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용비리 의혹 확산…수사중인 곳만 5곳
수출입은행 부행장실도 압수수색
금감원도 검찰 수사 타깃
우리은행은 국감서 의혹 제기돼
잇단 수사 확대 배경 촉각
'적폐청산' 명분 앞세워 정권과 코드 맞는 인사로
금융권 물갈이 수순 관측도
[ 이태명/이현일/황정환 기자 ]
금융권이 ‘벌집 쑤신 듯’ 시끄럽다.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특혜 채용과 비리 의혹이 제기되면서 검찰·경찰 수사의 ‘칼끝’이 주요 은행과 금융공기업을 향하고 있다. 25일엔 김용환 농협금융지주 회장이 금융감독원 채용비리 연루 의혹과 관련해 검찰 압수수색을 받았다. 농협금융지주를 포함해 올 들어 검경 수사망에 오른 곳만 다섯 군데다.
검경 수사는 최근 채용비리 의혹이 불거진 우리은행 등으로 확산될 것이란 게 금융권의 관측이다. 은행과 금융공기업 최고경영자(CEO)를 겨냥한 물갈이 인사가 본격화하는 신호탄이란 분석이 나온다.
◆검경 수사에 비상 걸린 금융권
이날 서울남부지방검찰청은 지난달 감사원의 금감원 채용비리 감사 결과와 관련해 김 회장 자택·사무실 등 여덟 곳을 압수수색했다. 김 회장을 통해 아들 채용을 부탁했다는 의혹을 사고 있는 김성택 수출입은행 부행장 사무실도 압수수색했다. 감사원은 김 회장이 2015년 금감원 신입직원 채용 때 김 부행장의 아들이 합격하도록 당시 금감원 이모 국장에게 청탁했다는 감사 결과를 지난달 20일 발표했다. 검찰 관계자는 “이번 압수수색은 채용비리에 연루된 금감원 관계자들의 혐의를 입증하기 위한 것”이라며 “김 회장과 김 부행장, 금감원 간부 사이에 대가가 오갔는지 살펴볼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김 회장은 채용비리 연루 의혹을 전면 부인하고 있다. 김 회장은 “잘못한 게 아무것도 없다. 검찰 조사 결과가 빨리 나와 혐의를 벗었으면 좋겠다”고 측근들에게 얘기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 회장은 이날 농협중앙회 성과분석회의에 참석하는 등 평소와 다름없이 업무를 봤다고 농협금융 관계자는 전했다.
채용비리 의혹이 불거진 금감원도 검찰 수사망에 올라 있다. 지난달 22일 검찰로부터 압수수색을 당한 데 이어 이달 초에는 채용비리 의혹과 관련한 관리 책임을 지고 서태종 금감원 수석부원장, 이병삼 부원장보가 사임했다.
우리은행도 채용비리 의혹에 휩싸였다. 심상정 정의당 의원은 지난 17일 “우리은행이 지난해 하반기 신입행원 공채 때 금감원 임원, 국가정보원 직원, VIP 고객, 전 행장 등의 청탁을 받고 16명을 특혜 채용했다”는 내용의 문건을 공개했다. 금감원은 우리은행 채용비리와 관련한 조사를 벌이고 있으며, 문제가 있을 경우 검찰에 수사의뢰를 할 예정이다. 이뿐만 아니다. 대구은행은 이른바 ‘상품권 깡’을 통해 비자금을 조성했다는 의혹과 관련해 경찰 수사를 받고 있다. 경찰은 지난 4월 이 건과 관련해 내사에 들어간 데 이어 이달 박인규 DGB금융 회장 겸 대구은행장을 두 차례 소환조사했다.
◆정권 바뀔 때마다 금융권 물갈이?
금융계는 검경의 잇단 수사 배경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현재로선 적폐(積弊)가 드러난 만큼 수사를 받는 건 불가피하다는 얘기가 많다. 은행업계 관계자는 “사회적으로 민감한 이슈인 채용비리가 불거졌는데 그냥 넘어갈 수는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정권 차원에서 적폐 청산을 명분으로 금융권에 입맛에 맞는 인사를 앉히려는 수순 아니냐는 해석도 적지 않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공기업·금융회사 CEO들에 대한 대대적인 물갈이 인사가 이뤄졌는데 최근 일련의 수사도 이런 맥락에서 봐야 한다는 얘기다.
BNK금융그룹이 시발점이란 분석도 있다. 현 정부 출범 이전의 일이지만, 검찰은 지난 4월 주가조작 혐의로 성세환 전 BNK금융 회장을 구속했다. 성 전 회장의 구속으로 공석이 된 회장직에는 김지완 전 하나금융지주 부회장이 선임됐다. 김 회장은 부산상고 출신으로 부산지역 친노(친노무현)그룹 정치인들의 지원을 받은 인사로 알려져 있다. DGB금융, 농협금융, 우리은행 등에도 CEO 교체를 위한 보이지 않는 입김이 작용하고 있다는 얘기가 나오는 배경이다. 금융계 관계자는 “DGB금융과 우리은행의 비리 의혹은 내부 파벌 간 권력 다툼에서 비롯한 측면이 있다”며 “내부 권력 다툼이 새 정부 출범과 맞물려 대대적인 물갈이 인사로 이어지는 듯한 분위기”라고 전했다.
이태명/이현일/황정환 기자 chihir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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