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덩이처럼 불어난 국내 가계부채 문제가 경제 성장의 발목을 잡는 족쇄 역할을 하면서 정부와 범금융권이 고강도 가계부채 대책을 내놨다. 규모는 물론 증가 속도가 빨라진 가계부채를 줄이기 위해 '신(新)DTI' 도입 및 'DSR' 조기 시행이라는 카드를 꺼내든 것이다.
정부와 금융당국, 국토부 등이 24일 발표한 '가계부채 종합대책'에 따르면 국내 가계부채(가계대출+판매신용) 규모는 1388조원에 달한다. 증가 속도도 빠르다. 가계부채는 최근 2년간 연평균 129조원이 증가했다. 과거 추세(2007~2014년 연평균 60조원)의 두 배를 웃도는 수준이다.
가계부채가 증가한 배경은 오랜 저금리 환경과 주택시장 호조에 따른 관련 대출 증가, 인구 고령화에 따른 부동산 투자 수요 증가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로 분석되고 있다.
정부와 금융당국은 현재의 가계부채 수준이 금융시스템 리스크로 이어질 가능성은 제한적이라고 보고 있다. 다만 높은 증가세가 지속될 경우 가계의 상환 부담을 증가시키고, 나아가 국내 소비와 성장의 제약 요인으로 작용할 것으로 우려했다.
이에 정부는 가계부채의 연착륙을 유도하겠다고 밝혔다. 가계부채 증가율을 추세전망치보다 0.5~1.0%포인트 낮게 점진적으로 유도하고, 고금리·분할 상환 비중을 지속적으로 확대해 질적 구조 개선에 나서겠다는 것이다.
또 내년 1월부터 총부채상환비율(DTI) 제도를 개선한 신(新) DTI를 시행하고, 당초 2019년부터 적용하기로 한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을 내년 하반기에 앞당겨 도입하기로 했다.
이 제도가 시행될 경우 가계는 새로운 주택담보대출(이하 주담대)을 받기 어려워져 주택구입 수요가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신(新) DTI는 차주의 정확한 상환능력 심사를 위해 기존의 DTI 산정방식을 개선한 제도다. 신 DTI가 반영되면 주담대를 2건 이상 보유한 차주는 기존 주담대의 원리금 상환부담 전액을 반영하게 된다. 현행 DTI가 새로 받을 대출의 원리금과 기존 주담대의 이자만 반영하는 것과 비교하면 DTI가 올라가 대출 한도가 줄어드는 것이다.
예를 들어 연봉 8000만원이고 주택담보대출 2억원(금리 연 3%, 20년 분할상환)을 갖고 있는 직장인 A씨가 서울 강남에서 아파트 담보대출을 추가로 받을 경우, 현 DTI제도에선 신규 대출한도가 3억8000만원(적용조건 DTI 30%, 30년 만기 연 3.5%)이다. 그러나 신 DTI가 적용되면 신규 대출한도가 2억4500만원으로 줄어든다.
또 복수 주택담보대출(담보물 건수를 기준으로 산정)을 갖고 있는 차주는 두번째 주담대부터 만기가 제한된다. 따라서 만기가 30년에서 15년으로 제한되면 A씨가 기존 대출을 갚지 않는 한 1억5500만원만 대출받을 수 있다.
즉 A씨는 현행 DTI제도 하에선 최대 3억8000만원의 신규 대출을 받을 수 있지만 신 DTI가 시행되면 1억5500만원에 불과, 대출금액이 절반 이하로 떨어지게 되는 것이다.
금융당국은 "내년 1월부터 이미 DTI가 적용되고 있는 지역에 대해 먼저 시행하고 향후 상황을 보아가며 적용범위의 확대 여부를 검토하겠다"고 설명했다.
정부는 DSR 제도도 내년으로 앞당겨 도입해 전 금융권의 여신관리 지표로 단계 정착시키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DSR은 주담대 뿐만 아니라 마이너스통장 신용대출 자동차할부 카드론 등 모든 대출의 원리금과 미래 소득까지 살펴 대출 한도를 정한다. 대출 한도는 더욱 줄어들 수밖에 없는 것이다.
실제 DSR 비율은 은행별로 적용 기준이 달라 파장은 더욱 커질 수 있다. 각 금융사들은 차주그룹별(소득, 신용도 등)로 감당 가능한 DSR 수준을 산출한 후 차주의 상환능력을 평가해 대출한도를 정하게 된다.
금융당국은 "차주의 상환능력대비 원리금 상환부담을 정확히 반영해 산정하겠다는 것"이라며 "기존 대출 상환부담이 과도하거나 소득에 비춰 신규 대출 상환이 어려운 경우엔 대출이 거절된다"고 설명했다.
DSR은 은행권부터 시작해 2금융권으로 순차적으로 시행될 예정이다. 결국 신 DTI와 DSR 제도가 시행되면 다주택자와 다중채무자는 추가로 빚을 늘리기 어렵게 되는 것이다.
채선희 / 김근희 한경닷컴 기자 csun00@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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