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차 산업혁명 시대, 먼저 결재판부터 쓰레기통에 던져라

입력 2017-10-25 18:18
수정 2017-10-26 07:38
IGM 세계경영연구원·한경 공동기획
4차 산업혁명 시대 일하는 법

일하는 방법의 혁신

(1) 결재판 유통기한 끝났다
실패 때 책임소재 가리는 역할
직원 아이디어·도전 욕구 막아

(2) 광적으로 소통하라
플랫폼 만들어 전세계 연결
'지시' 자체가 불필요해져

(3) 공룡 대기업의 과제
50대에게 30대처럼 일하란 격
그러나 변화해야 살아남아



4차 산업혁명을 기술이 놀랄 정도로 크게, 빠르게 발전하는 현상으로 생각하는 사람이 많다. 그러나 그건 반쪽만 보는 것이다. 4차 산업혁명의 다른 반쪽은 기업의 ‘일하는 방법’이 획기적으로 바뀌는 것이다.

일하는 방법을 어떻게 바꿔야 할까. 먼저 결재판부터 쓰레기통에 던져버리라고 구루들은 충고한다. 결재판의 역할은 무엇인가? 실패했을 때 누구에게 책임을 물어야 할지를 정해놓기 위해서다. 3차 산업혁명까지는 그런 식으로 해야 했다.

그러나 만일 어떤 기업이 실패를 두려워하기는커녕 도리어 장려한다고 생각해 보라. 그러면 제일 먼저 없어질 것이 무엇일까? 바로 결재판일 것이다. 그런데 4차 산업혁명의 선두에 서는 기업들의 공통점이 이 결재판이 없다는 것이다. 왜 그럴까. 한마디로 ‘실패’를 장려하기 때문이다.

대표적인 기업이 아마존이다. 아마존의 거대하고 화려한 성공의 뒤꼍에는 셀 수도 없을 만큼의 수많은 실패가 있었다. 예를 들어 파이어 폰, 아마존 월렛 같은 것이다. 왜 그렇게 실패가 많았을까. 최고경영자(CEO)인 제프 베저스가 실패를 꺼리지 않고 적극적으로 장려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는 지난해 주주들에게 보낸 편지에서 “나의 꿈은 아마존을 이 세상에서 직원들이 실패를 가장 편하게 할 수 있는 회사로 만드는 것입니다”고 선언했다.

우리가 선망하는 4차 산업혁명의 총아인 구글, 우버, 에어비앤비 등도 대체로 같은 생각이다. 그들은 성공하는 것보다 ‘많이 시도하고 자주 실패하는 것’에 주력한다. 그것만이 제대로 성공으로 가는 길이라는 것이다.

이뿐만이 아니다. 즉각 결정하고 즉각 실행한다. 이를 위해 이들은 끊임없이, 거의 광적으로 소통한다. 온갖 형태의 사내 커뮤니케이션 기술을 광범위하게 활용한다. 이들은 또한 전통 기업과는 비교가 안 될 정도로 바깥세상과 긴밀하게 연결돼 있다. 그를 통해 지구촌에 널려 있는 온갖 형태의 ‘공짜’를 무한정 끌어 쓰고 있다. 그중 대표적인 게 바로 외부 사람을 공짜로 쓰는 것이다. 플랫폼을 형성해 전 세계 ‘탤런트’를 활용한다.

직원 100여 명 규모의 로컬모터스라는 회사는 외부 디자이너를 4만5000명이나 끌어 쓰고 있다. 경진대회를 통해 그들 간 경쟁을 부추겨 각종 아이디어,

자인, 탁월한 소프트웨어 등을 끌어낸다. 이들에게 ‘지시’라는 말은 낯선 단어다. 목표는 합의로 세우지만 그 후부터는 모든 것을 ‘유리알’ 같이 공개해 버리니 누가 무엇을 해야 하는지가 저절로 다 보인다. 지시할 필요가 없다. 한마디로 무한히 유연하고 역동적이다. 이것이 4차 산업혁명 시대의 총아, 소위 ‘기하급수 기업’들의 일하는 방법이다.

세상에 나온 지 몇 달 만에 국내 거대 금융그룹을 떨게 하는 카카오뱅크는 기하급수 기업의 싹을 웅변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이런 기업이 지금 지구촌에 수천 개 생겨나고 있다. 요즘 대기업들은 바짝 긴장하고 있다. 중소 창업기업에 의한 ‘언번들링(unbundling·각개전투 전략)’ 때문이다. 그들의 역동성과 기민성을 거대한 공룡 같은 대기업이 이겨내기가 결코 쉽지 않다.

앞으로 대기업들의 가장 큰 과제는 이런 신생 기하급수 기업의 도전을 어떻게 이겨내느냐 하는 것이다. 기업 각 부문의 ‘일하는 방법’을 바꿔 그들과 같은 기민성, 역동성, 유연성을 갖출 수밖에 없다. 이건 쉽지 않다. 50대 사람 보고 갑자기 30대 같이 일하라고 하는 것과 비슷하다. 그러나 피할 수 없는 과제다. 대기업의 기하급수 기업화, 이것은 21세기 경영학의 가장 큰 과제로 부상하고 있다.

전성철 < IGM 세계경영연구원 회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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