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트리스 개발자'의 도전…"10년 내 달 기지 건설할 것"

입력 2017-10-22 20:44
수정 2017-10-23 06:30
국제달기지서밋(IMS) 설립 주도한 헨크 로저스

달과 비슷한 하와이 화산섬
NASA와 모의 기지 실험 중
"한양대 3D 프린팅 기술, 달 기지 활용하는데 관심"


[ 박근태 기자 ] 하와이 제도에서 가장 큰 섬인 ‘빅아일랜드’는 섬 면적이 제주도의 여덟 배에 이르고 적은 인구에 빼어난 경관으로 유명하다. 현무암 등 화산암이 많은 이곳은 지구에서 가장 달과 비슷한 장소로도 손꼽힌다. 이곳에서는 지금 미국항공우주국(NASA)과 민간기업, 대학이 손잡고 달 기지를 건설하는 훈련을 하고 있다. 약 1000만달러를 투입해 실제와 비슷한 달 기지와 우주인 훈련장을 건설하고 10년 안에 달에 기지를 건설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 사업을 총괄하는 주인공은 뜻밖에도 1980년대 처음 발표된 이후 지금까지 인기를 끄는 블록쌓기 게임인 ‘테트리스’를 세상에 처음 알린 사업가 헨크 로저스(사진)다.

헨크 로저스 테트리스컴퍼니 설립자 겸 블루플래닛재단 대표는 지난 20일 서울 외발산동 메이필드호텔에서 한양대 국제우주탐사연구원(ISERI)이 연 심포지엄에서 “인류는 반드시 달과 화성에서 살게 될 것”이라며 “화성보다는 달로의 이주가 가장 현실적으로 먼저 이뤄질 것”이라고 말했다.

네덜란드 출신의 컴퓨터 프로그래머인 로저스 설립자는 일본 최초의 롤플레잉 비디오게임 ‘블랙오닉스’를 내놓은 게임 개발자다. 그는 게임 퍼블리셔로 변신해 1988년 테트리스를 개발한 알렉스 파지노프를 만나 테트리스 판권을 관리하는 회사를 설립하고 전 세계 확대에 앞장서며 막대한 부를 쌓았다. 그가 우주에 관심을 갖게 된 것은 2014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태평양국제우주탐사센터 의장을 맡은 뒤 행성 탐사의 열렬한 옹호자가 됐다. 세계 우주기관과 기업, 대학들과 함께 국제달기지연합(IMA)과 국제달기지 서밋(IMS)을 결성하기도 했다.

로저스 설립자는 “인류가 달과 화성에 가는 건 당연한 일”이라며 “다만 언제 가느냐의 문제일 뿐”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가급적 일정을 더욱 당겨야 한다고 했다. 실제로 유럽우주국(ESA)은 지난달 2030년까지 달에 3차원(3D) 프린터를 이용해 6~10명가량이 거주할 문빌리지(달 마을)를 건설할 계획을 발표했다. NASA를 비롯해 기업과 대학이 참여하는 IMA도 10년 안에 달기지를 짓겠다는 계획을 추진하고 있다.

로저스 설립자는 달에 인류를 이주시키는 데 많은 한계가 있다고 했다. 그는 “지구에서 38만㎞ 떨어진 달까지 건설 자재를 보내려면 1㎏에 200만달러가 들어간다”며 “지구에서처럼 콘크리트 타설에 물을 쓰지 못하는 것도 한계”라고 했다. 이 같은 상황은 달기지 건설에 막대한 비용을 초래한다. NASA는 달 기지 건설에 400억달러 이상 들어간다고 추산했다. 이것은 미국과 러시아 등 17개국이 공동 운영하는 국제우주정거장(ISS)에 지금까지 들어간 예산을 훨씬 웃도는 규모다. 하지만 로저스 설립자는 “지나치게 신중한 정부보다 도전적인 민간기업이 참여하면 50억~100억달러로 달에 기지를 건설할 수 있다”고 자신했다. 하와이 빅아일랜드에 건설하는 모의 기지는 이를 위한 전초기지에 해당한다. 달이나 화성에 갈 우주인이 이곳에 건설되는 기지에서 실전처럼 훈련받는 것은 물론 달 기지 건설에서 활약할 로봇의 테스트 장소로도 활용할 예정이다.

이달 초 IMA는 달에 건설할 기지 첫 모델을 공개했다. 달 기지는 철저히 현장에서 건설자재를 조달하게 된다. 로저스 설립자는 이처럼 열악한 환경을 극복할 대안으로 한국건설기술연구원과 한양대팀이 확보한 3차원(3D) 프린팅 건설 기술에 큰 관심을 보였다. 그는 “달에는 물이 없고 많은 물질을 재활용하며 생존해야 하는 상황이 자주 벌어질 것”이라며 “최악의 환경에서 사는 법을 연구하다 보면 지구 환경을 지킬 아이디어도 찾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박근태 기자 kunt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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