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오헬스부 전예진 기자) 전문병원 의료분쟁 건수가 늘었다는 기동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지적에 대해 전문병원 측이 발끈하고 나섰습니다. 기 의원이 국정감사 자료를 통해 ‘전문병원 의료분쟁 현황자료’를 공개하면서 이같이 주장하자 대한전문병원협회는 27일 보도자료를 대고 반박했는데요. 같은 날 오후 기 의원이 또다시 이를 재반박하는 자료를 내면서 양측이 팽팽하게 맞서는 모양새입니다.
발단은 기 의원이 배포한 ‘믿는 환자 발등 찍는 전문병원?’이라는 보도자료에서 시작됐습니다. 보건복지부, 한국의료분쟁조정원이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전문병원 1기(2012~2014년) 의료분쟁건수는 227건으로 2기(2015~2017년8월) 285건보다 26% 가량 늘었는데요. 발생 병원도 1기 61곳(지정 병원의 62%), 2기 76곳(68%)이었고 전문병원 지정기간 동안 매년 분쟁이 발생한 곳은 1기 11곳(11%)에서 2기 22곳(20%)으로 늘었습니다. 전문병원제도 기간 환자 사망과 관련된 것은 80건, 뇌사 관련은 2건이라고 기 의원 측은 밝혔습니다.
그러나 대한전문병원협회 측은 억울하다는 입장입니다. 의료분쟁건수 증가는 분쟁조정 자동개시를 허용한 일명 ‘신해철법’ 시행과 환자 권리의식 향상 때문이라는 주장입니다. 신해철법은 의료사고로 사망 또는 1개월 이상 의식불명,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장애등급 제1급 등의 피해를 입으면 분쟁 조정절차가 자동으로 개시되는 제도로 2016년 11월30일부터 시행됐는데요. 가수 신해철씨의 사망으로 사회적 관심이 높아지고 관련법이 시행되면서 전문병원 뿐 아니라 국내 병원계 전반에서 의료분쟁이 급증했다는게 협회 측의 설명입니다. 협회는 “기 의원은 비교군 없이 전문병원 데이터만 가지고 의료분쟁건수가 늘었다고 주장하지만 제1기 전문병원 마지막 연도인 2014년 의료분쟁 신청건수와 개시건수는 각각 128건, 60건”이라며 “제2기 전문병원 시작 원년인 2015년 의료분쟁 신청건수와 개시건수는 99건, 46건으로 오히려 줄었다”고 반박했습니다. 또 기 의원이 중증도 환자가 많은 전문병원 특성과 의료계 전반의 현실을 반영하지 않았다고 날을 세웠습니다.
이런 주장에 대해 기 의원 측은 “환자 입장을 헤아리기는커녕 통계 오도로 책임회피에 급급한 협회의 태도에 유감을 금할 수 없다”는 입장을 냈습니다. 신해철법이 제한적인 영향을 미쳤다는 점은 인정하지만 분쟁건수 자체가 늘었다고 보기엔 무리가 있다는 겁니다. 기 의원 측은 “협회가 2014년과 2015년 수치만 떼어다 의료분쟁이 줄었다고 억지 주장하는 것은 심각한 통계 왜곡”이라고 꼬집었습니다. 그러면서 “더 엄격한 기준으로 평가받아야할 전문병원이 다른 곳에 비하면 양호하다는 건 본분을 망각한 주장”이라며 “전문병원으로 선정된 자체가 일종의 특혜기 때문에 환자에게 더 높은 신뢰를 얻어야하고 실력과 서비스가 수반돼야한다”고 지적했습니다. /ac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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