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SJ "가격협상 과정서 갈등"
100년간 이어온 협력관계 깨져
[ 박상익 기자 ] 미국 유명 백화점 시어스가 자사 판매망에서 월풀 가전제품을 퇴출할 것이라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23일(현지시간) 보도했다.
WSJ가 입수한 시어스 내부 메모에 따르면 시어스홀딩스는 백화점과 K마트 등 오프라인 매장에서 월풀의 가전제품 재고를 뺄 예정이다. 시어스백화점 온라인 쇼핑몰에서 ‘월풀’로 검색하면 세탁기나 냉장고 같은 월풀 제품을 찾을 수 없다.
시어스가 월풀을 상대로 싸움을 벌인 이유는 공급가 때문으로 알려졌다. 시어스는 지난 20일 직원 회람을 통해 “월풀은 우리가 합리적인 가격으로 월풀 제품을 공급받는 것을 막기 위해 시장 지배적 지위를 이용하려 했다”고 밝혔다.
1886년 문을 연 시어스는 1916년부터 월풀 가전제품을 판매하며 100년 넘게 관계를 이어왔다. 지금도 월풀은 시어스 자체상표(PB)인 켄모어 제품을 생산하고 있다. 월풀이 새로운 기술을 개발하면 자사 제품보다 먼저 켄모어에 적용하고, 가격은 다른 브랜드와 비슷하게 책정할 정도로 양사 관계는 돈독했다.
두 회사의 협력관계는 온라인 ‘유통공룡’ 아마존이 나타나면서 흔들리기 시작했다. 2002년 미국 주요 가전제품 10개 중 4개를 팔았던 시어스는 최근 시장점유율이 20%대 초반으로 떨어졌다. 결국 시어스는 지난 7월 켄모어 제품을 아마존에서도 팔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판매 부진을 겪던 월풀도 시어스에서 제품을 팔기 어려워지면서 추가 타격이 불가피해졌다.
월풀은 지난 5월 삼성전자와 LG전자가 각각 세탁기 제품에 대한 미국 정부의 반덤핑 제재를 피하기 위해 멕시코에 있던 관련 공장을 중국, 베트남, 태국 등지로 이전하고 있다며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에 세이프가드(긴급수입제한 조치)를 요청했다.
이후 열린 공청회에서 월풀은 “삼성과 LG 때문에 미국 근로자의 일자리와 지역경제가 위협받고 있다”고 주장했다. 삼성과 LG는 “세이프가드가 발동되면 미국 소비자의 선택권이 침해된다”고 반박했다. 한국 기업과 무역분쟁을 일으킨 월풀이 정작 자국에서 불공정 시비에 휘말리면서 반덤핑 조사 결과가 어떻게 나올지 업계는 주시하고 있다.
박상익 기자 dir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