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한땐 한·일 관계 개선 기여"
문 대통령 "일본 못 갈 이유 없다"
[ 정인설 기자 ] 이수훈 신임 주일 대사가 25일 문재인 대통령의 방일을 건의하고 아키히토(明仁) 일왕의 방한을 추진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이 대사는 이날 외교부 청사에서 기자간담회를 열어 일왕 방한 문제에 대해 “여러 가지 현실적 제약 같은 게 있지만 그런 좋은 경사가 일어날 수 있는 정치적 환경과 분위기를 만드는 데 노력을 할까 한다”고 말했다. 이어 “(일왕이) 일본을 상징적으로 대표하는 지도자이기 때문에 한국을 방문하면 한·일 관계를 눈 녹듯 녹이는 데 큰 기여를 하지 않겠느냐”며 “한·일 관계를 정말 한 단계 끌어올릴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 대사는 “그 일이 꼭 좀 일어났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갖고 있다”고 덧붙였다.
아키히토 일왕은 과거사 반성 언급을 피하는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와 달리 최근 3년간 2차대전 패전일인 8월15일마다 “과거를 돌이켜보며 깊은 반성과 함께 앞으로 전쟁의 참화가 반복되지 않기를 간절히 바란다”고 말해왔다. 2001년 기자회견에선 “내 개인으로서는 간무(桓武) 천황의 생모가 백제 무령왕 자손이라고 ‘속일본기(續日本記)’에 쓰여 있는 데 대해 한국과의 연을 느끼고 있다”고 했고, 지난달 20일엔 역대 일왕 부부 가운데 처음 고구려 왕족을 모시고 있는 사이타마현 히다카시 고마신사를 방문해 한국에 대한 관심을 나타냈다.
이 대사는 또 “문 대통령에게 일본에 오셔야 한다고 말씀드렸는데 (대통령께서) ‘일본에 못 갈 이유가 뭐가 있겠습니까. 언제든 갈 수 있습니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이 대사는 한·일 관계에 대해 “이명박 전 대통령의 독도 방문 등 2011년을 기점으로 내리막길을 걸어왔고 박근혜 정부가 위안부 문제에 너무 정면에 나서 어려움이 초래된 것 같다”며 “한·일 관계가 더 이상 악화될 여지도 별로 없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다행스럽게도 한·일 관계에 북핵 문제가 매개가 되고 있다”며 “한·일 간 안보 협력, 공조 필요가 생겼다”고 평가했다. 위안부 합의 문제에 대해선 “외교부가 태스크포스(TF)를 만들어 검토 중”이라며 “연말까지 결과를 내면 그 결과를 갖고서 우리 정부의 여러 단위가 고민하지 않겠느냐”고 했다.
정인설 기자 surisur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