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의 숨은 영웅 - 피해자심리전문요원
범죄발생 한 달이 '골든타임'
법률·경제·심리 등 전방위 지원
2007년 처음 선발돼 34명 활동
[ 이현진 기자 ]
“프로파일러가 범인을 잡는 ‘창’이라면 ‘케어’(피해자심리전문요원)는 피해자를 지키는 ‘방패’죠.”
홍승일 경기남부경찰청 경위(사진 왼쪽부터)와 이지연 서울지방경찰청 피해자보호계 경사, 최진이 경기북부경찰청 경사, 장경국 대전 둔산경찰서 경사는 20일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이같이 말했다.
케어는 심리학 석·박사 및 연구자를 경찰 경력 경쟁채용으로 뽑는 제도다. 2007년 처음 선발해 현재 4기까지 전국에서 총 34명이 활동하고 있다. 2015년 경찰청에 피해자보호과가 신설되고 전국에 피해자전담경찰관이 배치되며 체계화됐다. 초창기부터 케어 요원으로 활약하고 있는 이들은 “국가 경찰이 피해자를 직접 지원하는 제도는 전 세계에서 유례를 찾아보기 어려운 시스템”이라고 입을 모았다.
이 경사는 2007년 3월 케어 1기로 경찰에 입직했다. 그는 일을 시작하고 몇 달간 1주일에 한 번씩 구두굽을 갈았다. 시내 곳곳에 있는 상담센터와 기관을 돌아다니며 케어 제도를 알리고 “(경찰에서 인계한) 피해자를 잘 돌봐달라”고 부탁하기 위해서였다. 마치 영업사원 같은 하루하루였다. 그렇게 10년이 지났다. 처음에는 시큰둥해하던 이들도 이제는 적극적으로 협력할 만큼 자리잡았다는 게 이 경사의 설명이다.
케어의 주 업무는 살인·강도·방화·납치감금·상해·성폭력 등의 피해자에게 필요한 지원을 설계하는 일이다.
장 경사는 "피해자 보호의 골든타임인 범죄 발생 한달 동안 피해 정보를 가장 잘 아는 곳이 경찰"이라며 "이를 바탕으로 경찰 케어 팀이 병원이나 상담소 등과 협업해 피해자를 돕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피해자들의 증상은 다양하다. 살인 사건의 경우 가족을 잃은 유족은 주의·집중력이 크게 떨어진다. 나이가 많으면 이를 치매나 정신이상으로 오인하기도 한다. 상해나 강도사건 피해자는 과도한 각성 상태에 빠지기도 한다. 작은 소리에도 놀라거나 불같이 화를 내는 일이 잦다. 최 경사는 “이를 외상 사건 경험 후 오는 자연스러운 현상이라고 알려주기만 해도 피해자가 안심하는 효과가 있다”고 설명했다.
홍 경위는 “피해자 개개인의 상황에 맞게 법률, 경제, 심리 지원 등을 설계한다”며 “케어 요원이 모든 일을 할 수는 없기 때문에 지역사회 네트워크를 활용해 적절한 곳에 인계하는 것도 주된 임무”라고 소개했다.
케어팀은 지난 5월 1년여의 연구 끝에 세계 최초로 사건 발생 초기에 활용할 수 있는 범죄피해트라우마척도(VTS)를 개발하는 개가를 올렸다. 최근 콜롬비아 등 해외에 케어 시스템을 소개하기도 했다.
장 경사는 "경찰은 피해자들이 문을 두드리는 응급실과 같다"며 "피해자들이 회복하는 전반적인 과정을 볼 수 있다는 것도 경찰 케어팀의 매력이자 보람"이라고 환히 웃었다.
이현진 기자 appl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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