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묻지마 국감 호출' 줄어든 정무위…질문 끝나자 기업인 먼저 돌려보냈다

입력 2017-10-22 17:35
수정 2017-10-23 05:42
한경국감평가단, 상임위·정당별 중간평가

'김이수 논란'으로 가장 먼저 파행 보인 법사위 '최악'
증인실명제 비교적 정착…호통·막말 눈에 띄게 줄어


[ 김기만 기자 ]
한국경제신문의 국정감사 평가단은 올해 국감에서 가장 먼저 파행한 법제사법위원회를 가장 실망스러운 상임위원회로 꼽았다. 더불어민주당의 박범계 적폐청산위원장이 속한 상임위로, 적폐청산 논란을 주도한 데다 김이수 헌법재판소장 권한대행을 놓고서도 여야 간 정쟁이 뜨거웠다는 이유에서다. 반면 정무위원회는 국감이 잘 운영된 상임위라는 평가를 받았다. 정당별로는 국민의당과 정의당 등 소수 정당이 두각을 나타냈다는 의견이 많았다.

◆법사위, 국감 이틀째 파행

국감평가단 전문가 10명 가운데 고성국 정치평론가와 박창환 장안대 교수, 이현우 서강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등 3명이 법사위를 최악의 상임위로 꼽았다. 여야는 국감 이틀째인 지난 13일 헌법재판소에 대한 법사위 국감에서 김 권한대행 문제를 두고 정면충돌했다. 야당이 김 권한대행의 국회 임명 동의안이 부결된 업무보고를 받을 수 없다고 주장하며 국감은 파행을 겪었다. 이날 국감은 결국 질의를 한 건도 하지 못하고 종료됐다. 헌재에 대한 법사위 국감 파행은 2003년 이후 14년 만이다.

고성국 평론가는 “법사위는 평소 법안 통과를 무산시키는 등 상원 역할을 한다는 평가를 받는 상임위”라며 “하지만 이번 국감에서 가장 먼저 파행하며 실망스러운 모습을 보였다”고 지적했다. 헌재에 대한 법사위 국감은 청와대가 헌재소장 지명을 미루고 있어 다시 열릴지 불투명한 상황이다.

상대적으로 긍정 평가를 받은 상임위는 정무위였다. 19일 정무위의 공정거래위원회 국감에 호출된 기업인 증인은 8명으로 전년보다 3명 줄었다. 국감 증인신청 실명제 도입 이후 의원들의 ‘묻지마 호출’이 줄었기 때문이다. 이진복 정무위원장의 진행이 매끄러웠다는 평가(홍금애 국정감사NGO모니터단 집행위원)도 나왔다. 이 위원장은 질의가 끝난 기업인 증인들을 국감 도중 조기에 귀가할 수 있도록 해 눈길을 끌었다.

◆국민의당, 국감 우수 정당

국감평가단 10명 가운데 5명이 ‘잘하고 있는 정당’에 대한 질문에 ‘없다’거나 ‘잘 모르겠다’고 답했다. 하지만 신율 명지대 정치학과 교수, 유용화 한국외대 초빙교수, 이현우 교수 등 3명은 잘하고 있는 정당으로 국민의당을 꼽았다. 고 평론가, 박창환 교수는 정의당을 선정했다. 교섭단체 구성이 안 된 소수 정당이긴 하지만 당의 정책 기조가 분명한 국감을 치르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예년과 달리 ‘국감 스타’는 없었지만 민주당 중진의 박병석 의원과 초선의 이철희 의원이 주목받았다는 평가가 나왔다. 박 의원은 여당 의원이지만 전술핵과 관련한 소신 발언을 하며 눈길을 끌었다. 박 교수는 “국방위원회에서 군 최신 작전계획이 북한에 해킹당한 사실을 폭로한 이철희 의원의 날카로운 질의가 돋보였다”고 말했다.

국감장에서 신문지 위에 직접 누우며 화제가 된 노회찬 정의당 의원에 대해서는 상반된 평가가 있었다. 박 교수는 “소품을 활용하면 이해도가 높아지는 장점이 있다”며 “다만 이슈를 단순화시키는 단점이 있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국감은 정당이 아닌 개별 의원들이 국정에 대한 문제점을 지적하고 활약할 수 있는 기간”이라며 “구치소 과밀수용 문제를 직관적으로 설명한 장면이 인상 깊었다”고 말했다.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국감장에서 ‘막말 논란’을 일으킨 정우택 자유한국당 원내대표와 법사위의 이춘석 민주당 의원, 김진태 한국당 의원 등은 최악이었다는 평가를 받았다. 정 원내대표가 19일 국감에서 “지금 뭐 하는 거야. 국회의원한테 그 따위로 질문하나”라고 고함친 장면은 예년 국감에서 보여준 구태에서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는 지적이다.

예년보다 호통과 막말이 눈에 띄게 줄었다는 의견도 있었다. 고 평론가는 “상임위마다 사안을 두고 충돌하기는 하지만 몸싸움까지 가는 경우는 없어졌다”며 “국회선진화법 시행으로 고성과 몸싸움이 국회에서 전반적으로 사라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박 교수는 “기업 총수를 불러다 벌세우듯이 호통치는 장면이 줄었다”며 이번 국감의 개선점으로 꼽았다.

김기만 기자 mg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