 성장률’은 말 그대로 수출이 한국 경제의 멱살을 잡고 하드 캐리하는 상황을 보여줬다. 지난 26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실질 국내총생산(GDP) 3분기 증가율은 7년3개월 만에 가장 높은 1.4%에 달했다. 무엇보다 수출의 힘이 컸다. 1.4% 중 수출의 성장 기여도는 0.9%포인트로 2014년 1분기의 1.1%포인트 이후 3년6개월 만에 가장 높았다. 3분기 후반으로 접어들면서 추경 효과까지 더해져 성장률은 더욱 탄력을 받은 모양새다.
이제 관심은 4분기에도 이 같은 추세가 이어질지에 모아진다. 이번주에는 이를 가늠할 수 있는 10월 경제지표들이 줄줄이 발표된다. 가장 눈여겨봐야 할 지표는 다음달 1일 발표되는 10월 수출입동향이다. 일단 분위기는 좋다. 앞서 지난 22일 발표된 10월1~20일 수출입 현황을 보면 작년 같은 기간보다 6.9% 늘었다. 추석 연휴로 조업일수가 작년 10월보다 4.5일 적은 상황에서 이룬 성과다. 이변이 없는 한 10월 전체 수출 역시 호조를 이어간 것으로 추정된다.
통계청은 같은 날 10월 소비자물가 동향을 공표한다. 추석을 앞둔 9월 소비자물가는 전년 동월 대비 2.1% 오르면서 3개월 연속 2%대 상승률을 기록했다.
한국은행은 31일 기업들의 체감경기상황과 전망을 보여주는 10월 기업경기실사지수(BSI)를 발표한다. 또 다음달 3일에는 9월 국제수지와 10월 말 현재 외환보유액을 공개한다. 경상수지는 67개월째 흑자 행진을 이어갔을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중국의 사드(고고도 미사일방어체계) 보복 등으로 여행수지 적자가 얼마나 커졌을지가 관심이다.
세계은행은 31일 기업환경평가 결과를 공개한다. 국가별로 기업 경영에 얼마나 좋은 환경을 갖췄는지 따져보고 순위를 매긴 결과다. 한국은 지난해 190개국 중 5위를 차지했다.
국정감사는 31일 마무리된다. 새 정부의 첫 국감치고는 큰 이목을 끌지 못했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외교통일·국방·산업통상 등 몇몇 상임위에서 ‘잔 펀치’만 몇 차례 오갔을 뿐 무게감이 실린 ‘한 방’은 없었다. 자유한국당의 보이콧으로 남은 국감도 파행이 불가피하게 됐다.
국감을 마친 여야는 다음달 3일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의 공청회를 시작으로 예산안 심사에 들어간다. 정부는 내년 예산으로 429조원을 편성했다. 야당은 이 중 보건·복지·노동 분야에 편성된 예산 146조2000억원을 일부 줄이겠다고 벼르고 있다.
특히 건강보험 보장성 확대(문재인 케어), 기초연금 인상, 아동수당 도입, 영세자영업자 최저임금 지원 사업 등을 주요 표적으로 삼고 있다. 반면 여당은 이를 수성해야 할 입장이다. 올해보다 축소된 내년도 사회간접자본(SOC) 예산이 국회를 거치면서 지역별로 다시 늘어나게 될지도 관전 포인트다.
고경봉 경제부 차장 kgb@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