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소드' 퀴어 영화의 외피를 입은 '은교' 이상의 문제작

입력 2017-10-23 15:54
수정 2017-10-23 16:00

인간의 감정은 변덕스럽다. 배우들의 메소드 연기는 그래서 더 놀랍다. 연기자들이 배역에 몰입해 자신과 배역을 혼연일체화하는 연기법을 '메소드'라 부른다. 여기 완벽한 무대를 위해 메소드 연기를 하는 배우가 있다.

영화 '메소드'에서 박성웅은 무대를 위해 자신을 버리는 완벽한 배우 재하로, 신예 오승훈은 연기에 대한 열정과 재하에 대한 동경으로 메소드를 접하는 아이돌 영우로 분해 관객을 착각에 빠지게 한다. 이야기는 실제로 연기자들에게 이런 일이 있을 법도 할까?라는 생각을 들게 하며 몰입하게 한다.

재하는 대학로를 지키는 터줏대감과 같은 배우다. 절친한 연출과 함께 이인극으로 무대에 서기로 했다. 상대역에는 사고뭉치 아이돌스타 영우다. 연기에 '연'자도 모를법한 이 아이와 화제의 연극 '언체인'을 올려야 한다.

평소 메소드 연기로 유명한 재하는 이번 작품에도 열정적으로 몰입한다. 하지만 영우는 불성실한 태도로 첫날부터 분위기를 망친다. 시간이 흐르고, 반항적인 겉모습과 달리 섬세하고 여린 영우의 내면을 재하는 알게되고, 서로에 대한 미묘한 감정이 싹트기 시작한다. 동경 그 이상의 위험한 스캔들이 터진 것이다.

23일 서울 용산구 CGV 아이파크몰점에서 열린 언론시사회에서 방은진 감독은 "사랑하기 때문에 바라만 보아야 하는 오래된 사랑과 사랑일지도 모른다고 착각하는 감정, 시작되고 변질되는 사랑, 그 여러가지 모습을 영화 속에 담고 싶었다"고 연출 의도를 밝혔다.

섹시한 중년 배우와 소년미 가득한 아이돌 스타, 두 남성을 필두로 관객과 매우 긴장감있는 줄다리기를 한다. 퀴어인 듯 하면서 퀴어라고 단정할 수 없는, 18세 이상 관람가일거라 생각되지만 15세 관람가다.

영화 '은교'의 늙은 시인과 여고생의 금기된 관계가 그렇듯, 내가 가지지 못한 무언가를 가진 이를 향한 동경은 주체할 수 없는 사랑으로 변질되곤 한다. '메소드' 역시 인간의 보편적인 사랑, 공통적인 속성을 담고 있다.

방 감독은 "영화 '해피투게더'처럼 파격적인 남남관계를 그려볼까 했지만 스스로 자신이 없었다. 박성웅도 시나리오 이외의 연기는 할 것 같지 않았고"라고 너스레를 떨었다.

박성웅은 필모그래피를 통틀어 가장 강렬한 도전을 하게 됐다. 그는 "내게 '상남자'란 이미지가 있지 않나. 남자와 키스를 하는 것 자체가 상당한 도전이었다"라고 털어놨다.

그는 "연기이기에 키스를 할 수 있지만 감정적으로 힘들었다. 어느 순간 오승훈 배우가 긴장을 많이 하더라. 그래서 더 집중하고 좇아올 수 있게 몰입했다"라고 설명했다.

문제의 키스 장면에 대해 "방 감독이 컷의 권한을 제게 주셔서 빨리 하지 못했다. 영우가 더 들어오는 설정도 있었다. 힘들것 같다고 생각했는데 의외로 세번이나 갔다"라고 덧붙였다.

이에 오승훈은 "저는 아직 열심히 해야 하는 신인 배우"라며 "뭐든 열심히 해야 했다. 현장에서 박성웅 선배가 집중해 하시는 모습을 보고 정신을 바짝 차렸다"라고 말했다.


오승훈은 2016년 연극 '렛미인'에 캐스팅돼 연기 신고식을 치르고 연극 '나쁜자석', 드라마 '피고인' 등에 출연해 연기력을 인정받았다. 그는 남다른 끼와 신인답지 않은 연기력으로 '메소드' 주연 배우들과 어깨를 나란히 했다는 평가다.

그는 "지금까지 많은 작품을 하진 않았지금 지금껏 연기했던 것 중에서는 가장 생각할 것도 많고 혼란스러운 지점이 많았던 캐릭터"라고 밝혔다. 이어 "재하와 영우 사이 애매한 표현이 필요했다. 전형적으로 유혹한다는 느낌보다는 유혹을 당해야 한다고 생각해 연기하는 것이 굉장히 힘들었다"라고 말했다.

방 감독은 오승훈의 캐스팅에 대해 "박성웅과 모든 것이 상반되고 충돌의 느낌이 나지만, 빠져들 수 밖에 없는 매력을 가진 배우를 생각해 시나리오를 썼고 결국 찾았다"라고 설명했다.

박성웅은 "퀴어영화는 나도 처음이었는데 복덩이가 굴러들어왔다"라고 오승훈에 대해 칭찬했다. 그는 "선배들 앞에서 주눅 들지 않고 쭉쭉해나가는 모습을 보면서 잘 뽑았다 싶었다. 저도 더 심취해 연기할 수 있었다"라고 고백했다.

제22회 부산국제영화제 '한국 영화의 오늘-파노라마' 부분에 공식초청된 이 영화는 당시 처음으로 관객에 선보이며 뜨거운 반응을 이끌기도 했다.

마지막으로 박성웅은 영화에 대한 자신감을 드러냈다. "지금까지 21년간 연기를 했는데 앞으로 인생에 있어 가장 의미있는 작품에 대한 질문을 받을 때 두 가지 중에 고민할 것 같다. '메소드'는 그 중 하나의 작품이다. 작지만 크고, 인생의 섬광같은 영화다."

영화 '메소드'는 오는 11월2일 개봉한다.


김예랑 한경닷컴 기자 yesra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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