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미니, 음성으로 카톡 보내기·메모 척척
방금 TV 나온 곡 재생…라면·마스크팩 타이머도
출력·배터리 미탑재는 아쉬워
카카오톡을 말로 보내는 시대가 열렸다.
작은 화면에 빼곡하게 쓰는 카카오톡. 일상 속 유용한 의사소통 수단이지만 스마트폰이나 PC에 늘 두손이 묶여있다 보니 피로도가 만만치 않다. 얼마 전 카카오톡을 말로 쓰게 도와주는 스마트한 기기를 만났다. 최신 스마트폰도, 인기 공연도 아니면서 지난달 온라인 '예약 대란'을 일으킨 주인공. 카카오의 인공지능(AI) 스피커 '카카오미니'를 지난 23일 처음 마주했다.
AI 스피커 시장에는 쟁쟁한 선두주자들이 많은 만큼 카카오미니 열풍이 예약 혜택을 노린 거품이 아닌지 의심스러웠다. 그러나 카카오미니를 사용해 본 결과 '늦었지만 출발점은 나쁘지 않다'는 결론을 내렸다.
첫인상은 군더더기 없이 '깔끔하다'였다. 진회색 패브릭과 검은색 플라스틱으로 감싼 외형은 앞서 공개된 제품 사진 그대로였다. 자칫 밋밋해 보일 수 있는 디자인에 카카오프렌즈 캐릭터 피규어는 적당한 포인트가 됐다. 피규어는 자석이라 스피커에 뗐다 붙였다 할 수 있었다. 스피커의 높이, 무게는 275ml 캔커피와 비슷했다.
상단에는 마이크와 볼륨 등을 조정할 수 있는 4개의 버튼이 있다. 네이버의 AI 스피커 '웨이브'가 해당 기능을 터치 방식으로 적용한 것과 달리 아날로그 버튼을 전면에 노출시켰다. 디자인 면에서는 아쉬웠지만, 기능적으로는 직관적이면서 사용감도 좋은 편이었다.
카카오미니에서 가장 기대했던 기능은 음성으로 쓰는 카카오톡이었다. 바쁘게 외출 준비를 하면서 카카오톡을 말로 보낼 수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한 적이 몇 번 있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카카오미니로 카카오톡 보내기는 꽤 만족스러웠다. 카카오미니에 "엄마한테 오늘 저녁 뭐 먹을까라고 카톡 보내줘"라고 말하자 정확한 텍스트로 상대방에게 카카오톡 메시지가 전송됐다. 새 메시지가 누구로부터, 몇 개나 와있는 지도 알려줬다.
다만 메시지를 음성으로 읽어주는 기능은 아직 제공하지 않았다. 카카오 관계자는 "제3자가 메시지를 확인하는 일을 방지하기 위해 향후 화자인식 기술이나 보완책을 마련해 구현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카카오톡 내 메모하기나 일정 추가하기도 유용해 보였다. 평소 스마트폰 메모 용도로 카카오톡 나와의 채팅방을 즐겨 쓰는 이들에게 추천할 만했다. "내일 저녁 7시 아빠 선물 사기라고 일정에 등록해줘"라고 명령을 내리자 나와의 채팅방에 해당 일정이 등록됐다. 같은 시간에 다른 일정을 등록하자 "그 때는 아빠 선물 사기가 있어요. 추가로 등록할까요?"라며 일정을 재확인하는 꼼꼼함도 보여줬다.
다른 AI 스피커들처럼 카카오미니도 다양한 음악 관련 기능을 앞세운다. 카카오미니는 국내 1위 음원 서비스 '멜론'과 연동된다. 가수의 이름이나 곡 제목을 알아듣고 음악을 틀어주는 것은 물론 "가을 느낌 음악 들려줘"라고 하면 비슷한 분위기의 음악들을 추천해줬다.
포털 다음에서 제공하는 '방금그곡' 서비스를 음성으로 이용할 수 있는 것도 좋았다. "이번주 삼시세끼에서 나온 노래 들려줘"라고 말하면 음악이 재생되는 식이었다.
그 외 기존 AI 스피커들이 제공하는 검색이나 타이머·알람 맞추기도 무리 없이 해냈다. 날씨나 환율 주식 인물정보 등을 물어보면 다음 데이터베이스(DB)를 기반으로 알려줬다. 라면 타이머, 마스크팩 타이머처럼 사소하지만 이용자 사용습관을 배려한 알짜기능도 돋보였다.
다만 기능의 가짓수로나 음성 인식률로 본다면 갈길이 멀다는 느낌도 받았다. 사전예약 당시 카카오가 차별화된 기능으로 소개한 택시 호출이나 장보기는 아직 지원되지 않았다.
발음이나 속도, 주변 소음 등에 따라 달라지겠지만 명령을 잘못 인식해 엉뚱한 답을 주기도 했다. 예컨대 "제주항공 관련 뉴스를 알려줘"라고 말하니 제주도 날씨를 알려줬다. 카카오 관계자는 "사용하는 사람이 많을 수록 AI의 학습량이 늘어나 음성 인식률이 높아진다"고 말했다.
네이버의 웨이브과 비교한다면 카카오미니의 7와트(W) 출력은 아쉽게 느껴지기도 했다. 무게나 크기 모두 카카오미니의 약 2배인 웨이브는 출력이 20W에 달한다. 카카오미니로도 일반적인 대화를 주고받기에는 무리가 없었지만, 음악을 들을 때는 조금 답답했다. 고사양 스피커를 연결해 쓸 수 있도록 블루투스 기능과 AUX단자를 제공하고 있지만 번거로울 듯했다. 휴대하기 좋은 크기와 무게였지만 배터리가 탑재돼 있지 않은 점도 아쉬웠다.
카카오미니는 다음달 둘째 주 정식 판매에 돌입한다. 판매가는 11만9000원이지만 음원 서비스 멜론 등과 연계해 다양한 프로모션 상품을 선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박희진 한경닷컴 기자 hotimpact@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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