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 국정과제 눈치 보는 행안부

입력 2017-10-25 18:06
박상용 기자 yourpencil@hankyung.com


[ 박상용 기자 ] “전국적으로 보면 그림이 이상하게 나와요. 경기도 외 다른 지방자치단체에서 우려할 수 있습니다. 전국 자료를 공개하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고 봅니다.”

행정안전부는 25일 ‘주한미군 공여구역 주변 지역 등 발전 종합계획’ 변경안을 확정했다고 발표했다. 지역별 사업 내용 보도를 위해 기자가 행안부 담당자에게 구체적인 자료를 요청하자 돌아온 답변이다.

이날 행안부 발표는 주한미군이 반환한 땅을 어떻게 개발할지에 대한 청사진을 담고 있다. 앞서 2008년부터 추진해온 사업을 재점검하고 새롭게 발전계획을 세운 것이다. 일부 미군기지 반환이 지연되고 있고 경기 침체 영향으로 민자 유치가 어려워져 사업 조정이 필요했다는 게 행안부 설명이다.

계획에 따르면 올해까지였던 사업 종료 기한은 2022년으로 연장됐다. 당초 계획 가운데 아직 시작하지 않은 사업 123건은 폐지됐고 45건은 사업 규모가 축소됐다. 그 대신 2조3504억원을 투입해 새 사업 131건을 벌이기로 했다. 총 사업 규모는 536건, 42조3726억원에 달한다.

막대한 예산이 드는 사업임에도 행안부는 지역별로 어떤 사업이 진행되는지 공개할 수 없다고 한다. 경기 의정부 국도 39호선(송추길) 확장 등이 주요 사업이라고만 했다. 전체 사업의 85%가량이 경기도에 집중돼 다른 지자체 반발이 걱정된다는 설명이다.

행안부가 새 정부 국정과제인 ‘지방분권과 균형발전’에 과도하게 매몰돼 관련 보도에 지나치게 민감한 것은 아닐까. 행안부 발표대로 새 사업들은 주먹구구식으로 확정된 게 아니다. 반환되는 땅의 면적, 해당 지역 인구 등을 고려해 선정됐다. 다른 지역보다 미군기지가 많은 경기도에 사업이 집중될 수밖에 없다.

행안부의 ‘몸 사리기’는 이뿐만이 아니다. 정부는 지방직 소방 공무원들의 국가직 전환을 추진 중이다. 이를 두고 지방분권 공약과 배치된다는 지적이 많다. 하지만 주무부처인 행안부 관계자들은 해당 이슈와 관련해선 극도로 말을 아낀다.

미군기지 주변 지역 개발계획은 혈세 수십 조원이 투입되는 사업이다. 공무원들의 기계적인 ‘국정과제 수호 의지’가 국민의 ‘알 권리’에 앞서는 것은 아니지 않을까.

박상용 기자 yourpenci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