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전에 무관심하던 20·30대…토론 후 '건설 재개'로 돌아서

입력 2017-10-20 18:37
수정 2017-10-21 06:11
신고리 원전 공사 재개

공론조사 결과 어떻게 바뀌었나
조사 거듭할수록 '재개' 증가…40대만 '중단' 우세
원전 밀집한 부산·울산·경남 '건설 재개' 65% 달해


[ 고경봉 기자 ]
막상 뚜껑을 열었더니 ‘건설 재개’ 의견이 예상 밖으로 압도적이었다. 신고리 원자력발전소 5·6호기 ‘건설 재개’와 ‘건설 중단’ 의견 차이가 19.0%포인트에 달하자 정부는 물론 공론화 과정에 참여한 단체 인사들조차 “이 정도로 차이가 벌어질 줄은 몰랐다”며 놀라워했다. 거의 모든 지역과 세대에서 건설 재개가 우세했다.

압도적 의견차를 만든 주역은 20, 30대였다. 1차 조사 때만 해도 이 연령대에선 건설 중단 의견이 건설 재개보다 두 배가량 많았다. 하지만 전문가 토론과 자료 학습을 거친 뒤 판단 유보층이 대거 건설 재개로 돌아서며 최종 4차 조사에선 건설 재개가 건설 중단을 10%포인트 이상 앞질렀다.


판단 유보층 ‘건설 재개’로 대거 돌아서

신고리 5·6호기 공론화위원회는 총 네 차례 공론조사를 했다. 1차에는 시민 2만6명을 대상으로 전화 조사를 했고 응답비율대로 500명의 시민참여단을 선정해 지난 9월16일 2차 조사를 했다. 이후 전문가 강의, 토론 등을 거쳐 지난 13일 3차 조사, 2박3일간의 종합토론 마지막 날인 15일 4차 조사를 했다.

1차 조사 때 이미 승부는 어느 정도 기울었다. 건설 재개(36.6%)가 건설 중단(27.6%)을 9%포인트 앞섰다. 하지만 판단 유보 의견이 35.8%에 달해 숙의 과정에서 결과가 바뀔 가능성도 있었다. 그러나 조사를 계속할수록 건설 재개 의견이 늘고 판단 유보층은 줄었다. 4차 조사에선 건설 재개가 57.2%, 건설 중단이 39.4%였고 판단 유보는 3.3%로 줄었다. 여기에 ‘그래도 하나를 고른다면 어떻게 하겠느냐’는 최종 조사 결과 건설 재개가 59.5%, 건설 중단이 40.5%였다. 1차 조사 때 판단 유보층의 3분의 2가량이 건설 재개 측의 손을 들어줬다.

숙의 과정 거친 후 확 달라진 2030

20~30대는 공론화 전만 해도 원전에 무관심하거나 부정적인 반응이 많았다. 1차 조사 때 20대에선 건설 재개(17.9%)가 건설 중단(28.9%)보다 적었다. 숙의 과정을 거치자 확 달라졌다. 건설 재개(56.8%)가 건설 중단(43.2%)을 앞질렀다. 1차 때 판단을 유보한 53.3%의 대부분이 건설 재개로 마음을 돌린 결과다.

30대도 마찬가지다. 1차 조사 때 건설 중단(41.9%), 판단 유보(38.6%), 건설 재개(19.5%) 순이었지만 최종 조사에선 건설 재개 52.3%, 건설 중단 47.7%로 바뀌었다. 반면 40, 50대에서는 판단 유보층이 숙의 과정 후 건설 재개보다 건설 중단을 더 많이 택해 대조를 이뤘다.

조사를 담당한 한국리서치 김춘석 상무는 “이 문제에 무관심하거나 정보가 부족했던 젊은 층이 숙의 과정을 통해 안정적 에너지 공급과 원전 안전성을 내세운 건설 재개 측의 주장에 더 동조했다고 판단할 수 있다”고 말했다.

‘건설 재개 후 탈원전 정책 유지해야’ 13%

지역별로는 광주·호남·제주를 제외한 전 지역에서 건설 재개가 건설 중단 의견을 압도했다. 특히 원전이 몰려 있는 부산·울산·경남과 대구·강원·경북은 각각 건설 재개가 64.7%와 68.7%로 건설 중단 의견의 두 배 수준에 육박했다.

원자력 발전 정책에 대한 선호도를 묻는 질문에는 원전 축소 53.2%, 원전 유지 35.5%, 원전 확대 9.7%로 집계됐다. 건설 재개 후 필요한 조치를 묻는 질문에 시민참여단은 탈(脫)원전보다 원전 안전성 강화를 꼽았다. 구체적으로 안전기준 강화(33.1%)가 가장 많았고 이어 사용후 핵연료 해결방안 마련(25.4%), 신재생에너지 투자 확대(27.6%), 탈원전 정책(13.3%) 순이었다.

고경봉 기자 kgb@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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