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도헬라, 사내하청 근로자 직접고용 결정
금속노조 "부당노동행위" 반발
금속노조 소속 아닌 만도헬라노조
회사측과 정규직 채용 합의
만도헬라
"정부도 지켜보는데 왜 불법행위 하겠나"
[ 강현우 기자 ] 고용노동부로부터 지난달 사내하청 근로자 300여 명을 직접 고용하라는 명령을 받은 자동차 부품업체 만도헬라일렉트로닉스가 만도헬라노동조합(가칭)과 사내하청 근로자 전원을 직접 고용하기로 합의했다고 27일 발표했다. 만도헬라노동조합은 전국금속노동조합 소속 만도헬라비정규지회에서 대거 탈퇴한 근로자들이 조직한 개별기업 노조다. 금속노조는 이 과정에 회사 측이 개입했다며 부당노동행위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이에 대해 만도헬라 측은 “금속노조는 정규직 채용을 불법으로 매도하는 억지 주장을 그만둬야 한다”고 주장했다.
◆“노조 가입 상관없이 전원 채용”
만도헬라는 한라그룹 계열의 자동차용 센서업체로 2008년 설립됐다. 설립 당시부터 관리 부문은 본사 소속 직원이 담당하고, 생산은 하청업체가 맡아왔다.
고용부는 지난달 26일 만도헬라에 하청업체 소속 근로자 325명을 다음달 7일까지 직접 고용하라고 명령했다. 만도헬라가 하청업체 근로자에 대한 업무 지시와 근로감독을 했기 때문에 파견근로자보호법상 고용의제에 해당한다는 이유에서였다. 앞서 금속노조는 지난 2월 만도헬라 하청업체 두 곳의 근로자로 구성된 만도헬라비정규지회를 조직했다. 이어 만도헬라를 고용부에 고발하고 법원에 근로자지위 확인소송을 제기했다.
고용부의 시정 명령 당시 300여 명에 달하던 금속노조 만도헬라지회 조합원은 이후 금속노조를 대거 탈퇴하고 개별기업 노조인 만도헬라노조를 결성했다. 현재 금속노조 소속은 80여 명밖에 남지 않았고 만도헬라노조가 180여 명에 이른다. 나머지는 노조 미가입 상태다. 배태민 만도헬라 노조위원장(전 금속노조 만도헬라지회장)은 정규직 채용을 위해선 금속노조에서 탈퇴하고 새 노조를 조직하는 것이 유리하다고 판단하고 동료들을 독려한 것으로 알려졌다.
만도헬라와 만도헬라노조는 노조 가입 여부에 관계없이 전원 채용하기로 합의했다. 민·형사상 책임을 묻지 않는 ‘부제소 합의’를 하는 근로자는 소송비용 보전 등으로 200만원을 받고 정규직으로 채용된다. 부제소 합의를 하지 않으면 1년 계약직으로 고용된다.
◆부제소 조건 문제없나
금속노조는 회사 측이 “금속노조를 탈퇴하면 정규직 시켜주겠다”는 식으로 부당노동행위를 해 조합원이 대거 빠져나간 것이라고 주장한다. 김동용 만도헬라지회 지회장 직무대행은 지난 23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국정감사에 참고인으로 나와 이 같은 취지의 발언을 했다가 배태민 노조위원장으로부터 명예훼손으로 고소를 당했다. 회사 관계자는 “고용부와 금속노조가 뻔히 지켜보는 가운데 회사가 굳이 부당노동행위를 해 문제를 키울 이유가 없다”며 금속노조의 주장이 사실무근이라고 반박했다.
금속노조는 또 ‘부제소 합의’로 고용에 차별을 둔 것도 문제라고 지적했다. 그러나 파견법은 직접고용 의무만 부과할 뿐 고용 형태는 회사 자율에 맡기고 있다.
정규직 채용에 부제소 조건을 다는 것은 다른 기업에서도 일반화된 방식이다. 정규직으로 채용된 이후에는 근로자지위 확인소송을 할 이유가 없어지는 데다 법률관계를 깔끔하게 정리하는 것이 향후 업무 수행에도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만도헬라 관계자는 “협의 과정에서 대다수 근로자에게 부제소 합의 등 취지를 충분히 설명했는데도 금속노조는 투쟁을 고집하고 있다”며 “금속노조는 자기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정규직 채용마저 불법으로 몰아가고 있다”고 지적했다.
강현우 기자 hka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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