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진핑 사상' 중국 공산당 당헌에 명기…'1인 천하' 굳혔다

입력 2017-10-24 19:41
당대회 폐막…집권2기 시작
통치이념 '중국식 사회주의' 천명
마오쩌둥급 지도자 반열에 올라

시진핑·리커창 뺀 상무위원 교체
후춘화·천민얼 등 친위대 '시자쥔'
정치국 대거 진입해 세력 넓힐 듯


[ 베이징=강동균 기자 ]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의 집권 2기가 개막했다. 중국 공산당 제19차 전국대표대회(당대회)에서 시 주석이 제시한 통치철학(治國理政·치국이정)이 공산당 최고지도이념인 당장(黨章·당헌)에 명기됐다. 시 주석의 위상과 권위는 덩샤오핑(鄧小平)을 넘어 중국 건국의 아버지로 불리는 마오쩌둥(毛澤東) 반열에 올라서게 됐다. 중국이 ‘시진핑 1인 천하시대’로 들어섰다는 평가가 나온다.

◆마오쩌둥 반열에 올라

2200여 명의 공산당 전국대표는 24일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열린 당대회 폐막식에서 ‘시진핑 신시대 중국 특색의 사회주의 사상’이 들어간 당장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개정안은 즉시 효력이 발생한다.

이에 따라 공산당 당장엔 마르크스·레닌주의, 마오쩌둥 사상, 덩샤오핑 이론, 3개 대표론, 과학적 발전관에 이어 ‘시진핑 사상’이 지도이념에 포함됐다. 3개 대표론은 장쩌민(江澤民) 전 주석이, 과학적 발전관은 후진타오(胡錦濤) 전 주석이 제창한 것이다. 공산당이 중요도에 따라 주의, 사상, 이론, 관(觀) 순서로 이념을 표시하는 점을 감안할 때 시 주석이 마오쩌둥급 지도자가 됐다는 것을 뜻한다.

시진핑 사상의 핵심 내용은 ‘5위일체(五位一體)’와 ‘4개전면(四個全面)’으로 요약된다. 5위일체는 샤오캉(小康: 모든 국민이 편안하고 풍족한 생활을 누림) 사회 건설, 사회주의 현대화 추진, ‘중국몽(中國夢: 중화민족의 위대한 부흥)’을 실현하기 위해 경제·정치·문화·사회·생태문명 건설 등 5개 분야를 일치시켜야 한다는 것이다. 시 주석은 이 같은 목표를 추진하는 과정에서 전면적인 샤오캉 사회 건설, 개혁 심화, 의법치국(법치주의), 종엄치당(從嚴治黨: 엄격한 당 관리) 등 4개전면을 내세웠다.

◆친위세력 대거 발탁

이날 당대회는 중앙위원 204명과 후보위원 172명을 선출하고 마무리됐다. 새로 구성된 19기 당 중앙위원회는 25일 제1차 전체회의(1중전회)를 열어 정치국위원 25명과 상무위원 7명을 뽑는다. 이후 7명의 상무위원이 인민대회당에서 내외신 기자회견을 한다. 이때 등장하는 순서가 서열이 된다. 중국 공산당에선 중앙위원 자격이 있어야 정치국위원이 될 수 있고, 그중에서 7명이 상무위원으로 선출된다.

시 주석과 리커창(李克强) 총리를 제외하고 5명의 상무위원이 새 인물로 채워질 것으로 예상된다. 리잔수(栗戰書) 당 중앙비서실장(67), 한정(韓正) 상하이시 당서기(63), 왕후닝(王寧) 당 중앙정책실장(62), 자오러지(趙樂際) 당 중앙조직부장(60), 왕양(汪洋) 부총리(62)가 유력하게 거론된다.

시 주석의 최측근인 리 실장은 서열 3위인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 상무위원장, 한 서기는 인민정치협상회의(정협) 주석, 왕 실장은 당 중앙서기처 서기, 자오 부장은 부패척결 사정기관인 중앙기율검사위원회 서기, 왕 부총리는 상무부총리를 맡게 될 것이란 전망이 많다.

예상대로라면 후진타오 전 주석의 권력기반이던 공산주의청년단(공청단) 출신인 리 총리와 왕 부총리를 제외하곤 시 주석계가 5명을 차지하게 된다. 한 서기는 장쩌민 전 주석계인 상하이방 출신이지만 시 주석이 상하이시 당서기를 맡았을 때 맺은 인연으로 시 주석 계열로도 분류된다. 왕 실장 역시 계파는 없지만 시 주석계로 꼽힌다. 이들 5명은 이날 모두 19기 중앙위원으로 선출됐다.

양제츠(楊潔) 외교담당 국무위원과 왕이(王毅) 외교부장도 중앙위원 명단에 포함되면서 당분간 외교 라인의 변화는 없을 것으로 보인다.

정치국원에도 시 주석의 직계 부하 출신 그룹인 ‘시자쥔(習家軍)’이 대거 진입할 것으로 알려졌다. 딩쉐샹 중앙비서실 부실장, 류허 중앙재경영도소조 비서실장, 천민얼 충칭시 당서기, 차이치 베이징시 당서기, 천시 중앙조직부 부부장, 황쿤밍 중앙선전부 부부장 등 시자쥔이 정치국원으로 발탁될 것으로 전해졌다.

◆후계구도 드러나지 않을 듯

시 주석이 명시적인 후계자 없이 집권 2기를 시작했다는 시각도 있다. 새로운 상무위원 후보가 모두 60대이기 때문이다. 국가주석의 임기가 10년인 점을 감안할 때 이들은 ‘7상8하(당대회가 열리는 해에 만 67세는 유임하고 68세는 물러난다)’ 규정에 따라 차기 지도자가 될 수 없다. 후진타오 전 주석 시절 차세대 지도자로 낙점받은 후춘화 광둥성 당서기(54)와 시 주석이 밀고 있는 천민얼 충칭시 당서기(57)는 이번에 상무위원에 들어가지 못하고 정치국원에 머물 것이란 예상이 지배적이다.

그렇게 되면 공산당의 권력 승계 시스템인 ‘격대지정(전임 지도자가 한 세대를 건너뛰어 그 다음 세대 지도자를 미리 지정하는 것)’ 관례가 사실상 깨지게 된다. 시 주석이 당초 임기인 2022년을 넘어 집권 연장을 노리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는 이유다.

일각에선 시 주석이 권력 승계 제도 자체에 불만이 있기 때문이라는 분석도 내놓고 있다. 후계자가 지명돼 집권자 곁에 있으면 안정감을 줄 수 있지만 반대파의 공격 타깃이 될 가능성이 높다.

베이징=강동균 특파원 kd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